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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Dec 17. 2018

프라다는 인종차별을 입는다

PRADA가 말해주는 패션계 인종차별의 역사 


프라다말리아, 참 문제란 말이야

패션기업 프라다는 최근 상품 때문에 큰 곤혹을 치러야 했습니다. 바로 프라다말리아라 불리는 패션 액세서리 제품 때문이었죠. 프라다 Prada와 동물계를 뜻하는 아니말리아Animalia를 조합해 만든 이 제품은 프라다 디자인의 중요 요소를 결합해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귀여운 동물들에겐 디스코, 속스, 피들, 오토, 토토, 스쿠바, 스폿이란 이름도 붙었습니다. 



여기까진 순탄해 보였습니다. 한 흑인 인권 변호사가 프라다 매장을 지나며, 이 제품을 보게 되었고, 그중 흑인의 이미지를 희화화 해서 만들어낸 한 제품에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지요. 물론 프라다는 재빨리 사과 성명과 함께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패션계가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이란 화두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말해보려고 합니다. 



패션계와 인종차별, 그 악명의 역사 

저는 패션계가 사용하는 단어들 중 에스닉 Ethnic 이란 어휘를 참 싫어합니다. 단어 자체로 보면 문제는 없지요. 민속풍이란 뜻을 가질 뿐입니다. 문제는 패션산업이 이 단어를 '백인이 아닌' 모든 사람과 사물을 뭉뚱그릴 때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패션계는 툭하면 '영감'을 얻기 위해 이국적 타자의 이미지를 전유해왔습니다. 12세기 서구 유럽에서 패션이 탄생한 이후로, 패션은 이 백인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백인이 아닌 다른 타자들에게선 '패션과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생각은 지금 이 순간도 자행되는 인종차별주의의 강력한 정신적 전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런웨이 무대에 유색인종 모델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일견에 좋은 소식인 듯 하지만 이런 국소적인 변화야말로 패션계 내부의 인종차별 문제를 은폐하는 요소입니다. 패션계는 항상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을 이류 인간으로, 백인들을 위한 배경으로, 자극적인 사진 작업을 위한 모델로, 일탈과 같은 비정상적 테마를 다루기 위한 모델로 써왔습니다.

 


패션잡지의 대명사 보그 VOGUE에 유색인종이 모델로 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였을까요? 1966년 영국판 보그가 첫 시발이었습니다. 파리판 보그는 더 보수적이어서 1988년이 되어서야 나오미 캠벨을 기용했지요. 그나마 이것도 이브 생 로랑의 지속적인 압박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작년 영국판 보그의 편집장이 게이 흑인 남성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에닌 펄, 패션사에서는 꽤나 거론할만한 사건이었지요. 그가 첫 보그의 커버를 만들면서 사용한 모델은 가나 출생의 패션모델이었습니다. 물론 이때도 마크 제이콥스의 터번을 썼죠. 



영감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지금처럼

2008년 디올의 봄/여름 컬렉션의 테마는 아프리카의 아름다움 Tribal Chic 였습니다. 한 마디로 아프리카의 부족들의 상징이나 직물 문양, 그들이 사용하는 색감에서 '자칭'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지요. 런웨이에 나온 모델이 신고 있는 힐을 보세요. 패션계 내부의 알랑거리는 저널리스트와 수많은 패션 블로거들은 이 힐을 가리켜 얼마나 귀엽고 '놀라운' 디자인이라고 표현합니다. 놀라운 건 힐로 만들어진 조각상은 아프리카의 '다산의 여신'이란 점이죠. 이건 자신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국적인 이미지'에 맞춰서 함부로 타인의 문화를 전유해서, 그 맥락과 의미를 싹 지워버린 꼴입니다. 그냥 미학적인 평가만을 내리기엔 문제라는 거예요. 



2011년 구두 제조사인 크리스천 루부탱의 광고는 유색인종의 여성들을 어떻게 백인들과 달리 위치시키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들 나름대로는 자칭 명화 속 이미지를 차용해서 새롭게 선보인 것이라고 하지만, 여왕, 후작부인, 막달라 마리아에 비해, 흑인은 반라로 항상 도발적이면서도 하녀의 이미지로서만 재현하는데 그쳤습니다. 서구에선 항상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이 패션 Fashion 이란 개념이 없는 것처럼 상상되나 봅니다. 아니 이런 식의 전제들을 수백 년에 걸쳐서 견고하게 굳혀왔죠. 아주 당연한 듯 말이에요. 


런웨이 위의 인종차별과 착취

유독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하긴 했습니다. 최근 들어 사회적인 기류들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과거에 '미학적' 이란 미명 하에 자행한 많은 디자인 행위들을 성찰할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프라다 만을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서구의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백인시장을 중심에 놓고 사유했죠.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로,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패션 사진과 작업에는 유색인종을 '언외'의 종족으로, 제도권 밖의 '인종'으로 그리고 묘사합니다. 프라다의 즉각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합니다. 최근 패션계의 화두가 Social Inclusive입니다.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젠더와 인종, 경제적 계급의 문제로 배제되지 않고, 모두를 포괄하며 메시지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일 것입니다. 이런 과정들이 숙성되다 보면, 우리는 패션계의 인종차별을 넘어, 좀 더 넓은 의미의 차별철폐와 자유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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