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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Feb 21. 2019

2019년 봄/여름-패션의 열쇠말

다가올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

트렌드라는 말

사람들은 툭하면 올해 유행하는, 트렌디한 품목이 혹은 스타일이 뭐냐는 질문을 제게 하고 합니다. 이런 질문을 피하진 않습니다. 각종 패션 매거진, 언론, SNS에는 관련된 내용들이 가득 차오릅니다. 트렌드란 건 결국 흐름입니다. 이 흐름이란 건 갓 피어나는 것에서부터, 이미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들, 절정에 달한 것들,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들과 같이 다양한 양상을 띨 뿐이죠. 어떤 흐름에 동참할지는 사실 우리의 몫인 겁니다. 

결국 우리는 여행자다

우리가 흔히 경향/유행이란 단어로 남용하는 트렌드(Trend)라는 단어도 어원적으로는 바다의 해류에서 온 것입니다. 먼 여정을 떠나기 위해, 바다 조류의 형태를 읽어내야 하는 선원들이 오래전 만들어 사용한 단어예요. 먼 여행을 하기 위해선 길을 알아야 합니다. 트렌드란 건 결국 우리의 삶, 그 여정길의 실루엣, 색감, 질감으로 되어 있는지 정의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행을 가리켜 돌고 돈다는 말을 합니다. 당연합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변한 게 없고 그 욕망을 타인에게 선보이고 함께 동참시키려는 인간의 본질도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트렌드를 설명하는 이상한 단어들

우리는 트렌드란 단어를 툭하면 특정한 성격을 띠는 디자인에 한정 짓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요.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현재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패션산업의 공모이자, 더 많은 제품을 소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 지금껏 온 것일 뿐입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자칭 패션산업이 말하는 '올 시즌 뭐가 유행이다'라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종류가 너무 많고 도대체가 유행이 아닌 게 없다는 게 그들의 말이에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되짚어 말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 내부에 다양성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다양성이 우리 사회를 '유동적'으로 만듭니다. 

과거라는 아름다운 시간의 힘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 생활양식을 어떤 방식으로 편제하는가, 무엇에 더 끌리고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향상할 수 있을까? 바로 자기 갱신과 향상(Self-Enhancement)의 테마는 20세기 모더니즘의 주제이기도 하고 지금껏 우리를 들었나 놨다 하는 근대의 프로젝트예요. 올해 2019년 봄/여름 세계적인 패션쇼에 등장한 옷들의 실루엣과 무늬, 색상, 그 배후의 영감 또한 아주 새로운 게 아닙니다. 과거의 것들이 회귀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우리의 삶'에 리듬감과 생명력을 부여하고 정서를 흔드는 작은 디테일을 덧붙여서 나올 뿐이에요. 니체의 말처럼 영원회귀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과거는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이고, 우리가 살아냄으로써 확증한 삶의 결과들입니다. 우리가 과거의 디자인, 색상, 무늬, 실루엣을 현재로 끌고 들어오는 건 바로 '검증된' 과거를 현재로 가져와서 차용하는 것이에요. 

히피, 프린트, 플리츠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테마가 유행인데요. 이는 60년대 히피의 철학이기도 했어요. 그러니 패션에 60년대의 히피 감성을 새롭게 풀려는 노력이 있는 거죠. 바이어 생활을 하면서, 세계적인 유행예측기관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자주 읽고 접하고, 접목하고 살아왔는데요. 그때는 설명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툭하면 신조어를 만들고 이런 경향이 보인다는 말만 하지, 그게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몰랐거든요.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돼요. 미래를 읽는다는 것은 매우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어떤 것이 끓어오르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고, 결국 이런 양상을 현재의 언어로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기에, 이를 설명할 새로운 단어를 '인간'은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요. 

히피 감성, 대담하고 굵고 큰 무늬들, 대형 로고, 기능성 중심, 70년대 보헤미안 등과 같은 표제어들이 2019년 봄/여름의 열쇠말이랍니다. 이런 말들은 그냥 태어나는 건 아니에요. 결국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일종의 정서, 태도, 시각이죠. 그런데 어느 사회건 변화의 진앙지 혹은 핫한 변화가 잘 감지되는 집단이나 장소가 있기 마련입니다. 유행예측은 이곳의 사람들의 변모하는 양상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결국은 특정하게 묶어낼(Grouping) 수 있는 태도와 외양의 문법을 찾게 되죠. 이걸 감지해서 선과 색, 형태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로 나온 것이죠. 요즘은 과거와 달리 사람을 한 곳에 동원하기 어려운 사회예요. 그만큼 국지적으로 다양한 길을 걷는 사람들의 삶이 SNS로 연출되고 보이는 사회입니다. 욕망도 더 다양하고 깊어졌죠. 트렌드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저런 미감을 갖고 삶을 연출하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하세요. 그 모습을 내가 따라 하고 싶으면 동참해보는 거고, 그다지 맞지 않으면 기각하면 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게 패션이니까요. 오늘 사진 이미지들이 대표하는 2019년 봄/여름 룩의 특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은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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