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앱 뜯기 04
초등학교 때부터 써오던 멜론(Melon)에게 작별을 고하고, 한동안 음악은 유튜브로만 찾아 듣다가 결국 플로(FLO)의 정액제를 끊게 되었다. 사용하는 통신사 SKT가 멜론을 떠나 플로(FLO)에 정착하게 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SKT의 둥지가 멜론에서 플로로 바뀌는 이슈와 더불어 유튜브 뮤직의 흥행과 바이브(VIBE)와 네이버 뮤직의 합체, 스포티파이의 등장까지 여러 이슈들이 있었다. 그 결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점유율 약 45%에 달하던 멜론의 파이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유튜브 뮤직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전공이 유관하기도 하고, 음원 유통구조(학부시절 소논문 주제기도 했다.)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서 전체 서비스를 다뤄보고 싶지만 오늘은 새로 정착하게 된 플로(FLO)를 서비스 측면에서 분석해보려 한다. 음악 스트리밍 앱은 거의 비슷한 기능 및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UX/UI 측면에서의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파이 싸움이 극명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플로의 유저들이 플로를 선택하게 되는 한 끗 차이에는 어떤 게 있을까. 플로 유저의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 언제나 그랬듯 개인적인 리뷰와 분석이니 가볍게 읽히길!
[ 목차 ]
1. 선택한 취향에 맞는 추천을 기대해주세요 - 음악 큐레이션 설정
2. 나에겐 여러 개의 자아가 있어 - 캐릭터 설정
3. 음악도, 팟캐스트도 OK - 오디오 콘텐츠
4. 음악 묻고 영상으로 가 - 이 곡의 영상
5. 사소한 아쉬움이 있다면 - 상단 바
6. 친절한 플로씨 - 마무리
플로는 큐레이션을 위해 유저의 아티스트, 차트, 장르 취향 정보를 알아낸다.
특히 아티스트는 처음 몇몇의 대표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그 아티스트와 비슷한 3명의 아티스트가 아래에 추가되었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지만 한 단계 더 깊게 분석할 수 있는 척도 같았다. 아티스트는 아마 선택 개수의 제한이 없는 것 같았다.
차트는 FLO 차트와 키즈 차트도 나뉜다. 키즈 차트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 유용할 것 같았다.
장르는 최대 3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데이터를 받아 큐레이션이 부정확해지는 것보다 적당한 개수를 정해 데이터를 받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취향을 설정하는 과정은 여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있는 과정이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저장을 누르면 뜨는 UX writing이었다.
'선택한 취향에 맞는 추천을 기대해주세요.'
'저장 중입니다',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등의 진부한(?) 내용이 아니라 기대해달라니. 로딩 페이지처럼 잠깐 지나가는 문장이었지만, 그야말로 '센스 있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면 내가 이런 취향을 좋아한다고 해두긴 했어도, 이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긴 했어도 뭔가 계정을 하나 더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발라드나 R&B를 좋아하지만 왠지 그날따라 트렌디한 해외 팝 곡들만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취향 설정에서 다양하게 설정해서 골라 들을 수 있지만, 큐레이션은 매일 달라지는 내 욕구와 기분까지 맞추기엔 한계가 있다. 직접 곡들을 리스트업 하는 플레이리스트도 매일 바꿔서 추천해주는 큐레이션과는 다르기에 한계가 있다.
이렇게 '내가 설정하긴 했어도 오늘은 발라드는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하는 변덕스러운 욕망까지 플로는 캐치했다.
요즘은 SNS도 부계정을 만들어 다양한 자아를 보여주곤 한다. 플로의 캐릭터 추가 기능이 어쩌면 그런 뉘앙스겠다. 캐릭터는 최대 3개까지 추가할 수 있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캐릭터마다 취향을 다르게 설정해 둘 수 있어서 원할 때마다 쉽게 변경이 가능하다.
좀 더 나아가 응용해서 생각해보자면, 만약 내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이었다면 캐릭터 추가 기능을 통해 앞서 큐레이션 설정에 있었던 '키즈 차트'를 설정한 자녀만을 위한 캐릭터를 만들었을 것 같다.
*관련 기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98886622592568&mediaCodeNo=257
플로의 신선한 점은, 음악 외의 오디오 콘텐츠였다.
홈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있는 '귀가 즐거운 오디오'와, 둘러보기 탭의 '오디오'부분에 이미 작지 않은 비중으로 오디오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었다.
기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팟캐스트와 뉴스레터, 윌라 오디오북까지 음악뿐만 아니라 듣는 모든 것, 오디오 콘텐츠들을 담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2021년 1월, 오디오북 1위인 윌라와 콘텐츠 협력을 시작한 플로는 곧이어 4월, 스푼 라디오와도 손을 잡았다고 한다. 실제로, 보더리스(borderless, 경계가 없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 발굴 및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는 기사도 볼 수 있었다.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2105077773H
개인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즐겨 듣지는 않지만, 플랫폼 하나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차별화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기능으로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느껴지는 음악 스트리밍 앱들 사이에서, 작은 불씨를 피우려는 도전은 결국 큰 발화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을 듣다 보면, 아티스트의 M/V가 궁금해서 유튜브를 들어가 검색해서 보게 되기도 한다.
플로는 그런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듯했다. 앨범 커버의 오른쪽 하단에 작게 영상의 썸네일이 떠있었고, 누르니 [이 곡의 영상]이 하단 시트로 등장했다. 영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둔 부분은 꽤 좋은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내가 듣는 곡을 캡처해서 SNS나 메신저로 공유할 때 상대적으로 덜 예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아무래도 앨범커버를 가리는 뭔가 어색한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재생 화면 왼쪽 하단에 인스타 공유 기능이 있어서 바로 공유를 할 수 있지만, 어느 부분을 듣고 있는지 알리는 것보단 곡 자체를 공유하는 데에 포커싱 되어 있다 보니 약간의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왼쪽 하단이나 좋아요(하트)가 있는 화면 중간 부분에 아이콘을 넣어 영상으로 넘어가게끔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예시를 만들어 보았다.
만약 썸네일로 궁금증을 유발하려 했었다면, 영상 아이콘을 한 번 클릭했을 때 영상의 썸네일을 먼저 보여줘도 좋을 것 같다.
사소한 아쉬움을 꼽아보자면, 홈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렸을 때 콘텐츠가 겹치는 부분을 꼽을 수 있겠다.
다른 앱들과 달리 플로의 홈 화면에 있는 텍스트 등의 콘텐츠가 스크롤을 내렸을 때 핸드폰의 상단 바와 겹치는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화면이 확장되어 보이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사실 크게 효과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고 텍스트가 겹쳤을 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상단바는 구분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음악 스트리밍 앱은 개인의 취향, 통신사, 요금제 등의 이유로 선택되곤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가 매일같이 자주 쓰곤 하는 앱 중 하나기 때문에, 사소한 변화도 편리함과 불편함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또한 유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 플로의 CS는 남다르다고 본다.
앱 스토어 리뷰를 며칠간 살펴본 결과 최근 리뷰에 대한 플로의 개발자(운영팀) 답변이 매우 빠르게 달렸다. 그것도 친절하고 친근하고 디테일하게!
서비스에 있어 개개인의 생각과 요구를 모두 맞춰줄 수는 없다는 것을 사실 유저들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이런 고객들의 크고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비스를 만난다면 적어도 '소통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각인될 것이다. 실제로 한 줄짜리 불만 가득한 리뷰에도 유저가 어떠한 어려움이었을지 예상하고 방법을 권유하는 식의 답변을 달아준 것을 보았다.
다른 스트리밍 앱들도 하나하나 꼬집어볼 순 없겠지만, 개발자 답변이 대부분 봇같은 느낌의 딱딱하고 반복적인 말들이었다. 물론 운영팀 담당자의 성향 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유저는 담당자의 성향을 분별하며 리뷰를 달지 않는다.
이런 친절한 플로씨 덕분일까, 물론 다른 이유들도 분명 있겠지만 내가 찾아본 다섯 개의 음악 스트리밍 앱(플로, 멜론, 지니, 벅스, 바이브) 중에 플로가 앱 평가 및 리뷰 점수가 가장 높았다.
결국 또 '좋은 서비스란 무엇일까'라고 매일 던지는 나의 질문에 플로를 알아보며 느껴지는 사실이 있었다.
유저의 사소한 반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비스, 갇혀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플로의 행보에도 기대하며, 조만간 계속 사용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