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앱 뜯기 06
취향을 업데이트 한다니, 유난스러운 말 같지만 현대카드의 다이브(DIVE)를 살펴보다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2019년 12월, 디지털 문화 콘텐츠 앱으로 시작한 DIVE는 오프라인 위주로 진행돼 온 현대카드의 브랜딩 활동을 온라인으로 확장한 문화 콘텐츠 공간이다. 출시부터 '*힙스터들의 새로운 성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라는 포부와 함께 출발한 만큼, '힙한 앱' 하면 DIVE가 단연 떠오른다.
DIVE는 출시한 2019년부터 2년 간 '스마트앱어워드 코리아'에서 브랜드, 콘텐츠 이노베이션대상을 차례로 수상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진 비교할 수 있는 앱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DIVE를 살펴보려 한다. 현대카드의 브랜딩이 얼마나 잘 녹여져 있는지 실제 현대카드 이용자로서, 종종 DIVE를 열어보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로서 바라보려 한다. 언제나 그랬듯 가볍고 편히 읽히길 :)
*힙스터(Hipster) : 유행을 따르지 않고 본인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일컫는 말
[ 목차 ]
1. 무한한 취향 콘텐츠의 향연 - 무한 스크롤링(Infinite Scrolling)
2. 왕관에는 이유가 있다 - 브랜딩이 묻어나는 콘텐츠
3. 심플한 게 가장 어렵다지 - UI/UX
4. 마무리
Facebook, Instagram, Twitter 등 유저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SNS 플랫폼이나 Pinterest, Google의 이미지 검색 등이 아니고서야 쉽게 보기 힘든 무한 스크롤링(Infinite Scrolling)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가볍게 훑을 수 있게 만들었다.
미리 내 취향에 맞게 설정한 카테고리 주제에 속한 콘텐츠들이 정말이지 끊임없이 나온다. 게다가 한 화면에 하나뿐인 콘텐츠의 아래쪽을 보면, 다음 콘텐츠가 존재를 어필하며 빼꼼히 내비치고 있다. 뭔가 더 내려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달까.
또한, 한 화면에 노출되는 콘텐츠를 한 개로 정한 것도 생각보다 큰 결정이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잦은 스와이프로 사용자의 피로가 쌓이는 단점이 있고, 카드형으로 된 썸네일만 보고 정작 콘텐츠 자체를 소비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단편적으로 보면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카드형 UI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한 화면에 한 개만, 무한 스크롤링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든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만든 최선의 것이라기 보단, 현대카드의 Identity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CEO가 그의 브랜딩 강의에서 현대카드의 브랜딩 매트릭스를 설명하며 UX는 시각이 아니라 체험이기 때문에 앱을 다르게 개발하더라도 UX는 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앱을 열든 속도와 느낌은 같아야 소란스러운 가운데 질서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새기며 생각해보면 카드형 UI를 넘기는 스와이핑 속도도, DIVE가 주는 UX의 느낌도 '현대카드가 갖고 있는 질서'를 고려하며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것은 결국 리스크가 아닌 'Identity'로써의 역할을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2020 스마트앱어워드 코리아에서 <브랜드 이노베이션대상>을 수상하며 받은 평가 의견 중에도 콘텐츠의 우수성을 언급하는 평가가 많았다. 제공되는 콘텐츠가 알차고 유용하며 개인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이 선호하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조명하는 점이 우수하다는 평이었다.
우선 DIVE의 질 좋은 콘텐츠는 콘텐츠마다의 타이틀부터 다르다.
닭꼬치 맛집을 소개하는 글에 '서늘한 날씨 뜨거운 맛'이라니, 신상 골프 스페이스 소개 글엔 '스윙 마이 베이비'를 써냈다. 넥스트레벨 노래가 곳곳에서 들리니 브랜드의 게임 활용 방법에 대한 콘텐츠 제목이 '어나더 레벨 오락실' 이란다. 또, 주야장천 들었지만 아직도 어색한 메타버스에 대한 콘텐츠는 '이토록 낯선 세계관에서'라는 제목을 뽑아냈다.
물론 에디터 개인의 능력일 수도 있겠지만 현대카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몇 글자 되지 않는 타이틀에서 느껴졌다.
현대카드의 브랜딩 철학이 집약된 단어라고 소개된 Bold(대담하고 힘 있는), Insightful(통찰력있는), Witty(재치있고 재미를 즐기는) 중 Witty에 가장 가까운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참고한 기사 : 현대카드의 브랜딩 철학…'정태영 부회장의 강의'
DIVE의 콘텐츠들을 찾아 읽노라면 '알차다'라고 많이 느껴진다.
좋은 기획과 콘텐츠 요소들의 적절한 배치 및 구성. 또한, 해시태그와 연관 포스트는 가볍게 다른 주제들로 넘어갈 수 있게 돕는다.
실제로 앱스토어 리뷰 몇 개만 봐도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단 검색과 필터, 하단 GNB 영역은 모두 심플하고 직관적인 아이콘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앱의 UI와 유난스럽지 않은 화면들은 과하거나 덜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한다.
이렇게 몇 안 되는 화면을 살펴보며 든 생각은 '불필요한 것들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콘텐츠' 외엔 앱이 주는 다른 경험이나 별다른 기능이 없다. 그래서 가볍고, 부담 없다.
그렇다면 DIVE는 왜, 이토록 가벼우면서 부담 없이 느껴질까?
아마 어쩌면 DIVE라는 앱이 가지는 특수한 이유가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앱 자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결국 DIVE는 현대카드가 '현대카드'를 브랜딩 하기 위해 만든 수단 중 하나다.
다른 수많은 앱들이 가지는 앱을 통해 회원이나 고객, 구독자 등을 늘리거나 상품을 파는 등의 궁극적인 목적이 DIVE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숨겨진 속내가 주는 부담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부담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앱의 목적이 어쨌건, 현대카드의 DIVE는 가장 힙스럽고, 트렌디한 앱이라 설명되기에 손색이 없는 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들 '현대카드 느낌이네' 하고 맞장구칠만한 브랜드 이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렇게 확실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나아가는 DIVE, 현대카드의 행보에 계속해서 눈여겨보고 싶다. 앞으로도 양질의 콘텐츠와 멋진 브랜딩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해주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