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설계되지 못한 이야기를 커버하는 압도적 스펙터클

2025_51. 영화 <아바타: 불과 재>

by 주유소가맥

스포일러 주의


1.

벌써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한 지도 3년이 흘렀다. 3년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지난 1편 이후 속편 개봉까지 13년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지 않았을까. 이 시리즈는 영화 스케일만큼이나 관객들의 인내심까지 그 크기를 한층 더 넓혀준다. 어쨌든 2025년 가장 큰 화제작이 개봉했다.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렸음은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2.

아마 아바타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사는 그 어떤 영화보다 볼거리에 치중되어 있을 것이다. 90년대에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 등에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의 획기적인 활용을 두고 할리우드 영상 혁명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아마 영화 <아바타> 시리즈는 그때 이후로 '영상 혁명'이라는 것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영화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명성에 걸맞게 이번 영화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 3>) 역시 화려한 영상 효과의 끝을 달린다.


아바타 불과 재 포토.jpeg 영화 <아바타: 불과 재>

물론 아이맥스 3D 2만 2천 원이라는 돈이 영화 한 편 값으로 비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개봉한 영화 중 소위 '돈값'을 하기 위해 이 정도로 노력한 영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시각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은 확실히 준다. 이제 그 인기가 한층 사그라들어 예전만큼 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3D 효과 또한 오랜만에 경험하였는데, 활을 쏘는 장면이라든가, 이크란을 통한 활공 장면 등, 입체감을 불어넣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3D 경험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단순히 액션뿐만 아니라, 하늘에 날리는 재, 튀는 물방울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영화 전반적으로 입체감을 더한다.


사실, 이번 편에서 보여준 CG로 구현한 불이 지난 2편에서 보여줬던 물 CG만큼의 충격적이냐 물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판도라 세계는 여전히 매혹적이며, 전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활약하는 무대가 되는 바다는 여전히 놀라움을 자아낸다.


3.

단순히 컴퓨터 그래픽만을 놓고 보더라도 눈요기가 되는데, 여기에 더 나아가 액션까지 그 즐거움에 한몫 더한다. 특히 후반 대규모 전투 장면은 다소 길어 호흡이 늘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영화의 액션이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아바타 불과 재 포토 (1).jpeg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속도감을 가져가겠다고 컷을 잘게 쪼개고, 또 현장감을 주겠다고 일부러 흔들리는 화면을 붙이는 액션 영화들이 꽤 많은데, 많은 영화들이 속도감과 현장감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정작 액션의 흐름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반면 <아바타 3>는 이런 부분을 최대한 줄여 그들이 의도한 액션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도록 화면에 담아내 주고받는 합에서 소위 액션의 서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분명한 장점이다. 더 나아가 영화는 어두운 배경에서도 시야를 충분히 밝혀 캐릭터들을 구분 짓게 하는데, 글로 읽으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캐릭터 구분도 힘들 정도로 화면을 뭉개는 영화들이 꽤 있어, 이번 <아바타 3>를 볼 때 간만에 탁 트인 기분으로 액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4.

역대 <아바타> 시리즈들이 그러했듯, 시각 효과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라는 것이 시각 효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각 효과란 결국 서사를 뒷받침해야 한다. 물론 영화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서사보다 시각 효과를 더 중요한 위치에 놓고 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사 자체를 빼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바타 3>는 이 부분에서 큰 패착을 보인다.


물론 나름대로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은 많이 보인다. 이전 편들에 비해 꽤 다층적으로 인물 관계를 설정한다. 착한 나비족과 나쁜 인간으로 구성했던 지난 두 편의 1:1 대립 상황은 인간과 나비족, 그리고 툴쿤과 나비족으로 새롭게 재편하여 기존 나비족들이 가지고 있던 옳음, 정의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더해 그들이 믿는 신은 왜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응답하지 않는 것인지, 믿음을 보상받지 못한 신자들에게 과연 신이란 어떤 존재인지 나름 종교적인 이야기까지 풀어놓는다.


아바타 불과 재 포토 (2).jpeg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이러한 종교적 메타포는 키리에게 '에이와의 딸'이라는 처녀수태 설정까지 집어넣어 노골적으로 활용한다. 세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인데 이쯤에서 끝날까. 다음으로 키리와 함께 이번 편의 중심이 되는 인물, 스파이더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에 추가된다.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나비족의 삶을 사는 스파이더가 인간 아버지와 나비족 아버지 사이에서 가지는 갈등은 키리의 정체성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이쯤까지만 해도 꽤 많은 이야기가 채워지지만 해결해야 할 갈등은 몇 가지 더 남아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에서 오는 자괴감, 자신 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로아크는 형을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하고, 아버지 설리와의 관계도 해결해야 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인 설리는 자신이 부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린 선택이 잘못된 선택인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뇌한다. 로아크와 함께 나비족의 편에서 인간과 싸우다 추방된 파야칸이 어떻게 본인의 무리로 돌아올지, 그리고 툴쿤족은 어떻게 선조들의 약속을 깨고 인간과 맞서 싸우게 되는지, 풀어내야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5.

그렇다, 너무 많다. 그래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 이 모든 것들이 명확히 정리가 안된다. 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모든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산발적이게 느껴진다. 갈등을 구성하는 방식 또한 안일하다. 사실상 2편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납치와 구출의 반복이다. 후반부쯤 되면 이번에는 누가 납치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주요 인물들 사이의 분량 분배나 캐릭터 설계 또한 많은 부분 아쉬움을 보인다. 키리와 스파이더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자살시도까지 이르게 되는 로아크의 갈등은 설리가 '인정한다'는 말 한마디쯤으로 대충 마무리한다.


설리는 1편 이후로 계속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캐릭터다. 그는 '위대한 토르크 막토'로 화려하게 1편을 이끌었지만 2편 시작과 동시에 도망을 선택했고, 그 뒤로 보여주는 모습 또한 나비족을 이끄는 위대한 전사보다는 아집 강하고 고지식한 아버지 정도에 가깝다. 아마 제이크 설리의 선택 하나하나에 답답함을 느꼈을 관객들이 꽤 있을 것이다. 심지어 오랜만에 등장한 토르크 또한 별 활약 없이 추락해버려 설리라는 캐릭터가, 그리고 토르크 막토라는 설정이 가졌어야 할 위상이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바타 불과 재 포토 (4).jpeg 영화 <아바타: 불과 재>

망콴 부족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만 후반부 존재감은 먼지처럼 사라진다. 오마티카야 부족과 멧카이나 부족에게는 각 부족의 특징에 맞는 개성 있는 액션을 부여했지만 망콴 부족은 '재의 부족'이라 이름 붙였을 뿐 ‘화산 지대에 산다’, ‘불 화살을 쏜다’ 정도 외에는 이렇다 할 개성 있는 액션이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극 중후반부부터는 망콴 부족의 주요 인물인 바랑이 쿼리치의 여자친구쯤으로 활용된다. 물론 바랑을 따르는 망콴 부족 또한 쿼리치의 나비족 수하 정도로 활용되는 것으로 그친다.


시각 효과에 집중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각본의 깊이가 조금 얕아도, 이야기가 다소 단순하게 느껴져도 어느 정도 양해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아바타> 시리즈를 보면서 실증적인 논의나 존재론적인 고찰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은 100분 내외일 때 이야기다. 러닝타임이 3시간 17분이나 나왔으면 단순한 이야기를 스펙터클로만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까지 고려했어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전편도 그렇고, 이번 편도 그렇고 이 영화가 구태여 왜 3시간을 넘어야 하는지 그 당위를 여전히 찾지 못하였다.


6.

사실 각본의 문제는 2편에서도 꽤 크게 느꼈던 부분이다. 굳이 따지자면 <아바타 3>는 전편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다. 3시간이나 극을 진행하고도 중간에 끊긴 느낌이 강했던, 요컨대 2부작 영화의 파트 1에 해당하는 느낌이 강했던 2편에 비하면 이번 3편은 한 작품 내에서 이야기 완결도 확실하고, 극 전개에 속도가 붙었다. 각본이 꽤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시각 효과의 압도적인 완성도로 인해 그 아쉬움이 크게 부각되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단점들을 늘여놨지만, 우선 기본적으로 재밌는 영화다. 여느 영화나 마찬가지지만, 당연하게도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바타 불과 재 포토 (3).jpeg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어떤 영화가 되었든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는 없다. 물론, 해당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선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평론가가 아닌 이상에야 굳이 보기 싫은 영화를 억지로 봐가면서까지 평가할 이유도 없다. <아바타 3> 또한 마찬가지다.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볼 거라면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바타> 시리즈만큼 관람환경에 따른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도 드물 것이다. 아마 극장에서 본 사람은 장점을 두드러지게, 그 외 환경에서 본다면 단점을 두드러지게 보지 않을까.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영화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따져보기 전에 우선 극장에 달려가보는 것이 어떨까, 과감하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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