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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Apr 05. 2023

스포츠 영화는 많이들 진부해요, 그렇지만 효과적이죠

2023_19. 영화 <리바운드>

1.

 실패한 선수가 있다. 짧은 순간의 영광을 뒤로한 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인생들이 있다. 평범하거나 실패한, 어쨌든 아무도 그들을 눈여겨보지 않고 가끔은 손가락질까지 받는다. 그들이 모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뭘 할 수 조차 없는 오합지졸이다. 그들을 모은 누군가도 성공할 거란 생각보다 당장의 필요에 의해 구색 정도만 맞추려는 생각이다. 물론 제대로 된 지원도 없고, 당연하게도 기대하는 이 하나 없다. 그러나 그 오합지졸은 곧 그들의 도전에 진심이 된다. 


영화 <리바운드>

 아, 물론 그 사이 한번 삐걱대고(주로 선수단의 주인공과 불편한 과거가 있는 삐딱한 라이벌에 의해) '그러면 그렇지'라는 대중의 평가 후에 다시 한번 뭉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엄청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들 나름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끝난다.(특히 주인공 무리에서 유난히 뒤처지던 선수가 항상 실패하던 동작 혹은 기술을 성공하는 장면이 들어간다) 그 영화가 실화 기반이라면 스텝롤이 올라가며(혹은 그 직전에) 실제 인물 사진이 함께 나오는 것은 필수다.


2.

 위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가? 아무래도 스포츠 영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영화의 배경은? 스포츠 종목은? 실화 바탕이라면 실제 인물은? 이제 읽는 사람 모두가 각자 다 다른 영화를 생각할 것이다. 위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따르는 공식이기 때문이다. 당장 아무 스포츠 영화를 찾아보고 줄거리를 축약시켜 본다면 위의 몇 줄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지만, 스포츠 영화는 대부분 그 어떤 영화보다 일괄적인 각본을 따른다.


3.

영화 <리바운드>

 영화 <리바운드>는 지난 2012년,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전국 중고교농구대회 결승에 올라간 부산 중앙고 코치와 선수단 6명의 실화를 다룬 스포츠 영화다. 사실 이 영화에 특별할 것은 없다. 과감한 도전이랄 것이 크게 보이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에 큰 스토리 또한 위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학교는 농구단 간판만 유지하기 위해 선수 생활에 실패한 공익 근무 요원을 코치로 영입한다. 코치는 동네를 떠돌며 농구 좀 할 것 같다 싶은 학생들을 모은다. 한두 차례 부침은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킨다. 스포츠 영화의 정형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과감한 도전이 없다',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라는 이유로 이 영화를 비판할 것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4.

 특별할 것 없이 뻔한 이야기지만, 스포츠 영화는 뻔한 이야기라 좋기도 하다. 정공법에 따른 보장된 감동을 준다는 것, 이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진부하다' 정도의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또 그것을 부정하려는 것 또한 아니다. 다만, 스포츠 영화에서 이것을 단점으로만 보기에는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사실, 그 뻔한 작법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조금 안 좋게 이야기하자면 기본이 부족한 영화들을 많이 봐오지 않았는가. <리바운드>가 완벽한 영화는 물론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족한 영화로 평가할 수는 없다. 스포츠 장르가 가지고 있는 획일성 안에서 충분히 재밌게 잘 풀어낸 영화임은 확실하다.


영화 <리바운드>

 일괄적인 각본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각본을 기반으로 영화를 수십 년째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관객들이 그런 영화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사실 새롭고 신선한 방식을 개척할 생각이 없다면, 그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비판 의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나 또한 우후죽순 나오는 비슷비슷한 영화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형편없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럴듯한 만듦새의 진부한 영화를 보고 싶다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새로운 도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관객들의 평을 살펴보면 스포츠 영화는 타 장르보다 이 말이 더 쉽게 적용되는 편인 것 같긴 하다.(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5.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 <기억의 밤>에서 느꼈던 감독의 아쉬운 연출이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감독의 연출력, 스포츠 장르 특유의 유사성 같은 영화 내 보다 외적으로 얻는 아쉬움이 더 크다.


 영화 주인공의 모델이 된 인물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한국 프로팀에서 은퇴한 일본 농구 팀 후쿠시마 파이어본즈 소속의 천기범 선수다. 개인적으로 농구에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국내 프로리그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았던 선수이기에 그의 행적을 몰랐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 와 알게 되었다. 아무리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하려고 해도, 모델이 되는 실존 인물의 행적이 그렇다 보니 극에 대한 몰입을 깨지는 순간이 왕왕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영화 <리바운드>

 다만, 실제 인물의 행실을 차치한다면, 스포츠 영화의 정공법을 따라간, 무난하게 보고 무난하게 감동받을 수 있는 스포츠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실화 기반 영화와 실존 인물의 행적을 별개로 놓고 봐야 할지는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없는 개인의 판단이다. 결국 어떻게 영화를 감상할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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