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유소가맥 Apr 14. 2023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존 윅은 한 명이라도 더 죽입니다

2023_20. 영화 <존 윅 4>

1.

 '최근 가장 좋았던 액션 영화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존 윅>을 대답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 '최근 가장 좋았던 액션 장면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한다면 주저 않고 <존 윅> 시리즈에 나온 액션이라고 답할 것이다. 다들 <존 윅> 시리즈를 평가하는 말이 그러지 않는가, 헐리웃 액션 영화에서 대세였던 쉐이키 캠에서 벗어나 정적이고 고정된 앵글을 사용했다던가,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실존하는 사격술을 이용했다던가, 탄창에 총알을 하나씩 세어가며 싸우는 것을 통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조금 더 현실적인 액션 장면을 연출했다던가.


영화 <존 윅 4>

 나 또한 공감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액션을 숨기든, 현장감을 극대화하든, 어떤 의도였든지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시각 정보 전달 효과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부족한 컴퓨터 그래픽을 숨기기 위해 비 내리는 어두운 밤을 무대로 삼는 것도 싫어하는 편이다) 때문에 그런 촬영과 거리를 뒀던 <존 윅>의 액션 장면을 더 큰 호감을 가지고 봤다.


2.

 이렇게 즐겁게 봤던 1, 2편이 있어서 더욱 크게 실망스러웠던 <존 윅 3: 파라벨룸>(이하 <존 윅 3>) 때문이었을까, 4편을, 그것도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을 지켜봐야 하나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애초에 <존 윅> 시리즈가 2시간 49분이나 될 필요가 있나? 우리 모두 솔직해집시다. 사람 죽이는 것 외에는 관객들에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 그렇게까지 많은 영화는 아니지 않나?


영화 <존 윅 4>

 이런저런 생각은 있었지만, 어쨌든 '영화는 내 눈으로 직접'이라는 일념 하나로 개봉 당일 극장으로 향했고, 나는 <존 윅 4>를 앞서 얘기한 '최근 가장 좋았던 액션 장면이 무엇이냐'에 정확히 부합하는 영화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3.

 <존 윅 3>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느린 호흡을 완화시키려 했던 노력이 확실히 눈에 띈다. 어려운 일이었을 것임은 인정한다. <존 윅 3>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세계관을 확장시켜 놓았다. 속편이 나올수록 새롭게 해야 할 이야기는 필요했을 것이니 이해는 한다만 어쨌든 이 때문에 구구절절한 대사가 많아져 호흡이 늘어졌다, 전편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요소들로 짐작하게 했던 설정들이 대놓고 구체화되니 이질감이 느껴지고 흥미도 떨어졌다.


영화 <존 윅 4>

 <존 윅 4>는 전편의 이러한 단점들을 최대한 덜어내고 스토리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설정(최고 회의 결투)만 새로 추가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초중반, 늘어지고 조금은 지루한 장면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 편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영화 <존 윅 4>

 액션 시퀀스들은 전체적으로 굉장하다. 특히 영화 후반, 파리 액션씬은 단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개선문 로터리를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살자들과 존 윅의 대결은 엄청난 긴장감과 속도감을 조성하며 몰입감을 높여준다. 빈 저택에서 펼쳐지는 존 윅의 'Dragon's Breath' 전투는 직부감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연출을 보여준다. 또한 222 계단 액션씬은 말 그대로 처절하게 '시체로 산을 쌓는' 존 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파리 액션씬만을 위해 영화를 재관람하겠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것이다.


5.

영화 <존 윅 4>

 다만 극 초반 콘티넨탈 호텔 오사카 지점에서 보인 액션은 조금 의아할 수 있다. 구태여 활과 칼을 들고나가는 일본 암살자들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 하긴 하지만, 존 윅 세계관에는 사실상 무적에 가까운 방탄 슈트가 있으니 총이 아닌 다른 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영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쌍절곤을 들고 킬러들의 머리를 휘갈기는 존 윅'과 같이 색다른 소품을 구경하는 것은 꽤 재밌는 일이긴 하다. 사실 한편으론 '도대체 헐리웃에게 오리엔탈리즘과 와패니즈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어쨌든, 전편보다 낫다.


6.

 전편에서처럼 동양권 스타일을 접목해 액션을 보다 다양화시키려는 목표가 확실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키 포인트로 견자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여주는 액션은 언제나 그렇듯 놀랍고, 즐겁다. 하지만 새롭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중화권 액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다만 극 중 나오는 다양한 액션에 겹붙임 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7.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영화로써도 괜찮게 작동한다. 4편 동안 이어진 존 윅 캐릭터의 대장정을 마무리 지으면서, 적당히 다른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열어둔 설정들도 영리하다. 이미 같은 세계관의 드라마가 두 편이나 기획된 현재, 이와 같은 설정들이 더더욱 중요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8.

 비단 <존 윅>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런 거 할 시간에 존 윅은 한 사람이라도 더 죽입니다'라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밈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시리즈의 마지막까지 존 윅은 한 명이라도 더 죽인다. 심지어 극 중 오사카 컨티넨탈 호텔 지배인인 시마즈 코지는 존윅에게 '최대한 많이 죽여달라'라고 부탁까지 한다. 사실 1편에서 보여줬던 존 윅 세계와 4편에서 보여줬던 존 윅 세계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어졌지만 어쨌든 존 윅 팬들이 1편을 봤을 때 느꼈을 압도적인 액션의 짜릿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액션 수작임은 분명하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2386

매거진의 이전글 스포츠 영화는 많이들 진부해요, 그렇지만 효과적이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