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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Jun 08. 2023

아무튼 리부트도 하고 어쨌든 속편도 낸 변신로봇 시리즈

2023_28.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 스포일러 주의


1.

영화 <트랜스포머>

 영화 <트랜스포머>를 처음 봤을 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 중 '나이가 들어도 흥분할 수밖에 없는 3대 로망'이라는 약간은 한심한 나만의 리스트가 있는데, 바로 로봇, 괴물, 영웅이다. 이 세 가지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심장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 소재다. 영화 <트랜스포머>는 내가 처음으로 본 제대로 된 '변신 로봇' 실사 영화였다. 특촬물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들을 통해 로봇을 본 적이야 많았지만, 이처럼 화려하고 현실적인 CG 기술을 통해 로봇을 구현한 영화는 <트랜스포머>가 처음이었다. 3대 로망 중 첫 번째, 심지어 변신까지 하는 거대 로봇을 마주했을 때 그 기분이란.


2.

 다만, 이는 1편 한정 이야기. 냉정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후 나온 속편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더 이상 할 말 없는 이야기를 어디까지 질질 끌어가나'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왜 2시간 반이 훌쩍 넘어가는 러닝타임을 가져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어쨌든 흥행은 되었으니 할리우드에서 이 소재를 놓을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영화 <범블비>를 기점으로 리부트 되었으며,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속편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으로 돌아왔다, 오토봇이.


3.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다소 유치하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정도로 느껴진다. 개봉 전, '편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사람 손을 거쳐 중구난방이 되었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실제로 여러 사람 손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결과물만 봤을 때는 최악의 편집본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범블비>

 여전히 인간 캐릭터들의 분량이 상당히 많지만, 그럼에도 로봇 캐릭터들과 유기적으로 묶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적이라고까지는 말 못 한다. 리부트 첫 작품이었던 영화 <범블비>에서도 두 종족 간의 조화를 감정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크게 눈에 띄었다. <범블비>에서는 소녀 한 명, 로봇 한 기이고, 영화 자체가 두 캐릭터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번 영화까지 보고 나니 리부트 시리즈가 지향하는 노선이 아예 이쪽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범블비>도,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한다.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액션 포커스는 확실히 로봇들에게 옮겼다. 때문에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리부트 전 시리즈와 확실히 비교된다. 다만 거대 로봇임에도 육중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움직임, 다소 부산스러운 액션은 이번 편에서도 여전히 느껴지는데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보인다.(이쯤 되면 딱히 고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4.

 트랜스포머, 다시 말해 이름부터가 외형을 바꾸는 것들이지 않는가. 트랜스포머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정체성이 되는 설정은 '변신'이라고 생각한다. 변신을 활용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트랜스포머여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실제로 리부트 이전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받는 큰 비판 중 하나가 변신로봇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도 있으니 비단 나 혼자만의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이번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는 '전보다는' 변신하는 로봇을 활용하고자 했다. 미라지 쓰레기차 변신, 옵티머스 프라임, 옵티머스 프라이멀, 노아의 탈출 장면 등 로봇들의 변신 전후를 활용하고자 한 것 같다. 사실 오토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맥시멀이다. 어째서 맥시멀들이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점은 남지만, 어쨌든 꽤나 괜찮은 디자인이다. 변신 전후 또한 꽤나 멋들어졌는데, 맥시멀 변신 장면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만, 변신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느냐, 그것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자체가 이미 7편이나 나온 상황이기에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또 로봇에서 자동차로 변하는 과정이 전과 같은 신선함을 주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리즈 자체도 변신 전과 변신 후 디자인 자체는 신경 쓰는 것 같으나 변신 장면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다. 전율을 느꼈던 1편의 변신 장면에 비해 갈수록 어물쩍 넘어가려고 변신 로봇들이 아쉬울 따름이다.


5.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황폐한 공터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으레 비슷하듯, 이번 영화의 최종 전투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최종 전투가 벌어진 전장이 연상되는데, 약간의 기시감과는 별개로 마지막 전투 장면은 나름 흥미진진했다.


 다만 한 가지 당황스러웠던 것은 주인공과 미라지의 합체(?) 액션 장면이다. 찾아보니 원작에 존재하는 설정이라고는 한다만 원작 설정을 모르는 관객들이 대다수다 보니 아마 많은 이들이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아무리 리부트 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웬만한 것들은 이미 보여준 것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런 것도 나올 수 있겠다' 생각한 설정이긴 했으나, 예상했던 충격과 실제 마주한 당혹감의 격차는 꽤나 크다.


6.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많이 유치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인공 두 형제가 보여주는 우애는 지나치게 단순하게 묘사되었고, 오토봇들과 인간들 사이의 의리는 흡사 유아용 소년만화와 비슷하다. 범블비가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이렇게까지 편의적으로, 대충 뭉개고 넘어가나?'라는 생각에 실소도 약간 흘렀다. 컴퓨터 그래픽 또한 유려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는데 특히 최종 전투장면에서 보였던 몇몇 CG는 부족함이 크게 눈에 띄어 아쉬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리부트 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이야기 자체가 나름 매끄러워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완벽하게 부활한 시리즈'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리부트 반복될 시리즈'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흥행 성적을 봐야겠지만.


영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덧붙여 지.아이.조 시리즈와 크로스오버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글쎄다. 물론 두 시리즈의 연계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과 실제 코믹스를 통해 콜라보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연계를 기획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지.아이.조 스핀오프 영화평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단 두 실사 영화 시리즈 모두 어느 정도 안착시키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가볍게 가능성만 열어둔 것이라면 큰 문제야 없겠지만, MCU 이후 지나치게 세계관 확장에 집중하는 시리즈들을 보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7.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어쨌든 '3대 로망'의 첫 번째 축을 담당하는 로봇, 그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가 또 하나 개봉했다. 영화 <트랜스포머>가 개봉한 것도 벌써 16년 전이고 이젠 내가 이 영화의 주 소비층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1편의 그 전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마음이다. 이왕 리부트도 했으니 한번 잘해봐서 앞으로 나올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꼭 그런 영화가 되어주길 바란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5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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