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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May 31. 2023

안정적인 시리즈 안착을 위한 발판, 빌드업 그리고 편법

2023_27. 영화 <범죄도시 3>

1.

 영화에 대한 호불호야 물론 존재하겠지만 어쨌든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흥행한 시리즈 물이라는 것에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영화 중 (전편만큼은 아니더라도 3편의 흥행도 사실상 어느 정도 보장되었고, 현재 4편 촬영도 마무리 됐으니) 이렇게 안정적으로 흥행 성적을 유지하면서 3편 이상 이어온 시리즈를 찾기 힘들다.


영화 <범죄도시 2>

 특히 작년 이맘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꽤 오랜 시간 침체기를 겪었던 극장가에 천만관객 돌파를 안겨준 <범죄도시 2>를 생각하면, 영화업계 종사자가 아님에도 꽤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범죄도시 3>는 꽤 반가운 영화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봐도 내가 이 영화를 개봉날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당연히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향했다.


2.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자체는 크게 신선하지 않다. 앞서 두 번이나 반복된 이야기라 새롭게 느끼기 쉽지 않다. 이는 비단 한국 영화 시장, 범죄도시 시리즈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시장 어떤 곳에서 만들어진 시리즈라도 가지고 있을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동어반복으로 느낄 피로감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분명히 맞다. 그러나 관객들이 이 시리즈에 바라는 게 너무 명확하게 존재하고, 그 익숙함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흥행에 있어서 큰 약점까지는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여하튼 아량 넓은 관객들은 2편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세 번까지는 그냥 봐주지 않는다. 따라서 시리즈물은 늦어도 3편부터 크고 작은 변주를 주기 시작하는데, 영화 <범죄도시 3>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3.

영화 <범죄도시 3>

 관객들이 가장 먼저 느낄 변화는 액션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짧은 액션씬을 본 뒤 자연스럽게 들었던 생각은 ‘무술감독 바뀌었나?’였다. 물론 나쁜 의미는 아니다. 그만큼 액션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전편에서는 주인공의 파워로 밀어붙이는 액션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보다 가볍고 속도감 느껴지는 액션이 주를 이룬다. 보다 테크니컬한 복싱 스타일의 액션을 첨가하고 육중한 배우의 몸으로 가볍게 위빙을 섞는다.


 물론 과정이 조금 바뀌었을 뿐, 교통사고에 가까운 묵직한 마동석 주먹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변함없기 때문에 이를 기대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섭섭하진 않을 것이다. 액션 수위 쪽을 살펴보면 상당히 완화되었다. 1편은 아예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었으니 논외로 친다지만, 2편과 비교해도 비교적 수위가 낮다. 시리즈를 길게 이끌고 가기 위해, 즉, 흥행을 위한 선택으로 예상한다.


4.

 이번 영화에서 배경이 소개되기 전에 가벼운 액션이 나와서 그렇지, 사실 변화를 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배경과 인물을 바꾸는 것이다. <범죄도시 3> 역시 배경과 등장인물을 갈아엎었다. 이미 개봉 전부터 나왔던 캐스팅 기사로 알고는 있었지만 주인공 마석도 빼고 모두 바뀌었다. 새로운 판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다짐은 충분히 알겠다만, 아쉬운 것은 그 바뀐 캐릭터들이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마석도 주변인물 1, 2 정도라는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 3>

 물론 기존 영화들도 주인공 원툴 영화인 것은 맞지만 최소한의 팀플레이는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편은 더더욱 마석도 원맨쇼에 가까워졌다. 새로 판을 깐 광수대 인물들은 마석도가 모든 일을 해결하면 뒤늦게 '석도야!' 하는 정도의 역할뿐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인물 활용을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새 판을 위해 바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마석도 캐릭터 설정도 상당히 변했다. 1편의 마석도와 2, 3편의 마석도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적당히 나쁜 짓이면 적당히 봐주고 본인 스스로도 마냥 정의롭다 내세우긴 뭐 하지만 선을 넘으면 물불 안 가리고 이 잡듯이 잡는 형사에서 범죄라면 들이받고 보는 열혈 형사 캐릭터로 변했다. 이 변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앞으로 잡음이 나올 일은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영화 <범죄도시 3>

 개봉 전 기사에서도 충분히 나왔다시피 악당 또한 전작과 다르게 둘로 늘었다. 배경을 광수대로 옮기고, 악당을 둘로 늘이고, 배경은 일본으로 뻗어나간다. 전과는 때깔이 조금 달라졌다. 앞선 두 편에서는 보다 날 것의 모습을 보인 반면, 이번 편은 전반적으로 깔끔한 톤을 유지하려고 의도한 것이 느껴졌다. 이 변화들은 판을 더 키우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다소 산만하게 느꼈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앞 두 편은 사실상 캐릭터에 기대 기세로 밀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두 갈래로 나뉘어 버리니 힘이 조금 빠지는 것이 보인다.


 긴장감이 빠지는 것은 비단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악당이 가진 존재감 또한 반감되었다. 악당이 둘이니 존재감도 분산된다. 물론, 이번 편 악당 주성철과 리키가 악랄한 것도 맞고 무지막지한 놈인 것도 맞으나 1, 2편 악당들만큼 캐릭터 빌드업이 잘되었느냐 물어보면 시원하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장첸, 강해상처럼 오랫동안 회자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6.

영화 <범죄도시 3>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꽤 좋은 편이다. 이번 편을 통해 이준혁 배우의 연기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눈빛 연기가 상당히 좋았다. 이준혁 배우를 생각할 때, 날카로운 인상보다는 큰 눈에 부드러운 눈빛을 주로 생각했지만 이번 편에서 보여준 배우의 눈빛은 큰 반전이었다.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눈깔 연기'라고 표현했는데, 속된 말로 '눈깔을 부라리는 것'을 보면 참, 그것만큼 적합한 단어가 없는 것 같다.


7.

영화 <범죄도시 3>

 똑같은 패턴의 유머지만 아직까지는 타율이 꽤 괜찮은 편이다. 단순하게 재밌다. 상영관 내 관객 전체적으로 빵 터진 장면들도 몇 개 있었으니, 관객 취향에 맞추는 것은 성공한 것 같다. 전편에 비해 코미디 비율이 높아졌고, 자잘한 농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니 (원래 그런 시리즈긴 하지만)진지해질 틈이 크게 없어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다. 다만 2015년, 그러니까 8년 전이 배경인 걸 감안하고도 올드한 농담이 나오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이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8.

 이번 편은 시리즈를 안착시키겠다는 야망이 크게 느껴진다. 물론 시리즈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한편 한 편의 재미와 개성도 중요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 도약하는 것도 맞지만, 이렇게 빌드업 역할을 하는 편 또한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아마 이번 3편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빌드업 편이 되지 않을까.


9.

영화 <범죄도시 3>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어쨌든 재밌다, 재밌는 영화다. 전 편에 비해 아쉬운 점이 조금 더 눈에 밟히긴 하지만 어쨌든 관객들의 니즈는 충족한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안전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벌이는 무쌍이 꽤나 통쾌하다. 애초에 이 영화는 기획도, 각본도, 연출도 그 외의 모든 것들도 마동석의 압도적인 주먹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 셈이라고 본다. 사실 애당초 진지한 담론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기대하고 보는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10.

 다만, 영화 외적으로 아쉬운 점은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범죄도시는 2023년 5월 31일 개봉이지만 유료 시사회 명목으로 5월 27일 토요일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나는 '이게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물론 '영화 개봉은 반드시 수요일에 해야 한다'며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거대 프랜차이즈 영화가 많은 일정을 고려하며 개봉일을 정했을 다른 영화들의 상영회차를 뺏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은 것일까? 실제로 내가 자주 가는 영화관만 하더라도 5월 27일 <범죄도시 3> 유료 시사회 상영 회차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과 같은 상영관에서 상영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상영회차가 두 번이나 줄었다.


 당연히 영화와 극장 입장에서는 돈이 더 될 법한 영화를 상영관에 걸어두고 싶을 것이다.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과 부처님 오신 날 연휴 특수를 모두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당연히 돈이 더 되는 쪽을 선택한 것이겠지. 어떤 의도로 소위 꼼수상영, 변칙상영을 했을지 이해는 간다. 아니, '이해가 간다'라는 말보다는 '노골적으로 눈에 보인다'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영화 <범죄도시 3>

 이미 정식 개봉일 전에 50만에 가까운 관객이 들어 이를 홍보하는 기사가 몇몇 올라왔다. 이번 주말쯤 '개봉 첫 주만에 관객수 XX만 돌파!'라는 기사가 올라올게 눈에 보인다. 상업 영화가 흥행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그것도 전편이 1000만이 넘었던, 우려보다는 기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가.


 물론 이런 변칙 상영은 <범죄도시 3> 이전에도 전야개봉, 프리미어 시사 등 이름을 바꿔가며 꾸준히 존재해 왔다. 비단 <범죄도시 3>만의 문제는 아니다. 크게 흥행한 영화 한 편이 아니라 다양한 영화 여러 편 나오는 영화 시장이 건강하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물론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범죄도시 3>보다 반드시 상영이 더 되어야 한다거나, 더 좋은 영화라는 의미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번 사례를 통해 예시를 든 것이다)


 이번 <범죄도시> 변칙 상영에 대한 기사가 꽤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영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다 발전된 영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논의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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