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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Jul 15. 2023

시간과 기술의 선형성에 저항하는 톰 크루즈

2023_33.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1.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목표가 단순히 '영화 잘 찍기', '액션 잘 찍기'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환갑이 넘는 나이에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궁극적으로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아마 '아날로그 가치'가 아닐까 싶다. 작년 영화 <탑 건: 매버릭>(이하 <탑 건 2>)에서도, 그리고 이번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 7>)에서도 영화 속 세계와 함께 아날로그가 가진 가치를 지켜낸다.


2.

영화 <탑 건: 매버릭>

 영화 <탑 건 2>에서 그가 기술 발전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배치다.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차세대 비행체 다크스타에 탑승하는 매버릭으로 시작한 영화는 2차 대전에 활약했던 P-51 머스탱을 조종하는 매버릭으로 막을 내린다. 그가 뛰어든 사건이 진행될 때마다 한 걸음 뒤로 돌아가 지금 사용한 기체보다 더 과거에 활약한 기체를 운용한다.


 영화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기존의 것을 고수할 때뿐이다. 조종석에 앉은 배우를 직접 촬영하기 위해 개발한 카메라, 발 킬머의 목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사용한 음성합성 등.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 특성상 컴퓨터 그래픽이 아예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영화 <탑 건: 매버릭>

 <탑 건 2>는 아날로그를 거의 완벽하게 대체해 가는 디지털 시대를 막는 최후 저지선을 다룬 영화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시간의 흐름과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극 중 대사를 미루어 톰 크루즈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무모한 도전을 수행하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자네 같은 파일럿들은 곧 사라지게 될 거야",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3.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미션 임파서블 7>은 <탑건 2>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오히려 더 과감하다. 이번 편의 주 악당은 '엔티티'라는 가상의 인공지능이다. 현 기술 발전의 정점인 인공지능은 사실상 디지털 그 자체다. 아예 발전된 기술 자체를 악당으로 삼은 것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이 설정은 꽤 재밌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배우들이 직접 몸으로 뛰고 구르는 액션이 그 트레이드 마크다. 앞선 6편의 영화에선 에단 헌트를 막기 위해 그의 불가능에 가까운 액션을 저지할 악당이 직접 등장했다. 바로 전편, '신디케이트'와 그 후신 '아포슬' 또한 결국엔 물리적 행동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는 집단이었다. 반면 엔티티는 실체가 없다. 자기 대신 직접적인 액션을 수행할 하수인을 고용할 뿐이다. 액션의 극단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의 악당이 사실은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실체조차 없는 빈 껍데기라는 것이다. 발전된 기술이란 이렇게 공허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엔티티에 저항하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디지털화된 첨단 장비는 이용할 수 없다. 에단 헌트와 일행들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가며 그들을 쫓는 CIA, IMF 모두 아날로그 장비를 통해 에단 헌트 팀을 추적한다. 한 편도 빠짐없이 모든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를 도왔던 루터 역시 해커라는 역할 특성상 최종 전투 전에 퇴장한다. 이는 <탑 건 2>에서 F-14와 5세대 전투기 전투 상황과 사실상 같다. 이렇듯 영화는 철저히 디지털에 대항하는 아날로그 구도로 끌고 간다.


4.

 영화 부제인 '데드 레코닝'은 '추측 항법'이라는 뜻으로, 외부 시스템 지원 없이 지도에서 출발점과 도착점을 연결해 경로를 설정하는 항법이라고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장비에 접근하는 엔티티로 인해 마땅한 장비 없이 달려 나가야 하는 에단 헌트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부재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기술의 도움 없이 맨몸으로 직접 스턴트를 수행해 영화의 처음과 끝을 내달리는 톰 크루즈를 나타내는 부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예고편에서도 공개됐던 오토바이 절벽 장면, 기차 추락 장면들은 그 어떤 액션보다 짜릿하다. 연출이 좋았다, 촬영이 좋았다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뛰어다니며 촬영한 장면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액션이 비록 촌스러운 연출로 느껴질 날이 올 수도 있지만 현실감 없다 느껴지는 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아날로그가 가진 의미이자 가치 아니겠는가.


5.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62년생, 그러니까 올해 만 61세, 환갑이 넘은 나이, 이미 연기 활동만 40년 넘게 하고 있는 배우. 그 사이 변한 시장 상황, 새로운 기술에 기대어 뛰지 않아도 뛰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 톰 크루즈는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혈기 왕성한 나잇대의 액션을 직접 수행하기를 고수한다. 꾸준한 트레이닝과 기행에 가까운 액션, 그리고 구태여 사용 않는 CG는 발전하고 나아가기만 하는 시간과 기술이 가진 그 선형성과 필연성에 저항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하지만 그래서 <탑 건 2>에 우리가 열광했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열광한 것이 아닐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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