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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Nov 03. 2023

강령술로 대체된 십대들의 치기어린 감정과 허세섞인 행동

2023_49. 영화 <톡 투 미>

1.

 어린 시절, 한 아이가 속한 집단은 그 아이의 세계가 된다. 그 작은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 관심을 갈구하고 인정욕구를 해소한다. 모든 아이들이 거치는 과정이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아이들은 삐뚤어지거나 어긋나기도 하며, 간혹 영영 회복하지 못할 선을 넘기도 한다.


 영화 <톡 투 미>는 공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0대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욕구들과 어긋나게 발산된 감정들을 꽤 그럴듯하게 표현한 수작이다. 주인공 미아를 중심으로 치기어린 10대들이 갈구하는 관심과 소속감, 이를 위해 무리하게 부리는 허세 섞인 행동, 그리고 그로 인하여 망가져가는 모습을 강령술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2.

영화 <톡 투 미>

 미아가 영화 내내 중요시하는 것은 소속감이다. 또래 집단에 끼는 것이 중요하며, 제이드 가족에 속하는 것이 아버지와의 사이보다 더 중요한 아이다. 미아가 강령술에 자원한 것도, 자신과 어울려주지 않는 친구들을 보며 솟구친 인정욕구 때문이다. '아빠는 아무것도 몰라'라는 듯이 아버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바깥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중요한 미아의 모습은 전형적인 10대의 모습이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미아에게 가장 잔인한 결말일 수 있다. 미아가 함께 하고 싶었던 또래 집단은 라일리가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 이미 사라졌으며, 라일리와 다니엘을 사이에 두고 제이드와의 거리도 멀어져버렸다. 제이드 가족은 라일리의 퇴원과 함께 미아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다.


영화 <톡 투 미>

 사실 미아가 완전한 소속을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가족만큼 무조건적인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곳은 또 없을테니. 하지만 미아는 영화 내내 아버지를 거부하고, 영화 말미에는 결국 아버지가 미아를 거부하며 둘은 단절된다. 철저히 혼자가 된 미아는 다른 이가 자신을 강령술로 찾아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소속감이 가장 중요한 10대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은 소외인 것이다.


3.

영화 초반, 미아와 라일리는 도로에 쓰러져 있는 캥거루를 발견한다. 차에 치인 듯, 피를 흘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캥거루를 보며 라일리는 '우리가 고통을 끝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차라리 캥거루를 치고 가자 이야기 한다. 사실 아무리 그 말이 맞다고 할지라도 캥거루를 직접 죽이고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아는 캥거루를 그대로 두고 간다. 


영화 <톡 투 미>

이 장면은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맞다'며 라일리를 직접 죽이려고 하는 미아의 모습과 대비되며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미아의 무너진 정신 상태를 강하게 강조하는 장치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마지막에 라일리를 살리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결말일 수도 있다. 


4.

 미아의 행동은 귀신들에게 홀린 결과다. 악령은 (그게 미아가 되었든 라일리가 되었든) 누군가를 노리며 미아를 홀렸다. 그 이후 발생한 희생은 결국 악령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인해 발생한 희생이다. 결국 어떤 의미도 없는 것이다.


영화 <톡 투 미>

 그렇기 때문에 미아의 마지막 죽음이 인상적이다. 사실 캥거루의 죽음은 사실 의미없는 죽음이다. 그저 도로에 뛰어나왔을 뿐이고, 어쩌다 차에 치였을 뿐이다. 의미는 없다,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난, 무의미한 희생일 뿐이다. 캥거루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걸 본 미아도 그저 제이드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말 한마디 툭 던지고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 미아의 죽음도 미아가 그토록 소속되길 바랬던 제이드 가족과 친구들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결국, 미아의 죽음도 다른 이에겐 의미 없는 죽음이 된다.


5.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강령술이다. 강령술로 인해 미아가 귀신에 홀렸으며, 라일리가 병원에 가게 되었으며 모든 인물들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미아가 강령술에 자원한 계기도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다. 친구들에게 무시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흥미로운 지점은 강령술을 다루는 다른 공포 영화들은 강령술 자체를 굉장히 위험하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행위로 다루는 반면, <톡 투 미>는 강령술 자체를 일종의 유희로 다룬다는 점이다. 10대 청소년들이 어른들 몰래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강령술을 진행하고, 그로 인한 쾌락(혹은 고통)으로 눈이 뒤집히고 몸을 뒤트는 행위를 유쾌하게 바라보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업로드 한다. 그 중 한 명은 강령술 중 강아지와 키스하는 추한 꼴을 보였음에도 그 즐거움에 몇번이나 반복한다.


6.

영화 <톡 투 미>

 강령술은 약물에 관한 강렬한 은유로 보인다. 실제로 극 중, 주인공 미아가 마약을 했었던 사실과 미아의 엄마가 수면제를 삼켜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강령술 자체를 마약에 대한 메타포로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영리함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마약을 소재로 놓고 본다면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설명된다. 어머니 기일의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파티에 놀러가 돌아가며 약물을 복용하는 주인공과, 약물 투여 경험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번 모여 파티를 벌이는 친구들, '한번쯤' 이라는 생각으로 권했지만,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어린 동생과 오남용(주인공은 극 중 가장 먼저 강령술 시간 90초를 넘겼던 인물이다)으로 끝내 약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 심지어 약물을 복용하는 모습조차 SNS에 업로드하는 관심에 대한 치기어린 욕구까지. 


영화 <톡 투 미>

 모두가 말려도 손을 떨며 촛불에 불을 붙이고 강령술을 진행하는 모습은 약물에 중독되는 여느 환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그려진다. 미아가 보는 악령들과 귀신씌인 행동들 또한 약물 중독 환자들이 보이는 모습에 빗댄 표현이다. 결국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아는 모두와 단절되어 혼자가 되고, 약을 하는 또 다른 집단에 손을 뻗게 된다.


7.

 어머니의 상실과 치기어린 10대의 주체못할 감정이 혼재되어 나온 결말은 결국 약물 중독과 죽음으로 쓸쓸하게 버려졌다. 앞서 말했듯, 모든 아이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만 몇몇 아이들은 영영 회복하지 못할 선을 넘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 선을 넘은 아이, 미아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는 강령술이 아니라 외로움과 소외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한 아이의 뒤틀린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지 않을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6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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