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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Jan 20. 2024

장황하게 시작해 어찌저찌 수습한 외계인들과 무협 이야기

2024_03. 영화 <외계+인> 2부작

※ 스포일러 주의


1.

 그 해 개봉하는 웬만한 주요 영화들은 극장에서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왜일까, 영화 <외계+인 1부>(이하 <외계인 1>)는 극장은커녕 최근까지도 제대로 챙겨보지 않았다. 속편 개봉일이 공개됐을 때에도 '얼른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고 미루다 결국 <외계+인 2부>(이하 <외계인 2>) 개봉 이후, 그것도 예매일자 바로 이틀 전에서야 OTT로 급하게 감상했다. 웬만해선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직접 평가한다'는 생각으로 꼬박꼬박 극장에서 챙겨보는 편인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미루게 되었는지, 나로서도 참 의문이다.


영화 <외계+인 1부>

 <외계인 1>이 개봉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남겼던 혹평들을 기억한다. 물론 <외계인 1>이 잘 만든 영화라고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몇몇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보여, 당시에 직접 보고 좋은 평가 몇 줄 남겨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2.

 <외계인 1>을 보며 개인적으로 크게 아쉬웠던 부분은 상영관에서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것이다. 영화 시작부터 몰아붙이는 CG는 소위 '돈 좀 들인' 영화 냄새를 물씬 풍긴다. 아마 상영관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봤다면 훨씬 더 스펙터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가드/썬더와 외계인의 액션 예상한 것보다 훨씬 짜임새 높은 합을 보여주며, 이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영화 <외계+인 1부>

 SF와 무협을 섞어놓은 배경 설정도 매력적이다. 현대의 SF와 과거의 무협, 각 시대에 어울리는 장르를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그 둘을 한데 묶고자 시도하는데, 다소 이질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균열에서 오는 색다른 매력이 꽤 그럴듯하다.


3.

 하지만 생각보다 큰 단점들이 몇몇 장점들을 상쇄한다. <외계인 1>의 단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시공간 이동 기술을 보유한 외계인이 있다', '그들은 여러 시간대 속의 인간을 감옥으로 사용한다', '죄수들이 탈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 세 가지 명제만 어느 정도 납득 시키면 나머지 설정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곁가지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지자면 복잡한 세계관이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산만하게 늘여놓느라 중요하게 설명해야 할 몇 가지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2시간 22분이라는 절대 짧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그 몇몇 설정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영화 <외계+인 1부>

 액션 또한 시원하게 눈요깃거리는 확실히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액션영화와 담을 쌓고 사는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기시감을 느낄 수 있던 여러 지점들이 있다. 사용하는 소품이나 설정들이 독창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도 얕다. 물론 보여줘야 하는 인물들이 많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감독이 전작 <암살>과 <도둑들>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던 실력을 생각해 보면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말맛'없는 대사들, 이제는 유행이 지나지 않았나 싶은 (다소 민폐로 느껴지는) 의구심 많고 정의로운 어린 이안의 성격 구성, 가드와 썬더의 구분을 위해서인지 과잉된 썬더의 행동 등, 안타까움을 자아낸 부분들이 많았다.


4.

 아쉬움 많았던 영화지만 어쨌든 제목에 '1부'를 달고 나온 영화인 이상, 또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다. 1, 2편 촬영이 함께 이루어져 이미 한참 전에 촬영이 마무리되었기에 영화 전반적인 흐름을 크게 선회할 수는 없었을 것이지만, 아직 숱한 편집이 남아있지 않은가. 수정방향을 어떻게 잡았을지 몹시 궁금했다. 어쨌든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외계인 2>가 개봉했다. 


5.

영화 <외계+인 2부>

 최선을 다해 정리했다. <외계인 2> 엔딩 크레딧을 보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1편에 비해 영화가 정리된 편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내레이션을 통해 <외계인 1>을 정리해 준다. 1년 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가물가물해졌을 관객의 머릿속도 정리해 주고, 냉정히 말해 흥행에 참패한 영화의 후속이기에 1편을 보지 않고 극장을 찾았을 숱한 관객들에게 앞 내용을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1편 내용이 흐릿하더라도, 1편을 아예 보지 않더라도, 초반 내레이션과 약간의 눈치만 있다면 2편 내용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현대와 과거를 다소 난잡하게 오가느라 정신없던 편집이 하나의 파트에 하나의 시대로 정리되며 확실히 차분해졌다. 덕분에 관객 입장에서 영화가 빚어놓은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과 1편에서 던져둔 복선을 회수하는 것 또한 밝혀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미 한차례 설명한 캐릭터들이기에 구태여 새롭게 인물 설명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 확실히 여유롭다. 이는 <외계인> 시리즈뿐만 아니라, 2부작으로 기획된 대부분의 영화들이 노리는 효과일 것이다. 1편에서 유추했던 내용들에 반전을 넣기도 하고 기존 캐릭터에 새로운 설정을 부여해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기도 한다.


6.

 몇몇 개선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전작의 단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부분도 대다수다. 개선된 부분에서 또한 아쉬운 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시간대를 오가며 중첩되며 쌓아가는 서사에 재미를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번 편집이 차분한 것이 아니라 단조롭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편인데, 시간대 한곳에 집중하기보다는, 장면 전환에 있어 구체적인 매개체를 두고 편집점을 납득시키며 시간대를 넘나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외계+인 2부>

 캐릭터의 숨겨진 설정을 밝히고 반전을 주는 것은 좋으나, 억지스럽거나 뻔한 모습을 보인다. 민개인이 능파의 후손임을 밝히는 과정은 부자연스럽다 못해 투박하게 느껴진다. 1편 초반에 잠시 등장했다고는 한다만, 사실상 능파라는 캐릭터 자체가 2편에서 처음 소개되었는데, 뜬금없이 민개인이 그의 후손이었고, 또 한 번 뜬금없이 커다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캐릭터 자체를 붕 뜨게 만든다.


 영화 말미, 최종 전투 장면에서 또한 아쉬움은 계속된다. 2편 동안 쌓아 올려 이제 터뜨리기만 하면 되는데, 모든 캐릭터들이 몰개성 하게 논다. 도사는 도사, 신선은 신선, 썬더는 썬더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특색 있는 액션을 설계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인물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치고받고 싸울 뿐이다. SF와 무협을 접목시킨 만큼보다 재밌고 개성 있는 액션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7.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누군가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냐 묻는다면 곧바로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는 영화에 대한 혹평들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부족한 점 많은 영화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분이 폄훼당할 정도로 장점이 없는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확고한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SF와 무협의 본격적인 접목이 꽤 재밌다고 생각했기도 하고. 조금 더 다듬어서 이런 재밌는 접목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영화가 다시 한번 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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