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며.

beginning the brunch.

by 필르밍


글과는 애증의 관계이다.

왜냐하면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독서에 재능이란 게 존재한다면 나도 재능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쓰는 것은 하고 싶은 반면, 재능이 없고 즐기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쓰려는 마음은 마치 불씨 같아서 다루려고 하면 사그라들고, 보지 않고 있을 때면 다시 타올랐다. 점점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대체로 자의적이나 일부 타자적인 그 바람은 점점 각인되어 염원이 되었으나, 어찌된 것인지 그 마음이 공고해질 수록 백지를 마주보고 앉는 게 어려워졌다.


몇 자 적어보아도, 너무 저급하고 진부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글은 많이 써야만 늘 것이라는 잠언을 받아들여, 어떻게든 쓸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은 좋은 글을 써내리라 기대도 하지 않을 뿐더러, 근미래에 적극적으로 창작에 임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아웃풋을 목표하기엔 인풋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책이나 영화의 소비 방식을 더 나에게 영양가 있는 방법으로 변모시켜야 할 것 같다. 내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접하는 모든 요소들의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현재의 가벼운 방식은 더이상 안된다.


그래서 나는 뭣도 아니고 뭣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의견을 지껄일 생각이다. 물론 내가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글은 비평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나는 늘 픽션에 끌려왔다. 다만 그런 글을 쓰기에 앞서, 일단 나의 취향부터 수립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싫어하는 작품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를 이해해야, 결국 나에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두렵기도 하다. 내가 여기서 미숙한 글들이 쓰게 되는 것이. 아직 틀릴 수밖에 없는 나의 의견들을 그대로 박제해버리는 건 아닐까 싶다.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의 의견이 글로 배설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글에 대한 애정과,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기대어, 우선은 뭐라도 써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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