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일지

by 김지환

해방일지


그 사람이 3분 후에 죽었으면 좋겠어

그 3분만큼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했던 너와 해방촌 골목을 걷는다

비좁은 길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끝내 나란히 걷지 못하고


늙은 마을버스는 시커멓고 긴 마음을 흩뿌리고

쓰리게 푸른 하늘을 덮지 못한 허망한 미련을 인파 속에 던지고


오늘은 해방의 날이야

고맙지는 않아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렇게 말하는 너와 해방촌 끄트머리에 앉아

기름진 케밥을 꾸역꾸역 먹다가

반도 못 먹고 남긴다


콜라는 오리지날이지

감미료를 구분할 줄 안다던 너의 목구멍을

생동하는 탄산이 따갑게 쓸고 내려간다


오늘은 해방의 날이야

감옥을 탈출한 역전의 용사가 소스를 흘린다

괜찮아 툭툭

아무렇지 않게 툭툭

미련을 툭툭

기억을 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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