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by 김지환

얼굴


그런 적이 있는가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비정형의 덩어리


연인이 되었다 엄마가 되었다 삼촌이 되었다 아빠가 되었다 지하철 앞자리 여자가 되었다 아까 어깨 부딪히고 째려보고 간 아재가 되었다 어제 술자리 대각선에 앉은 매력적인 낯선 이성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스무 번 기침하고 도망치듯 나간 할아버지가 되었다 빙판길 횡단보도에서 드라마틱하게 넘어진 뒤 멋쩍게 괜찮다고 한 학생이 되었다 끝내 보고 픈 얼굴이 되었는데 멈추지 않고 서울역 창구의 안내요원이 되었다 형광 조끼 입고 깃발을 흔들던 여자가 되었다 다시 보고 픈 얼굴이 될 듯하다가 스캔들 터진 연예인 모 씨가 되었다 대통령이 되자 슬쩍 눈을 뜨고 로또를 살까 고민하다가 꿈도 아닌데 뭐 하며 눈을 감고 보고 픈 얼굴을 떠올리려 인상 쓰지만 낯선 얼굴들이 덩어리 지고


보고 픈 그대는 끝내 얼굴을 감추고

눈을 감으면 그런 적이 있다

보고 픈 그대가 보이지 않아

서러운 눈물을 눈매로 삼키던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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