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살

by 김지환

딸기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눕는다

살을 맞대면 한없이 물러지다 녹아내리거든


우리는 살을 맞대고 누워

천천히 흐드러지는 살을 느낀다


가까워질수록 형체를 잃어가더니

아차 싶어 서로를 밀어도 봤지만

깊게 팬 살은 황망한 속살을 허옇게 드러낸다


앙상한 속마음을 보이고 싶지 않아

차라리 갈아달라 보챈다


날카로운 날에 온몸이 부서지고 녹아

차라리 먹기라도 쉽게


바나나와 우유도 넣어줘

서른한 번째 딸기가 말한다


기왕 하나가 될 거라면

너와 내가 너와 내가 아니게 될 거라면

나는 수많은 너를 부를 거야

그 많은 너와 하나가 될 게


바나나와 우유가 첨가됐을 때

딸기들은 뭉키고 복작스러워져

그렇게도 흐트러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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