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눕는다
살을 맞대면 한없이 물러지다 녹아내리거든
우리는 살을 맞대고 누워
천천히 흐드러지는 살을 느낀다
가까워질수록 형체를 잃어가더니
아차 싶어 서로를 밀어도 봤지만
깊게 팬 살은 황망한 속살을 허옇게 드러낸다
앙상한 속마음을 보이고 싶지 않아
차라리 갈아달라 보챈다
날카로운 날에 온몸이 부서지고 녹아
차라리 먹기라도 쉽게
바나나와 우유도 넣어줘
서른한 번째 딸기가 말한다
기왕 하나가 될 거라면
너와 내가 너와 내가 아니게 될 거라면
나는 수많은 너를 부를 거야
그 많은 너와 하나가 될 게
바나나와 우유가 첨가됐을 때
딸기들은 뭉키고 복작스러워져
그렇게도 흐트러진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