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여행 여섯 번째 이야기
아침식사는 간장에 삶은 달걀과 고기만두, 흰쌀죽과 칭커빙(青稞饼)을 시켰다. 그런데 칭커빙이 예전에 먹던 그 누르스름한 색이 아니라 그냥 하얀 밀가루색이다. 동네마다 만드는 방법이, 재료가 다른건지 우리가 알던 그 맛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열심히 걸어야 하는 날, 맛보다는 배를 두둑하게 채우는게 중요하니 많이 먹어둔다.
어? 그 멋진 설산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지? 아침먹고 방에 돌아오니 안개로 덮여 아무것도 안보인다. 이래서야 오늘 뭘 볼 수는 있는거야? 트레킹도사 남편의 말은 고원지대의 날씨변화는 빠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우리는 운 좋은 사람들이니 괜찮을 거란다. 어쩌겠나. 믿어야지 대장말을.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 보이는 이 쬬꼬우유같은 색깔의 강 이름은 ‘란창지앙(澜沧江 란창강)’으로 메콩강의 상류라고 한다. 세 번이나 이곳에 왔다는 남편말로는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강바닥의 흙을 휩쓸고 내려와 이런 색이지만, 겨울이면 색깔이 초록색으로 확 바뀐다는데 정말 그런지 겨울에 와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밍용빙촨(明永冰川 명영빙천), 메이리슈에샨(梅里雪山매리설산)에서 볼 수 있는, 자그마치 빙하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10명씩 묶어 태워주는 전기차를 타고 15분쯤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튼튼한 두 다리로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 평소에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의 성인이라면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될 것같지만, 운동을 싫어하는 10살짜리 꼬마의 궁시렁과 짜증을 얼르다 윽박지르다 올라가니 2시간은 걸렸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맑고 시원한 계곡, 이끼 낀 고목들을 보며 올라가니 별로 힘든 줄도 몰랐다.
예전에는 말을 타고 오르내리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합판으로 잘 만들어놓은 계단을 이용해서 말을 타고 다니는 관광객은 없었고, 현지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실어나를 때 말을 이용한다.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기기묘묘한 형태의 나무들이 등산로를 만들면서도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도 무슨 빌고 싶은 소원이 그렇게들 많은지 여기저기 깃발들이 걸려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계곡과 산의 모습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두 주인공이 갔던 여행지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드디어 빙하가 보인다!
좀 더 가까이 당겨서 찍어본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빙하의 모습은 얼음보다는 바위를 더 닮아 있다. 끝까지 올라가면 리엔화쓰(莲花寺 연화사)라는 절이 있다는데, 계단 사이사이가 아래를 볼 수 있게 뚫려 있어 한걸음 뗄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나랑 꼬맹이는 여기까지만, 남편 혼자 정상에 있는 사원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려온다.
부모님과 같이 올라오던 스물은 넘어보이는 한 처자는 고소공포증때문에 못 올라가겠다고 울며불며 내려가지도 올라오지도 못하고, 이미 한참 위에 올라가고 있는 아버지는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10살짜리 꼬마를 데리고 올라오던 우리 가족의 모습과 그닥 다를 게 없구만.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우리가 올랐던 빙하를 보고, 남편과 함께 멋지게 해냈다며 아들녀석을 칭찬해 준다.
빙하를 보러 올라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간단한 간식거리로 점심을 떼운 걸 이른 저녁으로 보상하느라 시킨 슈에이주마오뉴(水煮牦牛). 원래는 고추가 잔뜩 들어가는 요리인데, 매운 걸 못 먹는 아들을 위해 고추를 빼달라고 했다. 콩나물을 비롯한 각종 야채에 야크 소의 고기를 끓여낸 요리, 맵지도 않고 미원맛도 없는데 먹을만 한 걸 보면, 이 집 다른 음식도 믿을만 할 듯하다.
또 시켰다. 토마토계란볶음(西红柿炒鸡蛋)은 고추를 넣지 말라고 얘기해도 먹다보면 음식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고춧가루가 꼭 있는 이곳에서 제일 믿을만한 맵지 않은 음식이다.
느타리버섯돼지고기볶음. 요건 집에서 내가 볶은 게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특하게도 계속 좋은 날씨 덕에 메이리슈에샨(梅里雪山)의 여러 봉우리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내일 밤 잠들 곳은 이곳이 아니겠구나 싶으니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