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행 4일 너무 많이 먹었다

2018 여름 여행 네 번째 이야기

by 영화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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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우선 어제 처음먹고 홀딱 반했던 칭커빙(青稞饼)과 남편이 좋아한다는 마오뉴깐바(毛牛干巴)라는 음식도 추가주문했다. 마오뉴(牦牛)는 보통 ‘야크’라고 불리는 고원지대에서 키우는 소의 한 종류로 이곳 장족들은 말린 후 육포로 만든 것을 이렇게 야채와 고추가루를 살짝 넣고 볶아서 반찬으로 먹는다. 맛은 육포로 저장된 고기인지라 짠맛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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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주문한 수요우차(酥油茶)는 야크의 젖으로 만든 따뜻한 차로 짠맛과 단맛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꼬맹이 때문에 단맛을 마셨지만(맛은 밀크티와 비슷한듯), 보통 장족들은 짠맛의 수요우차(酥油茶)를 주로 마신다고 한다. 왼쪽 사진에 있는 통이 바로 장족들이 수요우차(酥油茶)를 담아 따라마시는 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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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일정은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잠깐 봤던 따포스(大佛寺)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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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보이는 멋진 객잔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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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 사원에 들어서니 신도들이 부처님께 소원을 빌며 걸어둔다는 깃발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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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멀리서만 봤던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징통(经筒)을 가까이에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몸체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돌리고 있다. 보통 티벳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징통(经筒)을 돌리며 嗡嘛呢呗咪吽 Om mani padme hum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옴마니패메훔’ )이라는 주문을 같이 읊조린다고 한다. 우리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같이 한바퀴 돌아본다. 꼬맹이의 소원은 역시 “부자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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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 바라 본 고성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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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인 남편은 트래킹과 등산을 좋아해 여행하다 만난 좋은 친구들이 많다. 이곳에도 샹그릴라 시내에 살고 있는 장족 친구가 있어 연락을 했더니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마셔 목소리가 안 좋으면서도 어디냐고 묻더니 당장에 달려왔다. 그리고는 어제 잠깐 우리 심장을 쫄게 했던 차를 점검해줄 카센터를 소개시켜주고 식당에 들어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많은 음식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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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맛집인지라 관광객들은 드물고 대부분이 장족 손님들이고, 테이블마다 손님이 꽉 차 있다. 왼쪽은 장족들이 즐겨먹는 고추. 밭에서 자라지 않고 나무에서 자란다니 참 신기한 녀석. 매운 것을 좋아한다니 그렇게 많이 맵지 않으니 먹어보라고 소금을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고추를 쌈장,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먹듯이 여기 사람들은 이 고추를 소금에 찍어 먹는단다. 한 입 먹고 정말 별로 안 맵다 방심하며 두번째 물었는데 우리나라 청양고추에 버금갈만큼 맵다!!! 500m 생수 한 통을 다 들이켜도 얼얼한 입안이 해결이 안 될 정도ㅜㅜ

고추 오른쪽에 있는 하얀 덩어리는 역시 야크젖으로 만든 이 지방 전통 치즈. 그 위에 보이는 전병에 발라먹으면 제법 맛나다. 치즈 위쪽은 전통 만두, 오른쪽은 우리나라 청포묵같은 량펀(凉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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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살짝 말린 삼겹살을 마른 고추와 같이 튀겨낸 것인데, 보통 한국서 먹는 삼겹살도 바삭하게 구워먹는 내 입맛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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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건 고원감자볶음, 아래는 제철 버섯 볶음. 역시 맛있는 음식의 가장 중요한건 재료의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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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지게 점심을 먹고 샹그릴라 시내에 위치한 장족 친구의 가게에 가 봤다. 너무 아이러니하게도 담배가게와 약국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 둘다 자기가 운영한다고. ‘니네 가게에서 산 담배피우다 목아프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 다시 니네 약국에 약 사러와야겠네’라는 나의 썰렁한 농담에 웃어주는, 역시 맘 착한 친구^^

윈난성의 담배가 또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담배에 일도 관심이 없는 나는 가격표만 열심히 본다. 근데 한 갑에 인민폐 100원, 그러니까 현재 환율로 우리나라 돈 17,000원이나 하는 담배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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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추천해 준 관광객들이 많지 않으면서 멋진 곳에서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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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점심이 미쳐 다 소화되지도 않았는데 저녁을 또 대접한다며 이번에는 윈난식 투지훠꿔(土鸡火锅 토종닭샤브샤브)집으로 오란다. 도착해보니 저 큰 그릇에 닭을 네 마리나 넣고 끓이고 있다.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발견한 닭머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중국음식의 고기요리는 대부분이 머리를 같이 올리는데, 난 매번 조각난 부위들만 먹을 땐 게걸스레 잘 먹다가 동물의 얼굴이, 그리고 눈이 보이면 밑도끝도 없는 죄책감에 식욕이 급감. 그 얘길 듣자마자 친구는 닭 네 마리의 머리를 모두 건지더니 자기 접시에 놓고 살뜰하게 발라먹는 솜씨가 제법이다. 어쩜 작은 살점하나도 안남기고 깨끗이 먹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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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돼지껍데기를 말려서 튀긴 거라는데 그냥 먹어도 바삭하니 맛있고 훠꿔국물에 넣어 익혀먹으면 또 야들야들해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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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윈난에서 유명한 송이버섯. 지금이 제철이라 맛이 아주 좋다. 등급이 13단계로 나뉜다는데 제일 좋은 1등급의 송이버섯들은 따자마자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돼서 현지인들은 맛도 못 본다고 한다.

장족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혼풍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장족들은 지금도 결혼을 일찍하는 편이고 16살이 되면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75년생인 이 친구의 동갑내기 친구는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그리고 아직도 일처다부제(一妻多夫)가 있어 형제가 아내 한 명과 같이 사는 경우가 있단다. 보통 형제 둘 중 한 명이 먼 곳으로 일을 하고 돌아오면, 또 다른 형제가 밖에 나가 일하는 식으로 같이 산다는데 이런 결혼제도가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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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잘 먹고 잘 놀았으면서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고 몇년 동안 문제없던 알레르기성 비염 증세가 아주 심해졌다. 다행히 나에겐 둘도없는 명약, 지르텍을 챙겨와 먹었는데 두통은 여전해서 고산반응을 줄여주는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

첫째, 현지 전통 요구르트를 먹는다.
둘째, 산소를 흡입한다.
셋째, 포도당을 섭취한다.

어느 방법 덕분인지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두통이 나아져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 누웠다. 어쩌면 갑자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건 아닐까 싶어 씩 웃으며 내일은 괜찮았음 좋겠다 바라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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