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여행 일곱 번째 이야기
오늘 아침도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예쁜 구름들,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구나!
아침먹기 전, 옥상에 올라갔더니 설산도 슬쩍 얼굴을 내민다.
간장에 삶은 달걀, 고기만두, 흰쌀죽, 짜장미씨엔(杂酱米线 쌀국수)과 삶은 옥수수로 아침을 뚝딱 해결
이제 짐을 다 싸고 떠나려고 하니 메이리슈에샨(梅里雪山)이 삐쳤는지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보통 중국 사람들은 메이리슈에샨(梅里雪山 매리설산)을 보러갈 때 더친(德钦)현으로 간다고도 말하지만, 이곳에 있는 ‘페이라이스(飞来寺 비래사)’라는 작은 사원의 이름을 대면 모두 ‘아, 메이리슈에샨(梅里雪山)을 보러 가는구나’라고 알아듣는다. 설산을 제일 가까이서 잘 볼 수 있는 숙소와 식당들이 이쪽에 모두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장족들이 영화 <영혼의 순례길>에서처럼 순례를 떠날 때, 메이리슈에샨(梅里雪山 메리설산)을 도는 순례의 시작점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이 동네에서 장족들에게는 영험한 절로 통하는 사원이다.
여기까지 와서 안 보고 갈 수는 없으니 떠나다가 화장실도 들릴겸 징통(经筒)을 속성으로 돌리고 잽싸게 소원을 빌며 사원에 들어갔는데 화장실이 없단다. 그러면서 저 아래 산속으로 내려가서 해결하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는 마음이 급해져 사원 사진도 한 장 안 찍고 차에 올라 주유소 화장실을 찾았다.
내게 샹그릴라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매번 어떤 화장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겁이 나는 것이다. 정말 얘기만 듣던 것처럼 칸마다 문이 없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칸도 나눠지지 않은 곳까지... 거기다 고원지방인지라 처리도 수월치 않아서인지 유료인 경우도 많다. 남편은 긴급 상황을 대비해 캠핑용 요강을 가져왔지만 아직은 사용전, 그리고 앞으로도 사용할 기회가 제발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이번 점심은 진짜진짜 간단히 먹었다. 토마토계란볶음과 애호박 돼지고기볶음. 식당에서 밥을 먹는 기사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다 다음 목적지인 쓰촨 야딩(亚丁)에 대해 물었더니, 지금 관광객이 너무 많은데다 날씨가 추워 겨울 솜옷을 꺼내 입었다고 한다. 어쩐지 남편이 예약한 숙소가 프랜차이즈 비지니스호텔인데 평소 가격의 몇 배나 된다고 하더니 사람이 많아서 그랬구나 싶었다.
이제 우리는 윈난성(云南省)을 떠나 쓰촨성(四川省)으로 가고 있다. 길이 어찌나 험한지 비포장도로도 많고 이렇게 보호벽 자체가 무너져 버리거나 산에서 굴러떨어진 돌이 쌓여 있어서 가뜩이나 좁은 도로를 반 밖에 달리지 못해 가는 길이 더딜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도로를 점령하고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말과 소들도 한몫한다.
이제 샹그릴라 여행은 끝난 줄 알았던 나는 남편에게 묻는다. 윈난성(云南省 운남성)에서 이미 샹그릴라를 갔는데, 왜 또 스촨성(四川省 사천성)에 가면서 샹그릴라를 간다고 하느냐, 샹그릴라는 도대체 정확히 어디냐고 했더니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도 그건 네이버에서 검색해 다 아는구만, 그래도 선생님 말씀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소설에서 샹그릴라가 언급된 후, 윈난성(云南省) 디칭(迪庆)자치구에서 시(市)이름을 샹그릴라(香格里拉)로 바꾸고, 그 지역 일대의 경관이 아름다운 곳을 ‘샹그릴라’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남편의 장족친구가 운영하는 담배가게와 약국이 바로 그 샹그릴라시(市)에 있다. 보통 큰 개념의 샹그릴라는 우리가 여행 3일째 환영한다는 표지판을 본 장소부터 두커종(独克宗)고성, 송잔린스(松赞林寺)와 메이리슈에산(梅里雪山)등의 장족자치지역 일대 모두를 가리킨다.
그리고나서 윈난성(云南省)에 인접한 쓰촨성(四川省) 따오청(稻城)시(市)에서도 자연경관이 빼어난 야딩(亚丁)지역에 작은 마을 이름을 샹그릴라(香格里拉)쩐(镇 우리나라 ‘읍’ 정도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으로 지으면서 중국에 두 곳의 샹그릴라가 생기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샹그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될 수 있다. 1. 윈난성(云南省) 디칭(迪庆)자치구 샹그릴라시(香格里拉市) 2. 쓰촨성(四川省) 따오청시(稻城市) 샹그릴라읍(香格里拉镇) 3. 윈난(云南 운남), 쓰촨(四川 사천), 시장(西藏 티벳) 세 성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경관이 빼어난 고원지대
모호한 개념을 정리하고 저녁무렵 드디어 샹그릴라읍(香格里拉镇)에 도착! 쓰촨성(四川省)으로 넘어오면서부터 건축물의 형태와 모양이 또 많이 달라져 있다. 기사아저씨 말처럼 작은 마을에 객잔과 호텔들만 잔뜩이고 그만큼 관광객들로 넘쳐나서 차가 막힐 정도, 하지만 날씨는 안 춥다. 여전히 16도 정도로 긴 팔 셔츠에 바람막이 자켓과 등산바지면 딱 좋을 정도의 선선한 날씨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총칭샤오미엔(重庆小面)을 파는 식당에서 해결한다. 쓰촨성(四川省 사천성)에 접한 총칭(重庆 중경)의 유명한 국수를 파는 곳으로 각종 재료를 넣은 매운 국수들이 메뉴판에 가득하다.
남편의 선택은 총칭샤오미엔(重庆小面). 요구르트 중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고른거라고나 할까. 다진 돼지고기와 야채를 넣고 튀긴 콩과 파송송 썰어 올린, 고추기름 쫙 풀어 얼얼하게 매운 국수. 역시 식당이름에 적힌 대표메뉴는 맛없을 수가 없다.
한참 해물이 그리웠던 나는 화지아미씨엔(花甲米线)이라고 모시조개와 새우 등의 해산물로 국물을 낸 매콤한 쌀국수를 주문했다. 모시조개는 꽤 들었고, 새우는 두 마리, 오징어까지 들었건만 국물에는 해산물의 맛이 하나도 없다. 거기다 제일 중요한 조미료의 맛이 없으니 영 허전하고 뭔가 빠진듯한 맛. 왜 바닷가도 무지하게 먼 지역 식당에서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을 시켰을까. 후회막급
매운 걸 못 먹는 아들래미는 지탕차오쇼우(鸡汤抄手), 닭고기로 국물을 낸 물만두국이라고 설명하면 될 듯하다. 심지어 이것도 내가 시킨 것보다 맛있다!
디저트로 전통 떡을 각각 다른 맛으로 하나씩 주문했다. 왼쪽 하얀색은 내가 주문한 꾸웨이화팡까오(桂花方糕향이 너무 좋은 물푸레나무꽃을 넣어 만든 떡), 오른쪽 갈색은 아들래미가 주문한 홍탕팡까오(红糖方糕 흑설탕을 넣어 만든 떡), 이것마저도 내가 주문한건 맛이 없다.
내일은 이곳 샹그릴라읍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야딩(亚丁)으로 트래킹하는 날이다. 이곳은 해발 2900m, 내일 트래킹해서 올라가야 할 목적지는 자그마치 해발4,700m!!! 저녁먹고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일만큼은 우리의 운이 제대로 좋아 비가 오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