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더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

영화<목격자>를 보고

by 영화킬러


나는 살인을 봤고,
살인자는 나를 봤다


'포스터에 실린 이 문구를 보고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간단명료한 생각을 한 사람이 본다면 이해불가인 영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주인공의 망설임이 조금은 이해되는 일인인지라, 게다가 그 망설이는 주인공이 이성민 배우라면 다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찾아봤다. 그의 부인으로 출연한 진경 배우도, 형사로 출연한 김상호 배우도 연기력이라면 모두 믿을만한 배우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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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들쑤셔봐야
피곤하기만 하고 득될 거 하나도 없어.
합의보는 게 낫다고 했어.
경찰을 어떻게 믿어.


아내의 부탁으로 교통사고 재수사를 원하는 아이 엄마를 만나 건성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상훈(이성민), 그는 쓸데없는 수고가 귀찮고 경찰이 미덥지 않은 사람이다.


새로 산 아파트로 이사 간 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한다. 집에 도착해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그때 아파트 밖에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베란다로 나가 밖을 내다 본 그는 한 남자가 잔인하게 망치로 여자의 머리를 내리치는 살인사건의 현장을 목격한다. 휴대폰으로 신고하려는 그 때, 아뿔사 잠에서 깨 물을 마시러 나온 아내가 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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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은 바로 불을 끄지만, 밖을 다시 내다보니 범인은 벌써 손가락으로 상훈의 집 층수를 세고 있고, 곧이어 입구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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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상훈의 악몽은 시작된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현관문 앞에 앉아 졸다가 범인이 집으로 자신을 찾아오는 꿈에 소스라쳐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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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그를 부르려 어깨를 살짝 건드리는 형사의 손에도 식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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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현장에서 올려다 본 자신의 집이, 범인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을만큼 가까운 것을 확인한 그는 더욱더 신고할 마음이 없어진다. 경찰에 신고를 한다면 자신이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범인이 자신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요즘 누가 남의 일에 끼어 들어요.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다 그런거지.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 재엽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주민들을 만나 조사를 하지만, 모두 비협조적이다. 심지어 부녀회장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경찰, 언론 협조 반대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다.


당신이 아파트값 떨어지면 책임질거야.


사람이 죽었는데 신고는커녕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건 살인방조 아니냐고 흥분하는 상훈에게 그의 아내가 하는 말이다. 그리고 다시 정곡을 찌르는 말!


그럼 당신은 살인범 봤으면 신고할거야?
살인범이 당신 얼굴 봤어두?


그날 밤, 상훈은 인터넷으로 범죄신고를 하려 하지만,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망설이다 노트북을 덮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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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도를 통해 자신이 그 당시 경찰에 신고했다면 피해자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상훈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담당 형사는 상훈이 사건을 목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키우던 강아지가 갑자기 없어지고, 아무말도 않고 끊는 전화가 오는가 하면, 범인으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그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감시한다. 상훈은 경찰에 목격 사실을 신고할까? 신고하더라도 FBI같은 증인보호프로그램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사랑하는 자신의 가족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주인공은 사건을 목격하고도 범인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람이 죽게 됐다.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아내에게도 바로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 그의 행동이 이해는 가지만, 물없이 고구마 삼키는 것같다는 관객들의 반응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포스터 정면에 내세운 목격자의 살인범에 대한 두려움보다 실은 또 다른 공포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주민들은 사건에 대한 두려움보다 남의 일에 관여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아파트값을 지켜내는 일이 필생의 사명으로 보이는 부녀회장과 주민들. 경찰도 다를 것이 없다. 피해자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발빠른 대응보다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떠맡지 않게 된 것에 안심하며 한숨을 돌린다.


내가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하죠?
가진 거라곤 아내하고 딸,
대출받아 장만한 아파트 한 채가 전분데
우리같은 사람한테
이런 건 너무 힘든 겁니다.


담당형사에게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주인공의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형사의 말처럼 이유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을 돕지 않을 것이며, 우리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아파트를 떠나 이사를 간다. 눈내리는 밤, 살인현장에 선 그는 소리친다. "살려 주세요! 사람 살려!" 여기저기 불이 켜져 있지만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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