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서치>를 보고
재미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서치>, 이 영화를 드디어 봤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고, 100여분 동안 스크린에 컴퓨터 화면만 계속 나오며, 마지막에는 영화 매니아들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세 가지 사전지식이 이미 머릿속에 있었으니, 이렇게 준비가 된 관객도 반하게 할, 놀라게 할 깜냥이 되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한
가족사의 일목요연한 정리,
애니메이션 <업>(up)이 연상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동시에 화면에선 컴퓨터가 켜지며 윈도우가 시작된다. 딸 마고의 사용자 계정을 새로 만들어 주고, 화목한 모습의 가족 사진을 찰칵! 우리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유치원에 이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마고의 성장과정을 따라간다. 딸의 피아노 레슨에 함께 하던 엄마는 암에 걸리고, 치료, 호전, 다시 재발하는 과정을 겪다가 결국엔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까지도 모두 컴퓨터 안에 입력되고 저장되는 일정표와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여기까지의 일목요연한 가족사의 정리를 위한 시간은 단 6분! 마치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up) 초반부 대사없이 표현된 부부의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린 10분을 PC판으로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영리하고 효율적인 오프닝이었다.
엄마의 부재로 아빠와 단둘이 된 마고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친구네 집에서 스터디를 한다고 말했던 그날 밤, 아빠가 깊이 잠든 사이에 마고로부터 세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 전화를 받지 못했던 아빠는 아침부터 계속 전화를 해 보지만 마고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제서야 딸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하는데... 자신이 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한 아빠는 딸이 실종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신고한 후, 담당 형사와 함께 자신도 딸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테이큰>의 아빠는 현장에서
<서치>의 아빠는 컴퓨터로
10년 전 개봉했던 영화<테이큰>도 한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찾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전직 특수요원인 리암 니슨 배우가 분한 아버지는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몸으로 뛰며 딸을 찾는데 반해, <서치>에서의 아버지 데이빗은 컴퓨터 앞에 앉아 딸의 메일과 자주 쓰던 SNS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낸다.
컴퓨터의 사용자 혹은
영상 속 피사체로 등장하는 주인공
주인공 데이빗은 영화 처음부터 컴퓨터 사용자로 등장하고, 모니터 화면만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언젠가는 컴퓨터 화면이 아닌 실제 데이빗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현장 수색 장면마저도 인터넷에서 보는 CNN뉴스 동영상 속의 피사체로 등장한다. 심지어 증거 포착을 위해 설치한 CCTV 화면마저 컴퓨터를 통해 보여지니 이쯤되면 감독에게 두손두발 다 들었다.
영화의 결말은 밝히지 않겠다. 영화<테이큰>과 비교를 했고, 똘똘한 아빠라고 했으니 결국엔 딸을 찾았을 거라는 엔딩은 쉽게 예측이 가능할테니까.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이 영화의 재미 삼분의 일쯤은 덜어내는 김빠지는 일이니 그것도 직접 보고 확인하시길 바라고, 대신 이 영화에 홀딱 반해버린 두 가지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련다.
++ 영화의 기존 포맷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시도
카메라가 아닌 컴퓨터 모니터를 이용해 영화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새로운 방법의 시도는 이전에 다른 영화에서도 있었다고 하나, 우리가 그 영화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이 영화<서치>의 성공이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 진정한 '소통'의 중요함을 강조
<서치>를 실종된 딸을 찾는 일종의 스릴러 영화로 단순히 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감독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엄마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감추는 아빠와 둘이 살아가는 딸의 마음이 어떤지 아빠는 모르고 있었다. 꽉 찬 쓰레기통을 버리라는 잔소리나, 같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자는 이야기는 하면서도 죽은 엄마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같은 아빠에게 딸은 차마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마음 속 진심을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을 수단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영화
우리는 SNS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울타리 속 겉도는 인간관계를 울며겨자먹기로 유지하기도 하고,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 마음이 금새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바로 손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가까이 있는 가족과의 소통에는 더 겸연쩍고 낯설어하며 노력하지 않게 되어 버린 건 아닐까. 가족이니 이해하겠지하는 마음이거나 어쩌면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조차도 잊어버렸거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 컴퓨터에 열린 대화창에서 아빠 데이빗이 잠깐 망설이다 딸 마고에게 보내는 이 두 문장은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열어 감정을 표현하며 딸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비록 두손을 꼭 붙잡고 눈을 쳐다보며 하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진심은 딸의 마음에 충분히 가 닿았을 것이라 믿는다.
I'm so proud of you.
Mom would be 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