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와 범인의 심리전이 흥미진진한 수작

영화<암수살인>을 보고

by 영화킬러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개봉 전, 피해자 유가족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화제에 올랐던 영화 <암수살인>, 다행히 제작사의 진심 어린 사과로 무사히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형사를 진짜 형사처럼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 김윤석과, 나쁜 놈을 제일 소름끼치게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놈처럼 연기하는 배우 주지훈이 만났는데, 어찌 안 볼 수가 있겠는가. (* 드라마 <마왕>에서 주지훈의 인상깊은 악역 연기는 정말 잊을 수 없다.)



마약반 소속 형사인 김형민(김윤석 배우)은 정보원의 소개로 토막난 시체를 묻었다는 강태오(주지훈 배우)를 만나게 된다.


형사님, 혹시 돈 좀 있습니까?


죽인 놈이 누군지를 물으니, 강태오가 하는 말. 형민은 말하고 싶을 때 연락하라며 십만원짜리 수표 한 장과 명함을 준다. 그때 들이닥친 형사들은 여자친구를 살인하고 그 사체를 유기한 죄로 강태오를 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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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 태오는 자신이 저지른 또 다른 살인을 자백하겠다고 형민에게 전화하고, 형민은 교도소로 그를 찾아간다.


총 일곱 명입니더. 제가 죽인 사람들이예.


이미 20년 형을 선고받은 태오는 형사들이 증거를 조작했다며 형민에게 진짜 증거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형민이 찾아낸 진짜 증거로 다시 재판을 받아 5년을 감형받게 된다. 교도소에 다시 찾아간 형민은 태오가 요구하는 영치금을 넣어 주고 그가 적어 준 나머지 사건들의 단서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영 냉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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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놈이랑 죽인 놈이랑 내 머릿속에서 헷갈렸나부네.


진술서대로 희생자를 찾지만, 사실이 아님을 알고 따지러 간 형민에게 천연덕스럽게 구는 태오. 하지만, 신고도 시체도 없는 살인의 단서는 오직 그의 진술뿐. 형민은 또 다시 영치금과 선물로 태오를 구슬려 사체를 묻었다는 곳의 위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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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뭐꼬? 와 자백을 하냐고?


무덤가에서 천신만고 끝에 유골의 일부를 찾아내지만, 피해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나머지 유골의 위치를 묻는 형민에게 자기가 어떻게 아냐고 시치미를 뚝 떼는 태오.


형민처럼 암수사건을 파헤치다 형사를 그만 둔 선배는 말한다. 그 놈은 당신이 수사를 열심히 해서 자신을 무죄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시체가 없고 증거가 부족한 두번째 세번째 사건으로 기소되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으면 첫번째 사건마저도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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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


도와주는 사람이라고는 같은 부서 조형사뿐이고, 단서라고는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믿을 수 밖에 없는 범인의 자백밖에 없는 상황에서 형민은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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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악마가 된 이유는 너희처럼 무능한 경찰들이 그때 나를 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너무나 당당하고, 거짓진술로 형사를 혼란에 빠트리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교활하기 그지없는 살인자 강태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 과장없는 두 주인공의 명품 연기


원래부터 연기 잘하는 두 배우지만, 영화<암수살인>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명불허전!



김윤석

왜 하필 내같은 형사를 골랐노?

처음엔 원하는대로 돈을 주며 어떡하든 작은 단서하나라도 건져 보려는 형사 형민은 어쩌면 바보같이 당하고 있는 호구로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을 끈질기게 맞추려는 노력뿐 아니라, 살인범 강태오와의 심리전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흥분하고 소리지르며 밀어붙이는 형사가 아니라, 속은 타들어 갈지언정 팔짱끼고 여유있게 씨익 웃어가며 상대의 자존심을 슬슬 건드리는 것이 그의 방법이다. 법정에서 피곤에 절은 충혈된 눈으로 담담하게 증언하는 배우 김윤석은 그야말로 진짜 형사의 모습이었다.



주지훈

원래요. 사람을 죽이고 나면 정신이 확 더 맑아져요.

첫 등장에서는 안경을 쓰고 살짝 멍청해 보이는 척 하다가 자신이 찾고 있던 적절한 상대인 돈 좀 있는 형사 형민을 고른 후부터는 자신이 벌인 살인과 시체유기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털어 놓는다. 자연스런 부산 말투, 걸음걸이, 눈빛 하나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무섭다. 거기다 씩 웃다가 갑자기 확 돌변해 성질을 부리고 흥분해 욕을 해대는 연기마저도 정말 나쁜 놈같다.



+ 잔인한 장면없이도 흥미진진한 영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잔인한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볼 때마다 굳이 저런 장면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확실히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잔인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탄탄하게 만들어진 인물들 간의 팽팽한 심리전과 그들이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의 추진력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현장검증을 요청하는 형민에게 검사가 묻는다.
"형사님의 생각이 틀리면요?"
그 물음에 대한 형민의 대답은
"그럼 다행이죠. 세상에 나 하나 바보되면 그만이니까."
내가 바보가 된 것같은 기분나쁨만으로도 사람을 해치는 세상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형사가 있다면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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