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쓰백>을 보고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선을 보인 <미쓰백>은 주연배우 한지민의 연기 변신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로 며칠 전에 있었던 청룡영화제에서 그녀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드라마에서 주로 보던 그녀의 예쁘고 똘망똘망한 모습과는 많이 다른 거칠고 망가진 모습이라고 해서 무척 궁금했다. 영화<플랜맨>에서 평소 이미지와 다른 스모키 화장에 구멍 난 스타킹을 신고 나와, 자유분방한 가수 지망생으로 '개나 줘버려'라는 노래를 열창했던 그녀의 모습도 새로웠는데, 이번엔 과연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각색된 픽션임을 밝힙니다.
언젠가부터 뉴스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한 아동학대에 관련된 사건들은 이게 과연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동화 속 신데렐라의 계모처럼 집안일을 시키며 구박하는 정도의 '드라마' 장르에서, 아이를 가두고, 먹을 것을 주지 않고, 때리고, 그러다 죽은 아이를 암매장까지 하는 '하드 고어'로 등급 수위가 높아진 느낌이다. 게다가 실제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 중, 친부모도 있다는 사실은 더욱더 충격적이다. <미쓰 백>은 이런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그것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성폭행 피해자였던 보육원 출신 날라리 여고생 백상아(한지민 배우)를 사건 현장에서 만나게 된 형사 장섭(이희준 배우)은 성폭행 가해자가 돈 있고 빽 있는 집의 아들이라, 억울하게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상아가 안쓰럽다. 그래서 전과자가 되어 손 세차와 마사지를 하며 억척스레 사는 상아 옆에서 그녀를 챙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그녀의 엄마를 찾았으나, 이미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상태였고, 그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추운 겨울, 외투도 없이 삼선 쓰레빠를 신고 밖에 나와 앉아 있는 동네 여자아이가 보이고, 자꾸 맘이 쓰인다. 귀찮은듯 툭툭거리면서도 상아는 아홉살 소녀 지은에게 먹을 것을 사 주고, 자신을 미쓰백이라 부르라고 한다. 그리고 지은의 몸에 난 상처를 보며 부모의 학대를 의심한다.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모른 척 하려고 하지만, 자꾸 상아의 눈에 띄는 지은. 이번엔 상처난 손으로 꼬깃한 천원짜리 한 장을 쥐고 있는 지은을 발견한다. 상아는 지은을 옷가게에 데려가 따뜻한 옷을 사 입히고, 상처난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주고, 햄버거를 잔뜩 사 주고는 같이 바닷가에 간다. 그리고 묻는다. 엄마는 어디갔냐고...
엄마... 천국에 있어요...
엄마는 아빠랑 나만 없어지면
천국이라 그랬거든요...
지은도 묻는다. 미쓰 백의 엄마는 어디있냐고.
지옥에 있어. 우리 엄마...
상아의 머리를 쓰담아주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자기 한테서 멀리 달아나라고 얘기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는 상아.
지은을 집에 데려다 준 상아는 문 앞에서 지은의 아빠가 아이를 발로 차고, 손을 들어 아이를 때리려는 동거녀의 모습을 본다. 화를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달려든 상아는 경찰서에 가게 되는데...
지은이는 아빠와 자신을 미워하는 아줌마의 구타와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세상은 친부모도 아니고 게다가 전과자의 신분인 미쓰 백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봐줄 수 있게 그냥 놔 둘까? 궁금하시다면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몇몇 평론가들은 '감정적으로 과잉이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 <미쓰 백>의 미덕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이미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아동학대에 관련된 '사건'을, 같은 아픔을 겪으며 어른이 된 미쓰 백의 심정에 관객이 같이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로 이끌어내는 감독의 각본과 연출은 상업영화로 나무랄 데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주인공 미쓰 백을 연기한 한지민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배우 이희준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에 대한 몰입도와 재미를 한껏 끌어 올리는데 한몫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한다.
주미경 역 (배우 권소현)
넌 뭐 다를 것 같애?
겉으로 보기엔 싹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멀쩡한 여자 주미경. 자기가 키우는 개는 예뻐하고 아끼며, 동거남의 딸인 9살 지은을 학대하는 그녀를 너무 실감나게 연기한 권소현 배우때문에 나는 더 철저하게 미쓰 백과 지은이의 편이 될 수 있었다.
김일곤 역 (배우 백수장)
너 이렇게 살아서 뭐 하게.
뒤지는 게 더 낫지 않겠냐?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술에 취해 게임에 미쳐있는 지은의 친부 김일곤. 백수장 배우의 저 게슴츠레한 목적없는 눈빛은 이 사진을 얼핏 보고 지나가던 열 살 아들래미가 보기에도 무섭단다.
미쓰 백의 엄마 역 (배우 장영남)
나한테서 달아나... 멀리...
남편이 죽고난 후, 심한 우울증으로 알콜 중독이 되어 딸 백상아를 학대하는 그녀의 친모. 그런 자기 자신이 싫으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그녀는 분명히 나쁜 엄만데도, 보고 있으면 나도 마음이 아픈 건 장영남 배우 연기의 힘이 아니었을까.
장섭의 누나 역 (배우 김선영)
응팔의 선우엄마 김선영 배우는 여전히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 넉살을 부리며 심각한 영화의 분위기에 살짝 재미를 불어넣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장섭의 후배 형사역으로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호탕한 웃음소리의 전석호 배우(맞다. 바로 드라마 <미생>의 하대리), 미쓰 백이 일하는 미장원 여사장으로는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한지민의 엄마역을 맡았던 이정은 배우가, 미장원에서 일하는 직원으로는 드라마 <라이브>에서 혜리로 나왔던 이주영 배우가 등장하니 잠깐 얼굴만 비치는 배우들마저도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고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다.
이 영화 <미쓰 백>이 블록 버스터로 가득한 스크린 틈새로 개봉하기까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반짝거림을 존중받아야 하듯이, 우리 극장에도 좀더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연기변신에 성공한 한지민 배우에게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라는 이지원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