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여행 열 번째 이야기
알레르기 때문에 먹는 지르텍은 매일 한 알씩 꾸준히 먹고 있고 이젠 혓바늘을 없애 줄 약을 또 찾아 먹는다. 왼쪽 약은 ‘뉴황지에두피엔(牛黄解毒片 우황해독편)’이라고 중국인들이 의사의 처방없이 알아서 사다먹는 가장 대표적인 약이다. 중국사람들은 혓바늘이 돋거나 변비상태이면 매운 것을 많이 먹거나 몸에 열이 많아서 열이 오르는 상태 ‘샹훠(上火)’라고 말한다. 이 약을 먹으면 몸에 있던 열과 독을 빼주는데 도움이 된단다.
오른쪽약은 ‘화수피엔(华素片 화소편)’이라고 만성기관지염, 잇몸염증, 혓바늘 등을 치료해주는 약으로 입에 물고 천천히 녹여먹으면 된다. 쓰촨(四川 사천)의 맛있는 먹거리들은 대부분 매운 것들이라 제대로 먹으려면 혓바늘부터 잡아야한다. 오라메디는 집에 두고 왔으니 한 번 믿어보자, 중국약들!
아침에 비가 내리더니 하늘이 계속 흐리다. 구름은 여전히 우리와 가깝다.
계속해서 꾸불꾸불 산길을 가는데 장족으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손을 흔든다. 남편말로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산속이라서 현지인들은 이렇게 차를 잡아타고 볼 일을 보러가는 일이 흔하다며 태워줘도 되냐고 묻길래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와 남편은 같은 중국사람이면서 말이 안 통한다!!! 뭔가 반복되는 말이 아무래도 목적지인듯해서 여러번 서로 손짓발짓해가며 의사소통을 한 후, 차에 오른 그녀.
조용히 서로 아무 말없이 차는 계속 달린다. 드디어 어떤 작은 마을 앞을 지나는데 반응을 보이는 그녀를 보고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려는걸 몇 번 사양하는 우리에게 고맙다며 합장을 한다.
오늘의 원래 목적지는 ‘써다(色达)’라는 곳의 ‘우밍포슈에위엔(五明佛学院 오명불학원)’이라는 곳이었다. 티벳 불교 승려들이 공부를 하는 불교 학원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라는데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 곳에 위치한 검문소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청하더니 ‘외국인은 출입금지’라고!!! 결론은 중국인인 남편과 중국국적인 아들은 갈 수 있지만, 나때문에 못 들어간다는 말. 트래킹에 나혼자 가라던 남편처럼, 나도 여기서 기다릴테니 다녀오라했더니 그건 또 안된단다. 자기도 여긴 아직 못봤다면서도 끝까지 나혼자 두고 보러갈 순 없다고 고집해서 갑자기 일정을 바꿔야만 한다.
우선 점심부터 먹으며 숨을 돌린다. 온통 쓰촨(四川 사천)음식점 천지. 고로 나는 매운 음식으로 혓바늘이 난 곳을 고문받으며 먹어야 한다는 얘기. 그래도 평소에 매운 걸 못 먹는 아들과 같이 담백한 음식을 찾아먹으면 될 터.
버섯돼지고기볶음과 감자를 넣은 돼지갈비찜, 그리고 가지볶음. 한 입 먹어보니 이젠 매운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뭘 씹는 거 자체가 고문이다.
남편은 굽이굽이 산길을 끊임없이 운전하고 나와 아들 녀석은 뒷자석에서 자다깨다를 반복하던 사이에 산속 깊이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 객잔(客栈)이 있는 것도 놀라웠는데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투숙객이 많다는데 더 놀랐다.
방에 들어와 창문을 열고 경치를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구석구석 과하지 않은, 멋스러운 인테리어
외진 곳인지라 식사도 객잔에서 해결해야 한다. 저녁 메뉴는 토마토계란볶음, 말린 돼지다리살을 손으로 찢어 다시 볶은 요리, 오이무침. 이제 내게 먹는다는 건 그저 허기를 없애기 위한 고통일뿐.
이미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한꺼번에 좋은 걸 너무 많이 봤으니 이렇게 오늘처럼 하루쯤 공치는 날도 있어야지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저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혓바늘이 오늘보다는 좀 나아지길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