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여행 열한 번째 이야기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맞아준다.
우리가 어젯밤에 도착한 이곳 산속 마을은 깐쯔(甘孜)주(州) 동쪽에 위치한 딴바(丹巴)현(县)이라는 곳으로 저 멀리 보이는 탑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해발 1,800미터의 높이로 이제 고산반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구름은 손에 잡힐듯말듯한 거리에 있다.
우리가 머물던 객잔은 다부진 몸매의 잘 생긴 장족 청년들(고 짧은 순간에 중요한 건 재빨리도 파악했다)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건물도 내부 인테리어도 모두 멋스럽고 맘에 들었다. 아줌마가 되어도 미남앞에선 여전히 숫기가 없는 관계로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는 말도 못하고 여기저기 건물과 풍경만 찍어댔다.
객잔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 식사. '만토우(馒头)'라고 부르는 밀가루로만 된 찐빵에 흰쌀죽, 삶은 달걀과 반찬으로 감자볶음, 무짠지, 꽁깍지짠지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다.
객잔을 나와 전망대를 찾아 올라가는데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남편이 10년 전에 왔을 때만해도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는데 이제는 이곳도 유명해진 모양이다.
이 마을만의 고유한 건축물이 높은 곳에서 보니 한 눈에 들어온다.
돌과 나무를 섞어 지은 집에 고유의 문양을 그려넣고 옥상에는 하얀 돌뿔들을 뾰족뾰족 세운 방식이다.
이제는 차를 몰고 딴바(丹巴)현(县) 시내로 나가 강 건너편에서 아까 얘기했던 탑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향한다.
이 산골 마을에 이런 높은 탑들이 생긴 건 자그마치 천 팔백년 전부터!!! 외부인들의 침입에 대비한 것으로 돌을 하나씩하나씩 쌓아올려 탑을 완성하고 나면 식량을 들고 저 위에 올라가 있었다는데, 가운데 있는 오각형 모양의 탑은 세계에서 유일한 오각형 탑이라고 한다.
차 안에서 꼬맹이랑 같이 봤던 <라푼텔>이 갇힌 탑도 생각났다.
오늘 점심은 진짜진짜 간단하게 한끼 떼우기로 한다. 먼저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아들래미가 주유소 편의점에서 사달라고해서 인민폐15원 주고 산 즉석 생선양념덮밥을 먹는다. 햇반은 전자렌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신기하게도 포장되어 있는 물을 부어주고 뚜껑을 닫으면 발열이 되어 모락모락 김이 나면서 밥이 맛있게 된다. 그 위에 포장된 양념된 생선통조림같은 걸 부어주면 끝! 별 기대없이 한 숟갈 떴는데, 너무 맛있다!!!
남편이 들고 있는 압축 과자는 혼자서 트래킹할 때 주머니에 넣고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던 녀석. 짭짤한 맛에 파가 들어간 과자라는데 양파링과 맛이 살짝 비슷하다. 한 봉지에 두 조각 들었고 한 조각에 열량이 자그마치 900칼로리가 넘으니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망한다. 여기에 타오바오에서 주문해 들고 온 튀김우동과 소고기육포도 곁들이고, 전망대 주차장에서 장족 아주머니가 파는 과일도 샀다. 왼쪽에 있는 사과를 여섯 개 고르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인민폐3원, 우리나라 돈으로 500원이 안 된다. 농약같은 건 하나도 안쳤으니 물에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하신다.
참고로 어제부터 먹었던 약의 효과는 어찌나 빠른지 혓바늘은 벌써 많이 들어갔다. 근데 문제는 해독을 하면 그 독을 자꾸 밖으로 빼줘야만 하는지 어젯밤부터 '뿌룩뿌룩 공주'가 됐다는거ㅠㅠ
이 탑은 돈이 좀 있는 사람이 지은 거라고 한다. 그 옆에 있는 집도 역시 다르긴 하다.
이제 우리는 맛있는 먹거리의 천국, 청두(成都 성도)로 출발~ 여전히 산길을 운전하며 가다 만나는 아름다운 구름에 감탄한다.
가는 길에 쓰구냥샨(四姑娘山)이라는 설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비가 부슬부슬오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 콧배기도 보이지 않는다. 뭐 그래도 괜찮다. 그 옆에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 육포를 파는 곳이 있었으니까.
이제 대도시 청두(成都 성도)로 가면 이런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과는 이별해야하니 마지막으로 마음껏 즐기자!
청두(成都 성도)는 쓰촨성(四川省 사천성)의 행정,경제,교통,문화의 중심지다. 고원지대에 있다가 갑자기 대도시로 오니 서울에 갓 올라온 시골쥐같다. 얼굴은 새카맣고 양손에 짐은 한 가득이고.
밀린 빨래를 해야해서 호텔말고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집으로 들어왔다. 집주인이 꾸미는 걸 좋아하는 모양. 테이블까지 딱 세팅해놓고 이것저것 장식물도 많다. 그러나, 겉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중요한건 대충대충. 샤워를 하는데 하수구가 막혔는지 물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할 수 없이 이 귀한 손으로 직접 해결. 내손으로 하수구 뚫어 주면서 돈 내고 잠자야 하다니...
맛있는 음식들의 천국에 왔겠다, 혓바늘도 거의 다 나았겠다 저녁 만찬을 즐기러 나왔다. 핸드폰 네비로 맛집을 찾아 앞장서는 남편을 쫄래쫄래 따라가던 우리 모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걷자 점점 짜증이 올라온다. 거기다 배고프면 점점 헐크로 변하는 우리 모자는 그 맛집이 벌써 문을 닫아버렸다는 걸 알고는 폭발직전.
그때 우리 눈 앞에 나타난 식당 간판 '라오마티화종띠엔(老马蹄花总店)' 티화(蹄花)라는 건 돼지족으로 만든 음식이니 우리말로 하면 '엄마족발본점'정도로 해 두면 될 듯. 본점이라니 영 맛없진 않겠다하며 들어간다.
요게 이 집 대표 메뉴 티화(蹄花), 돼지족을 넣고 푹 삶은 요리. 잡내도 없고 뽀얗게 우러난 국물도 시원하다. 고기도 부들부들해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쓰촨의 대표적인 음식중 하나인 푸치베이피엔(夫妻肺片) 소의 내장을 비롯한 각종 부위들과 고기를 얇게 썰어 야채를 곁들여 고추기름과 양념으로 무쳐낸 요리. 너무 맵지도 않고 맛이 끝내준다
예전에도 등장했던 우리나라 청포묵같은 량펀(凉粉) 요것도 원래 쓰촨음식
매운 걸 못 먹는 아들래미를 위해 주문한 징짱로쓰(京酱肉丝) 돼지고기 안심살을 길고 가늘게 썰어 달달하고 짭짤한 소스에 볶고 그 위에 파를 썰어올린 요리
금새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 기분이 좋아진 세 식구는 주위도 좀 둘러보고 벽에 있는 그림도 볼 여유가 생긴다.
가까운 과일가게를 둘러보다 핸드볼공만한 미니 수박도 사다 썰어 먹었다.
열흘을 넘게 멋진 자연 경관에 홀려있다 문명으로 돌아온 첫날, 아직은 낯설지만 또 다른 여행의 재미를 즐길 준비를 하며 오늘도 굿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