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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킬러 Apr 03. 2019

키득키득, 끄덕끄덕하며 읽는 책

김중혁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이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가 쓴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서였다. 그가 달변에 정리의 달인인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약간은 뻘쭘해하며 시작한 방송은 벌써 5년이 넘었고, 지금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과 공중파 토크 예능에까지 진출해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처음엔 그가 궁금하다가, 점점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며 좋아지더니,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가 쓴 책들을 찾아 읽고 있었다. 그가 쓴 책은 많지만, 그중에서 작가 김중혁의 개인적 매력이 돋보이는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추천하고자 한다.






'재능'이란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세상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너무나 정확하게 알고 있고, 부단히 노력해 그 꿈을 이루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이 부러운 그저 평범한 사람일뿐... 무언가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조금씩 끄적거리기 시작했고, 빈 공간에 깜빡이는 커서가 더이상 예전처럼 막막하지만은 않다는 것에 자족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라는 밑도끝도없이 낙천적인 그의 말은 많은 위로가 됐다.


그도 어렸을 땐 산만한 아이였고, 다시 보면 쪽팔린 일기를 썼던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 나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세상이 제시하는 잣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는 것.



결국 삶이란 선택하고 실패하고, 또 다른 걸 선택하고 다시 실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유연성이다.
실패가 별게 아니란 걸 깨닫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려면 실패에 익숙해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다 더 큰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더 많이 실패하고, 더 자주 포기하고,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더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위의 글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나는 혹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이 있는 삶의 태도가 지금까지 내 성장의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새로운 것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부딪치고 깨져야 할 때도 있는 것인데, 그걸 지켜보기에 맘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자꾸 시행착오가 없는 길로만 가라고, 안전한 길로만 가라고 부추기지는 않았을까?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책
술렁술렁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잠시 멈추게 되는 책
글과 글 사이에 재미난 카툰이 들어 있어서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책
다 읽고 나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책
긍정이 온몸에 녹아들어서 아무리 괴로운 일이 닥쳐도 어쩔 수 없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끄덕끄덕, 삶을 낙관하게 되는 책


예민한 청력의 소유자이면서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 그는, 힘든 소설 작업 후에는 코미디 영화를 보며 웃고 엉뚱한 상상력을 펼치는 발명가 김씨가 되어 카툰을 그린다. 책을 다 읽고 서문을 다시 펼쳐보니, 김중혁 작가는 바로 그가 쓰고 싶었던 책을 써냈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삶이 재미없을 때, 또 너무 인생을 진지하게 열심히만 사는 게 아닐까 싶을 때 종종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같이 키득거리며, 끄덕끄덕하며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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