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슬픔이 주는 기쁨>
오랜만에 <슬픔이 주는 기쁨>이라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었다. '슬픔이 주는 기쁨'을 포함한 8편의 글을 함께 묶은 에세이집이다. 그중 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앞에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그의 심리가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분석되어 있는 '진정성'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제일 재미있게 읽혔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상대를 향한 강렬한 욕망은
유혹에 필수적인 무관심에 방해가 된다.
또 상대에게 느끼는 매력은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함에
자기 자신을 견주어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무관심한듯이 보여야 상대가 호기심에 이어 호감을 갖게 된다는 기본원리는 동서양에 구분이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한가지 조건은 상대방이 반드시 나에게 느끼는 호감과 매력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무관심한 모습도 유심히 관찰할 거라는 것.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면 내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조차 모를테니까.
화자인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 클로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끊임없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려 애쓴다. 같이 있는 사람에 관계없이 안정된 동일성을 지키려는 진정성있는 자아는 온데간데없고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맞추는 남자의 노력에 감동한걸까?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 그에게는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디 자신의 진정성을 배신하면서까지 쟁취한 사랑의 환희가 오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