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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킬러 Mar 02. 2022

네 남자들의 수다를 경청한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커피 타임 

요즘들어 부쩍 음악보다 팟캐스트를 자주 듣게 된다. 주변에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걸까. 누군가 한국어로 말하는 걸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혼자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주로 꿍짝이 잘맞는 서너명이 대화하는 방식의 팟캐스트를 즐겨듣는데,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추임새를 넣고 있다. 역시 모전여전인건가. 지금의 내 모습은 혼자 드라마보며 등장인물들과 대거리하는 엄마 모습과 오십보백보다. 


환상의 콤비 이동진, 김중혁의 <빨간 책방>에 이어 <김혜리의 필름클럽>과 <씨네마운틴>을 열심히 듣다 우연히 경제 관련 팟캐스트를 듣게 됐다. 바로 MBC라디오에서 방송하고 있는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맘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바로 구독했다. 얼굴에 약하면 '얼빠'라고 한다던데, 나처럼 좋은 목소리에 약하면 '목빠'라고 해야하나? 


경제 공부삼아 들은지 2주쯤 지나서부터 방송이 끝나고 진행자와 패널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담긴 '커피 타임'이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을 보충해서 들려주기도 하고 편안하게 신변잡기적 수다를 떨기도 하는데, 1년이 넘게 듣다보니 이젠 그들이 모두 나의 오래된 친구들 같기도 하다. 


아이폰을 좋아해도 자주 못듣는 딸래미 목소리를 녹음하려고 통화가 녹음되는 삼성폰을 쓴다는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를 제리가 톰 다루듯 잘 요리하는 센스쟁이 애처가 박세훈 작가, 순둥순둥할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과 정의감을 두루갖춰 국회로 내몰림을 당할 위기에 처한 김현우 소장, 쌍둥이딸들과 아내에게 충성하는 느린 말투의 안승찬 기자. 일면식도 없는 이 네 남자들의 수다를 경청하다보니, 어느새 그들이 '밀떡'을 좋아하는지 '쌀떡'을 좋아하는지, '부먹파'인지 '찍먹파'인지까지 알게 되어버렸다.


며칠 전, 우유원유와 탈지분유를 일과 소득의 상관관계에 비유한 <커피타임>의 방송내용을 들었다. 이진우 기자는 가공비용까지 들지만 우유에 비해 유통기간이 길어져 낮은 가격이 되어버린 탈지분유를 보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지를 알려준다는 주장을 한다. "모든 것은 수급의 문제다. 열심히 일하는 것과 소득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떤 사람은 설렁설렁 일해도 많은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적은 돈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희귀한 일이냐 대체가능한 일이냐다. 나를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리있는 말이기 때문인지 아님 그냥 좋은 목소리에 현혹되어 옳은 생각이라 여겨지는건지 모르지만, 예리한 질문,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것만큼은 아직까지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이진우 당신은 우유랍니다.     


아, 그나저나 나도 투게더가 먹고 싶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134/clips/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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