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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n Lee Mar 06. 2024

[미학적 단상]남자의 어깨

단단한 세월의 퇴적층

내가 아무리 씩씩하다 하더라도 어느 날 울음을 울어야 한다면 혼자가 아닌 남자의 어깨에 파묻혀서.이기를 기도한다.

인생의 중반쯤에서

그도 쓸쓸하고 고단한 어깨일 것이리라.

어쩌면 아이처럼 소리내어 우는 나보 더 깊은 외로움일 수도 있으리라.


생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모습으로 오빠 같고 아버지 같은 든든함으로 살아가지만

석양빛이 비추면 어쩌지 못하고 드러나는 쓸쓸한 실루엣.


내게 있어 남자의 어깨는 묘한 영감을 일으키는 로망이다.


여자를 기대고 싶게 하는 저 유혹..

흐르지 못하고 삼킨 그의 눈물은 증발하여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월의 어깨의 퇴적층마다 화석으로 단단해진 것이라 믿는다.


단단하지만 연약할지도 모르는 어깨.

그렇기에 내 눈물을 잠시 멈추고 위로하며 안아주고 싶은 어깨이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어느 해 낙엽이 지는 가을쯤 가만히 어깨에 기대어 파랗던 청년의 두근거림으로 여전히 힘차게 고동치고 있을

그 남자의 심장 소리를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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