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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n Lee Mar 26. 2024

[미학적 단상]목련

하얀 목련이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저녁을 먹고 아빠와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는데 동네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을 보시더니 나를 닮았다고 하셨다. 별로 예뻐보이지도 않고 향기도 없는 꽃의 비유라 나는 내심 서운해졌다.

ㅡ왜요?


ㅡ어둠 속에서 달빛에 저렇게  하얗게..  이야~ 얼마나 이쁘냐. 우리 딸만큼이네.


근데 목련뿐이 아니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아빠는 장미, 백합,.. 꽃이란 꽃, 혹은 당신의 눈에 비치는 예쁜 것은 모조리 나를 닮았다며 혼자 흐뭇함에 크게 미소짓곤 하셨다. 엄마도 늘 예쁜 그릇에 예쁜 모양을 내서 음식을 건네며 애정을 보여주셨지만 엄마보다 과묵하고 엄한분이 어쩌다가 하시는 아빠의 얘기라서 더 좋았다. 남동생은 그러시면 누나 공주병 걸린다며 경각심을 일깨워 드리느라 여념이 없었고..


그러다가 아빠가 아프셨다. 그렇게 꽃을 좋아하시더니 당신의 몸 안에도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그리고 아빠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평안이 가득한 눈빛을 남긴채 꽃보다 아름다운 영원한 곳으로 우리와 엄마를 놔두고 가버리셨다.


작년에 18주기 예배를 드린 지금까지도 나는 보고픈 마음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지만 10년이 지나도 기억에서 희미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퇴근길 라디오에서 그리움을 일깨워 눈물이 흐르게 한 하얀목련'을 다시 들으며 아빠와의 추억에 기대는 계절.

봄이 오면 또 그리움에 몹시 젖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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