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와 바로크가 패션에 남긴 유산
저는 요즘 소소하게 이런저런 에스키스 작업을 하며 새로움을 향한 모색이 길어지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돌체앤가바나의 화려한 스타일과 섬세한 디테일로 공간을 압도하는 쇼를 마주하며 제 작품의 정체성인 중세 플로티노스의 철학을 재해석 하다가 잠시 틈을 내어 끄적여 본 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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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의 빛과 그림자 – 중세와 바로크가 패션에 남긴 유산
화려함의 극치, 그러나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단순한 왕실의 거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 예술, 패션이 집결된 거대한 무대와 같았고, 그 중심에는 루이 14세가 있었다. ‘태양왕’이라 불린 그는 패션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최초의 군주 중 하나였다. 그의 궁정에서 탄생한 바로크 스타일은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신분과 권력의 상징을 나타내었다. 하지만 이 스타일의 뿌리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중세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이 그 안에 녹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중세의 유산 – 엄숙한 아름다움에서 화려한 과시로
중세 패션은 신앙과 사회적 질서를 반영한 구조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특히 고딕 양식의 세로선이 강조된 실루엣과 섬세한 장식적인 디테일은 이후 바로크 패션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중세의 실루엣은 길고 흘러내리는 실루엣과 엄숙한 분위기의 로브 스타일이 주류였다. 장식적인 패턴이 주를 이루었는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문양이 원단에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금과 보석이 많이 보여지는데 교회와 귀족들이 사용한 금실 자수와 보석 세팅은 곧 신성함과 권위를 의미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중세 이후에도 패션에서 중요한 코드로 남아, 베르사유 시대의 극적인 스타일로 변모하게 된다.
베르사유 스타일 – 절대왕권과 패션의 결합
17세기 프랑스는 절대왕정의 정점에 있었다. 루이 14세는 권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중세의 신성성과 권위를 가져오면서 더욱 대담하고 장식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중세 패션은 골드와 브로케이드(자카드 직물)를 특징으로 들 수 있는데 베르사유 패션에서 금실과 정교한 브로케이드 원단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신성한 황금빛을 통해 왕의 권력을 신격화하는 효과를 주었다.
중세의 엄숙한 라인과 달리, 남성의 코트는 과장된 어깨선과 레이스 장식으로 웅장한 느낌과 극적인 실루엣을 더했다. 여성의 드레스는 거대한 패니어(치마를 부풀리는 구조물)로 드라미틱한 볼륨을 연출했다.
또한 하이힐과 가발 문화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데 루이 14세가 도입한 하이힐과 웅장한 가발 스타일은 전해오는 비화가 많지만 결국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신분과 권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이어졌다.
베르사유의 유산, 현대 패션에서 되살아나다
베르사유 스타일이 단순한 역사 속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오늘날 패션계에서도 이 유산은 강하게 살아 있다.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는 바로크의 화려함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골드 자수, 진주 장식, 웅장한 실루엣을 통해 현대의 베르사유임을 구현하는 브랜드 컨셉이 독보적이다.
발맹(Balmain)은 군더더기 없는 강렬한 실루엣과 골드 디테일을 활용하여 루이 14세 시대의 권위적 스타일을 락 스피릿이 묻어나는 도발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은 중세의 고딕적 요소와 바로크의 화려한 장식이 자수의 디테일을 결합함으로써 극적인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은 곧 권력이다
베르사유의 패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권력과 예술의 결합이었다. 그리고 그 유산은 오늘날 패션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는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때로는 권위를 드러낸다.
멀리 거슬러 갈 것도 없이 옷장 안에 유물처럼 잠들어 있을 당신이 소장한 옷에는 어떤 과거의 이야기와 유산이 깃들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