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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지 않은 결심들>

확신 없이 말하는 법

by 비안리 Viann Lee

확신이 없다는 것은 언제나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견디는 일이야말로 내가 이 세계에 대해 지닌 가장 근본적인 태도라고 믿는다.

나는 확신 없는 말들을 오래 품어왔다.

때로는 멈칫했고 때로는 침묵했다.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말을 고르게 된 것이다.


확신은 결을 단단히 세우지만 그 단단함은 언제나 어떤 폐쇄의 감각을 동반한다.

그 안에 나라는 존재가 들어갈 틈은 없었다.

의심과 질문은 배제되고 선명한 언어만이 환호받는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시간들은 오히려 흐릿한 것들에 의해 지탱되어 왔다. 명확하지 않은 감정, 미완의 생각, 불확실한 신념들.

나는 그 잔류물들을 함부로 폐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유는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감도의 문제다.

확신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나는 침묵의 윤리를 떠올린다. 침묵은 도피가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 앞에 머무는 행위다. 말을 미루는 것은 언어에 대한 회의라기보다는 언어에 대한 책임이다.


누군가는 생각의 속도를 의심했고 누군가는 태도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단정하는 것이 생각의 끝은 아니며 질문을 남기는 것이 사유의 실패도 아니라는 것을.

확신 없이 말하는 일은 말의 권위를 내려놓는 일이자 스스로의 진술을 끝까지 지켜보는 일이다.


이것은 단호하지 않은 결심이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사유하기 위해 단호하게 유보한 태도에 가깝다.

나는 그 태도로 말하고 그 태도로 살아가려 한다.

아직은 완결될 수 없는 문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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