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지난 주말에

대충, 일기

by 데오잡

토요일


대기업 다니는 지인에게 LPGA The Chevron Championship 티켓을 얻게 되어 아름다운 잔디와 호수를 자랑하는 멋진 클럽으로 경기를 보러갔다. 날씨는 더웠고 바람이 제법 불었다. 17번홀과 18번홀 근처에서 머무르며 눈 앞에서 유해란 선수와 최혜진 선수의 플레이를 봤다. 꽤 많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었는데, 진심으로 국뽕이 쭉쭉 차올랐다. 이 작은 나라에 인재가 이렇게 많다니. 이 어린 선수들은, 오늘 이 잔디 위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과 좌절과 다짐을 쌓아왔을까. 내 나이의 반밖에 안되는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일요일


일년에 한번, 도심의 큰 공원에서 열리는 야외미사에 참석했다. 날씨는 역시 더웠고, 성당 분들은 역시 좋으셨다. 아이들은 근처 갈색물 개울에서 올챙이와 다슬기 따위를 잡았다. 항상 야외미사때는 고기를 굽느라 형제님들이 고생하셨는데 이번에 우리 구역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모두가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제육볶음 정말 맛있었어. 오이랑 우엉 반찬도.


구역모임이 끝나고, 반드시 Minecraft 영화를 봐야한다는 가정 내 프리틴 2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화관으로 갔다. 얼마전에 둘째와 함께 Pixels(2015)이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마인크래프트는 그냥 Pixels 2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감히 주장중.


그나저나 잭 블랙은 여전히 노래잘하고, 나탈리 헤어스타일 완전 이쁘고, 나도 데니스 한마리 키우고 싶고, 그런데 왜 루저/너드가 기본값인거야. 도대체 누구보고 캐릭터 빙의해서 통쾌하고 즐거우라고 십년이 지나도 휴먼 설정이 안바뀌는건데. 누군가는 현실 고증 100%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런 뻔한 설정도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함. 게임이랑 만화 좋아하는 오타쿠들이 집에 쳐박혀 있거나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해 별볼일없이 꾸물꾸물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웅이 되는 스토리따위 이제 반갑지 않아...세련된 패션모델이나 월스트리트의 뇌섹남을 원하는 게 아니잖아. 하다못해 그냥 평범해도 되는 것을, 예를 들면 우리 동네 코스코 매니저가 사실은 초딩 때 팩맨 월드챔피언이었다거나 지역대학 풋볼 쿼터백인데 마인크래프트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갑자기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동네 풋살팀 골리로 바꾸겠음. 아무튼 게임 좋아하고 만화 좋아하는 사람으로 강력하게 말해봄, 제발 캐릭터 설정 좀 바꿔서 영화 만들어줬으면.

참고로 나 겜돌이 아님, 오타쿠 아님, 절대 긁힌거 아님.


좋은 영화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볼만하냐고 묻는다면?

음,, 픽셀 볼때도 그랬지만 웃을 수 밖에 없는 포인트(Pixels 예시 : I'm your father/I'm gonna die a virgin)들이 있긴 함. 비록 2초뒤 현타가 오긴 해도(감자 마스코트...웃었는데 어쩐지 자존심 상함).

혹시 병맛을 좋아하거나, B급 매니아거나, 로블락스보다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거나, 잭 블랙을 좋아하거나 하여튼 뭐 소액이나마 영화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거나 사소하게 유행타고 싶거나 뭐 그러하다면...아무리 그래도 역시 양심적으로 에이 thㅏ우전드 타임즈 예스라고는 못하지만, 대충 그냥 인생에 딱 한 번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슬픈 기분......


영화 얘기 어렵네, 이동진님 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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