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재미있고 가끔은,
출근을 했는데, 얼떨결에 부탁을 받아 한 시간 가량을 다른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 당연히 일을 하기에 집중이 되지 않을 테니, 마침 이 기회에 좀 놀아야 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주위에서 다 일하고 있는데 나 혼자 인터넷쇼핑하면 눈치보이니까, 겸사겸사 글이나 써볼까.
문득 시계를 보니 세 시간이 지나있었다. 뭐야 이게, 시간을 잘못봤나.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
다만, 읽을 때도 쓸 때도 시공의 흐름을 잊는다면 내 어찌 읽고 쓰지 않으리.
브런치를 시작하고 세상에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70%는 출간작가님들이시고 30% 출간예정작가님들이신 듯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람의 삶을, 글을, 생각을 들여다봤다. 글쓴이가 무슨 생각으로 쓴 글인지 상상하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하고 판단해 버리는 내가 싫다. 자꾸자꾸 읽다 보면 예기치 않은 집착도 생긴다. 우리 만나면 좋은 친구 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나와 친구 될 만한 너그러운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예쁘게 여러 겹 덧씌운 글이나 욕심을 숨기지 못하는 글을 읽으면 대단히 아쉽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미지 않음이야말로 최상의 꾸밈이며 현실은 추해도 글세상 만큼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환상이 있다. 예술가가 싫다고 늘 말하지만, 고작 한 편의 글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를 마주하게 되면 대책없이 두근거리는 병은 어떻게 고치나요.
목표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실력과 소재의 무게를 재느라 몰두한다. 시간을 들여 거듭 매만져도 만족스럽게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지만 서툰 낙서 하나 세상에 남기는 것이 가끔은 재미있다. 나 하나만 만족시키면 되는 나 혼자의 놀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겹다는 것 또한 축복 받은 팔자다.
꽉 찬 마음으로 허술하게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