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ABA테라피

Applied Behavior Analysis (ABA)

by 데오잡

센터는 생각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신 원장님은 첫마디에 자신의 아이도 자폐 증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같은 처지의 엄마'라는 얘기를 듣자, 마음 바닥에서부터 따뜻함이 밀려 올라왔다. 같은 처지라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겐 떠오르는 태양 같은 위안이었다. 대략적인 상황을 들으신 원장님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셨다. 학교의 진단은 학교 시스템 안에서만 효력이 있으니, 어서 빨리 의사를 만나라고 말씀하시면서 큰 병원 산하의 소아 정신과 병원을 소개해 주셨다. 미국의 경우, 소아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로 ABA 테라피와 스피치 테라피를 받을 수 있다. 추천받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소견서를 받고 보험사에 연락해서 우리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정확한 지원내용을 확인했다. 원장님께 연락해서 ABA 테라피를 위한 검사 예약을 잡았다. 추천해주신 스피치 센터에도 검사 예약을 잡았다. 스피치 검사 후에는 원장님께 추천받은 언어치료사에게 주 2회 스피치 테라피를 받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BA테라피와 스피치 테라피를 시작하고 2년 여가 지난 지금, 우리 아이는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물론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가끔 다른 아이들과 섞여있을 때, 정상아와의 다른 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이제 우리 아이는 말을 할 수 있고 놀이터에서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눈치가 없고 말 수가 적긴 하지만, 친구들의 장난감을 뺏지 않고 함께 노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가는 중이다.


ABA(Applied Behavior Analysis:응용 행동 분석) 테라피는, 내가 느낀 바로는 '1:1 개인과외'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BCBA(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t:자격이 있는 행동 전문가)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개인별로 맞춰진 프로그램을 짜면, BT(Behavior Technician) 또는 RBT(Registered Behavior Technician)가 프로그램에 따라 목표 달성을 위해 아이를 지도하게 된다. 목표를 정하면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달성한 경우에는 반드시 많은 칭찬과 보상을 준다. 칭찬의 말은 처음에는 두세 가지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사소한 것이어도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서 맞는 행동을 한 경우, 칭찬은 꼭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칭찬의 말을 정확하게 칭찬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점점 더 다양한 칭찬의 말들을 사용한다. 보상은 때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일 수도 있고, 새로운 장난감이거나 짧은 스크린 타임이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의 경우, 음식에 대한 욕심이 너무 적은 아이라서 초반에 보상품을 찾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캔디가 보상이 되는 경우에는 작게 잘라서 주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상은 점점 줄인다. 아이가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또 새로운 목표를 위해 보상을 활용하게 된다.


테라피를 시작하고 나서 아이는 정말 하루하루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단어 두어 개를 반복해서 외치기만 하던 아이가 순식간에 할 줄 아는 말이 늘어났다. 매일 저녁 샤워를 거부하며 옷장으로 도망가서 우는 일도 없다. 엄마와 헤어질 때 맑게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그동안의 내가 얼마나 모자란 엄마였는가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고집이 세다고, 말을 안 듣는다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이기적이라고... 아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아이를 관찰하고 돌보지 않고, 그저 타박하고 혼내고 화를 내던 나. 새싹같이 작고 보드라운 아이를 거친 사막에서 키우고 있던 모진 사람은 바로 나였다.


돌이켜보면, 원장님을 만난 것은 정말, 엄청나게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원장님이 몇 년 동안 자신의 아이를 치료하며 고생하며 알게 된 그 많은 것들을 전부 알려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더 늦지 않게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ABA 테라피는 정상아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은 때로 귀찮고 불필요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것만큼 쉽고 효과가 멋진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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