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폐증(autistic disorder), 전반적 발달장애(PDD-NOS: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t otherwise specified), 아스퍼거(Asperger syndrome) 등으로 부르던 것들을 이제는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부른다.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뜻하는 대로, 개인별로 강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자폐는 질병(illness)이 아니다. 간단하게 자폐란, 뇌가 다른 타입으로 생겨서,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생후 2년 ~ 3년 안에 발견되기 때문에 발달장애로 분류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4배 더 많이 발견된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대체로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기 개입(치료)이 있는 경우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자폐가 아닌 경우에도 언어 지연은 흔한 증상이다. 정상아인 첫째도 자폐아인 둘째도 만 4살이 지나도록 문장을 만들지 못했고, 단어와 단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했다. 둘째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은 있었다. 고집이 세고 말을 잘 안 들었다. 진단 후, 그제야 아이를 열심히 관찰해보니 아이가 많은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늦게 알게 된 것이 엄마인 나의 무지함과 무신경함 탓이라는 생각에 후회와 반성, 깊은 자기혐오가 시작됐다. 한국 사회에서 '자폐'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모습은 중증 자폐인의 모습이다. 나 역시 그런 오해와 선입견에 빠진 사람이었고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아이의 다름을 성격적인 이유로 치부하는 어리석음을 낳았다. 우리 아이처럼 가벼운 자폐 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단순한 겉모습만으로는 자폐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는 없다. 가벼운 자폐 증세라고 하더라도 아이는 도움이 필요하고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내 아이가 혹시 평범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면 부모 또는 주 양육자가 좀 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경우 '점점 크면서 나아지겠지.' 또는 '우리 애는 성격이 정말 나쁘네.' 따위의 안이한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미국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홈페이지에서는 자폐 증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만약 다음에 나오는 내용 중, 내 아이에게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면, 오늘 당장 소아과로 가서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 관심을 나타내기 위해 사물을 가리키지 않음(예: 날아가는 비행기를 가리키지 않음)
- 다른 사람이 물건을 가리킬 때, 물건을 보지 않음
- 타인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음
- 눈 맞춤을 피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함
-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나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에 문제가 있음
- 안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자신이 원할 때만 안고 싶어 함
- 사람들이 말을 걸면 모르는 듯이 보이지만, 다른 소리에는 반응함
- 타인에게는 관심이 있으나, 어떻게 말하고 놀고 관계를 맺는지 알지 못함
- 누군가 말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따라 함, 일반적인 말 대신 단어나 구를 반복함
- 일반적인 단어나 동작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는 것에 문제가 있음
- 'pretend'게임을 하지 않음 (예: 인형에게 음식을 주는 '척' 하지 않음)
-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함
- 일상이 바뀌면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음
- 냄새, 맛, 표정, 느낌, 소리에 일반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임
- 했던 것을 안 하게 됨(예: 쓰던 단어를 쓰지 않음)
자폐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개인에 따라 위에 나열한 내용 외에도 기타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었다.
- 시선 회피 : 눈 맞춤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경우에 귀찮아서 눈을 돌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 언어 지연 : 단어와 단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문장을 말해주면 따라 할 수는 있었지만 써야 하는 상황에 스스로 쓰지 못했다.
- 따라 말하기 :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질문을 그대로 따라 하는 대답을 했다. 예를 들어 '물 줄까?'하고 물으면 '물 줄까.'라고 대답했다.
- 원 만들기 : 가끔 이유 없이 같은 자리를 뱅뱅 돌며 작은 원(지름 1m 정도)을 만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 감각 문제 : 옷이 물에 젖는 것/물에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예기치 않은 큰 소리(천둥, 자동차 경적, 큰 건물의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 귀를 막으며 필요 이상으로 몹시 무서워했다.
- 지시사항 불이행 : 부모와 교사의 지시사항을 듣지 않았다.
- 도망가기 : 혼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일 때, 다른 곳(옷장, 방)으로 도망가서 숨었다.
- 편식 :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고 늘 같은 음식을 먹고자 했다. 새로운 음식이 나오면 기꺼이 굶었다.
- 소리지르기 :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며 계속 울었다.
- 단체 활동 거부 : 대부분의 경우 혼자 노는 것을 선호했다.
- 손 흔들기 :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 반복적으로 손을 흔드는 행동(flapping)을 했다.
- 그 외 : 엄마에게 안겨있는 상태를 몹시 선호함 / 항상 맨 앞에서 가야 함 / 음식이나 장난감을 나누지 않음
출처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What is the Autism Spectrum Disorder? https://www.cdc.gov/ncbddd/autism/facts.html
Autism Speaks, Learn the Signs of Autism https://www.autismspeaks.org/signs-aut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