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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종 Feb 04. 2019

  로스앤젤레스 정착 생활기

외교부 근무 5개월, 초임 실무관의 이야기




미 서부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5개월이 되었습니다.

재외공관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경험했던 것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20대에 중동,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을 배낭여행하였지만 유독 미국이라는 나라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미국 땅을 처음 밟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이겠지만, 아무런 제약과 연고가 없는 해외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무게를 더 무거워지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저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기도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채용이 결정되고, 한국에서 본래 준비하던 것들을 미룬 채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처음엔 답답하고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프랑스 파리, 2015


프랑스 파리에서 1년 간 생활하며 해외 체류에 대한 거부감은 어느 정도 해소한 상태였지만, 당시에 골치 아팠던 문제들 - 휴대폰, 통장 개설, 프랑스어 의사소통, 거주 문제, 현지 생활 적응, 치안과 안전 문제  - 을 생각해보면 세상에 담금질을 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당시에는 프랑스 어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친구와 1주일에 한 번 만나 언어 공부를 하며 독학을 하였고 나머지 시간은 마트, 레스토랑, 파리 패션위크 디자이너의 조수, 새벽 아파트 청소, 이삿짐 나르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였습니다. 

당시에 회사에 들어가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 제 인생에 큰 행운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을 활용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프랑스 파리 영화제의 영화배우로서 촬영, 인근 EU 국가 (네덜란드, 벨기에, 아이슬란드, 독일, 스페인 등등)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서부에서의 삶, 로스앤젤레스, 2018



서울과 16시간의 시차가 있는 LA에 도착, 서부의 광활한 땅과 낯선 풍경이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중동, 남미, 유럽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공기의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스케일이 크고, 거대한 나라는 경험해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리피스 천문대, LA



공관에 출근을 시작하고 병역, 국적, 비자, 여권, 민원 업무 등을 전반적으로 맡은 민원실의 실무관으로서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LA에서의 업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사 전에 듣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민원 업무의 강도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회사 선배들이 현지 적응을 위해 편의를 봐주었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의 시간도 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퇴근길, 캘리포니아의 삶



캘리포니아 지역은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로 유명한 곳입니다. 관광지로서 해변, 박물관 등이 유명하지만 정착하여 살기에도 매우 좋은 곳입니다. 뉴욕과 워싱턴 D.C의 겨울 강추위를 경험해보니, LA에서 산다는 것이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브루클린 덤보, 뉴욕



미국 땅을 밟기 전 50개 주가 있다는 것, 총기 휴대가 가능한 나라라는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주, 도시의 개념도 분명하지 않았고, 새로운 용어나 생활환경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지 3개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동부, 서부, 남부 지역의 도시와 주의 개념, 미국 현지에서 체류하는 비자와 영주권, 시민권, 이민국의 역할과 업무 등을 조금씩 익혀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1번 국도 로드트립




업무에 적응하며 가능한 한 많은 도시를 직접 보고 경험해 보고자 LA 근교 조슈아 국립공원, 맨해튼 비치, 산타바바라, 엘시노어를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몬트리올,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를 여행하였습니다.

여행을 하고, 경험이 쌓일 수록 업무에 적응하는데 훨씬 더 수월해져 갔습니다. 처음 당황했던 서부의영어 발음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향 군인의 날,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Veterans day)



재외공관의 특성상 한국의 4대 공휴일 (삼일절, 광복절 등)과 미국의 공휴일을 쉴 수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의 추석, 설날 등의 명절 연휴에는 쉬지 못하지만, 거의 매 달 미국 공휴일(마틴 루터킹 데이, 베테랑 데이, 콜럼버스데이, 땡스 기빙 데이 등)이 있어 알차게 휴가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워싱턴 D.C



43개국 156개 도시를 여행하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전반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문화를 향유하는 법, 사람 간의 사소한 제스처, 말투를 관찰해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활한 스케일을 가진 나라인 만큼 개인이 부단히 노력한다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말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2019



20대에 미국이란 나라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 저에겐 행운이었고,

10대에 미국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가지 않을 시곗바늘을 돌릴 수만 있다면, 미식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운동선수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장 울트라마라톤 50km, 영국 글로스터 2019




미국 공관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대학 시절에 구상하고 계획하던 것들이 더 선명해지고 뚜렷해졌습니다.

이제는 지구본을 돌려 눈 앞에 멈추는 땅으로 언제 어디든지 가서 살 수 있으며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힘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새벽 운동으로 하루 시작



5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이해해 가는 중입니다.

해외에 주재하며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을 일들을 공감하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새해엔 새로운 나라, 문화, 언어가 있는 곳으로 떠나 새롭게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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