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 액티바 '민족주의'를 읽고
일본의 무역보복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거나(시민적 차원) 외교적으로 강경 대응할 때 마다(정부적 차원) 이를 비판하는 논리가 있었으니, 바로 ‘민족주의’였다. NO JAPAN(뒤엔 NO ABE로 바뀌긴 했으나) 시류에 동참하는 이들을 ‘반일 민족주의’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엔 세계화니 글로벌리즘이니 등을 생각하면서 ‘진짜 민족주의라서 문제일까? 우리가 세계 시민으로서 일본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걸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민족주의는 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족과 민족주의를 구분하자는 얘기도 많이 들어왔고, 민족주의가 파시즘이나 나치즘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봤지만 그런 말들이 ‘민족주의는 죄가 없다’는 의미와 동치는 아니었다. 오히려 ‘민족주의가 어쩌면 문제다’ 이런 느낌으로 늘 다가왔다. 그러나 민족주의는 어떨 땐 정체성이고, 또 어떨 땐 이데올로기이다. 또 언젠가는 그 둘을 모두 합친, 마치 부침개 반죽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문화로, 지역으로, 언어로… 여러 가지로 민족을 나누기도 하고 민족주의로 칭하기도 하지만 하나로 귀결되기 보다는 복합적인 개념이 민족주의다. 이걸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게 가능할까?
다시 일본 얘기로 돌아가자면, 근래의 ‘민족주의’는 고래 싸움에 낀 새우등 같은 신세가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NO JAPAN 시류를 민족주의라며 비판하는 이들은, NO JAPANER들과 근본적으로 현실과 역사를 인식하는 체계가 다르다. 위안부 문제는 물론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침략 전쟁 등에 대해서도 견해가 다르니 그 뒤에 이어지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이에 대한 우리나라에 대응에 대해서도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민족주의이냐, 글로벌리즘이냐며 싸우는 게 온당할까? 오히려 비판을 위해 민족주의를 끌어왔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피해자 주의인지 또는 근대화/개량주의 신봉인지. 그 외에 민족자결주의/자유주의/평화주의 등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포장하고 남을 지적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끌어왔을 뿐, 민족주의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리고 NO JAPANER들을 민족주의자라고 부를 수도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이 ‘우리(한민족?) 민족을 지키자’인가? 우리 민족을 지키자는 게 그들의 요구가 아니라면? 또 설령 ‘우리 민족을 지키자’고 그들이 원한다고 해도, 이 구호를 민족주의라고 말할 수 있나? 그렇다면 그럼 미국 민족(?)을 지키려고 하는 트럼프는, 캐러밴 행렬을 이어가는 남미는? 각종 소수 ‘민족’들의 자립을 위한 행동들은? 미얀마의 로힝야족은?
역사와 현실 인식, 그 차이가 민족주의를 끌어 들였을 뿐. 민족주의는 죄가 없다. 죄로서의 반일 민족주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반일 민족주의란 포장지를 꺼내 남을 비판하려는 이들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