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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Aug 14. 2019

가족 구성원의 충돌은 기질에 대한 이해로 줄일 수 있다

민감함을 포함한 기질 활용


저희 가족은 저와 남편, 아들 이렇게 셋입니다.

남편은 그야말로 거의 정반대입니다. 완고하지도 않고 민감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둔감합니다. 우리 모자에게 들리는 소리가 본인에게는 안 들릴 정도입니다. 감정의 강도도 약하고 규칙적이면 피곤해하는 불규칙형입니다. 처음 보는 것에는 신중한 것이 아들과 같고, 활동성이 강한 것은 우리 셋의 공통 기질입니다.    


각자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연애를 할 때에는 크게 부딪치는 면이 없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생활영역을 공유하며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차이점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주말 아침이라도 같은 시간에 배가 고프기에 평일처럼 일어나 아침을 먹어야 했지만 남편은 정오까지 자기를 원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듣는 소리나 맡는 냄새를 못 느낍니다. 특히 상한 우유를 마셔보고야 상한지를 아는 것이 저로서는 코에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여행과 같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의 경우 저는 시간 간격을 많이 두고 스케줄을 미리 계획하는데 남편은 거의 즉흥적이었습니다. 갑자기 여행을 가자고 하고는 근시일 내에 몇 박 짜리 여행을 가지를 않나, 가기로 한 당일에 스케줄을 변경하 지를 않나 그야말로 화가 폭발할 지경이었습니다. 인간이 시대의 희생물이 되어 죽고 죽이는 전쟁영화를 보면 저는 며칠을 그 감정에 함몰되는데 남편은 영화로만 흥미롭게 보고 끝이니 영화 취향도 맞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씁쓸한 때는 제가 느끼는 일상의 사소한 큰 감정의 일들이 남편에게는 너무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점점 공감대가 좁아져 갈 때였습니다. 다만 제가 막무가내로 검증되지 않은 활동을 하자고 하면 그는 체험한 것 중에 좋았던 것을 추천하기에 새로운 체험활동의 경우 실패하지 않을 수는 있었습니다. 거의 정반대의 기질을 타고났기에 저희 부부는 충돌이 많았지만, 살아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익히긴 했습니다. 물론 화라든지 답답함이라든지 서운함과 같은 감정적인 고행은 겪었습니다만.    


그런데 아들이 태어나고부터 그 기질적 충돌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중에서도 민감함과 그렇지 못함은 확실히 민감한 사람들에게 큰 불편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잠들기도 어려워하고 작은 소리나 빛에도 잠을 깼는데, 남편은 빛, 소리에 모두 둔감했기에 본인이 내는 소리나 TV, 휴대폰 불빛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겁니다. 어렵게 재운 아기를 발자국 소리나 휴대폰 불빛으로 깨우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일곱 살이 된 지금도 아들은 잠귀가 밝고, 잠을 깊게 들지 못하는데(민감한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남편은 밤늦게 퇴근해서는 잠든 아이하고라도 인사를 한다며 불빛을 비추고 아들 얼굴을 만지다 잠을 깨우곤 합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그렇게 깨고는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이 들지 않아 저까지 덩달아 자지 못했습니다. 수면 패턴이 깨지는 것은 다음 날의 일과나 신체 피로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칙성의 경우, 남편은 여전히 갑자기 당일치기 여행을 가자고 하여 규칙적이기에 평온한 저희 모자의 주말을 긴장으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는 신나게 놀아주기는 하는데 본인 기준으로는 ‘신나면 밥은 나중에’라는 식이다 보니 허기진 아이가 지쳐 낮잠에 빠진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낮잠을 잔 아들은 결국 밤잠을 설치고 또 새벽까지 우리 모자는 잠들지 못하곤 합니다(민감한 아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잠이 많지 않다는 점인데 이것은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정해진 식사 시간을 주지 시킵니다. 규칙성이라는 기절적 특징도 있지만 민감한 사람은 감도가 높은 안테나를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고감도 안테나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2G 폰 시절, 한 번 충전하면 이틀도 쓸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은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오감과 감정이 민감한 사람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이 많기에 상대적으로 허기지기 쉽습니다. 허기 때마다 음식을 먹어 컨디션을 잘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의 즉흥 제안은 저희 모자의 완고함과도 상충합니다. 우리들은 하던 일을 방해받기를 너무도 싫어하는데, 남편은 갑자기 다른 무언가를 하자고 하지요. 지금도 저는 그러면 갑자기 화가 솟구칩니다만, 감정적으로 격렬하지 않은 남편은 화가 난 아내를 평온히 바라보며 ‘화가 났구나’ 정도로만 인지하고 싸움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습니다. 아들은 저만큼 격렬하게 저항하지는 않습니다만, 신속하게 협조하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무얼 하자고 했는데 아이가 재빠르게 따르지 않는 것은 아이가 부모를 거역할 나쁜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던 바를 끝까지 해야 하는 완고한 기질을 타고나서 일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하던 일을 마무리하거나 마음을 돌릴만한 충분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감정 강도가 경미한 남편은 확실히 감정의 완충지대가 됩니다. 자동차로 치자면 범퍼요, 휴전선을 싸고 있는 DMZ와 같습니다. 우리 모자가 각자의 완고함 때문에 감정적으로 크게 충돌할 때나 사소한 일에 큰 감정을 느낄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우리를 차분하게 만듭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기질을 알고 보면 도무지 나와 너무 달라 못마땅했던 상대방의 행동이나 의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기질은 타고난 것이기에 바꿀 수 없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고 느낀다면 서로 충분히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화법을 모색해야겠습니다.


참!

우리 가족의 공통 기질인 활동성 수준이 높음은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휴일을 산책으로 대동단결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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