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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Sep 02. 2019

자네 이걸 간이라고 했는가 _ 이유식은 무염식??

<사장님이 물으시네요 "자네, 이걸 간이라고 했는가? " >  이 날 이유식이 마음에 안 들었던 아들은 숟가락만 뒤적이다 기름에 촉촉하게 고운 쇠고기 등심을 드링킹하였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먹이고, 재우고, 변 치워 주고 가 하루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WHO(세계 보건기구)는 모유수유 기간을 2년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저를 포함한 대개의 엄마들이 1년 정도 수유를 하며, 그 정도면 완전히 모유수유를 했다 라는 줄임말로 ‘완모’라고들 합니다. 5~6개월이면 대개 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모유나 분유와 같은 액체에서 쌀의 전분기로 살짝 되직하게 만들어 액체가 아닌 전분을 소화하며 최종적으로는 밥을 먹기 위한 워밍업을 하는 겁니다.     


시중에 다양한 이유식 책이 나와 있습니다. 미음에도 다양한 채소를 첨가해 아기가 일찍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도록 안내합니다. 그중에서도 요즘 이유식의 대세는 ‘저염식’ 혹은 ‘무염식’입니다. 말 그대로 염분을 아주 조금만 쓰거나 아예 안 쓰는 조리법입니다. 아무래도 식품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다 보니 입맛을 당기는 간이 센 음식으로 인한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방편인 것 같습니다. 소금뿐만이 아닙니다. 설탕도 피해야 할 재료로 자주 등장합니다.    


문제는 미각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간이 안 된 미음은 모유나 분유보다 싱겁고 맛이 없다는 겁니다. 거기다 브로커리나 케일 등 풋내가 강한 녹황색 채소까지 갈아 넣으면 맛없음이 더블업 된다고나 할까요. 아들은 한사코 혀를 내밀어 뱉어 냈습니다. 소아과 의사, 영양사 등 다양한 분들이 집필한 여러 이유식을 참고하여 열심히 쌀을 불리고, 채소를 다듬어 갈아서 여러 가지 미음을 쑤어 봤지만 아들이 그나마 삼킨 미음은 첫날의 쌀미음 조금이 전부였습니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나서더니 쌀미음에 설탕을 한 꼬집 넣으셨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그나마 받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모유의 단맛 정도는 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단, 생채소를 갈아 넣은 미음은 아무리 설탕을 넣어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고구마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쌀미음에 군고구마를 으깨주니 잘 먹었습니다. 그래서 미음식을 할 동안에는 군고구마를 설탕 대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시중에는 정제 설탕이 아닌 원당도 팔고 있으니 좀 더 건강한 설탕을 원하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 이유식인 미음은 배부르라고 주는 음식 개념은 아닙니다. 모유나 우유와 같은 완전한 액체가 아닌 전분기도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점차 소화력을 높이기 위한 절차입니다. 점점 이가 자라나고 개수가 많아질수록 쌀 알갱이들을 굵게 하고, 단백질인 고기류도 섞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미음식은 대략 한 달 정도요, 다음은 쌀을 곱게 갈아 미음과 죽의 중간 상태로 끓입니다. 통 쌀로 죽을 끓이는 시기는 대략 첫 돌 정도로, 그맘때면 밥을 물에 말아 주어도 거뜬히 소화하는 아기들도 있습니다. 첫 돌까지 모유나 분유를 먹이면서 이유식을 병행합니다.     


미음에서 점차 쌀 알갱이가 큰 죽을 만들 때는 멸치나 북어 육수를 이용했습니다. 자체로 염분기가 있기 때문에 간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멸치나 북어 육수는 육류가 재료로 쓰일 때는 맛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지 아들은 별로 내켜하지 않아, 소금으로 간을 했습니다. 어떤 육아서에는 두 돌부터 소금이나 설탕을 쓰라고도 돼 있습니다.


간을 하지 않거나, 음식 재료들끼리 맛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 제 아들은 거부의 뜻으로 꽤나 높이가 있는 부스터에서 이유식이 담긴 그릇을 아래로 밀었습니다. 아들은 돌도 안 됐으니 높이나 공간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의 인지 상태와 표현을 몰랐던 그때의 저는 깨지기 쉬운 사기그릇을 이용한지라, 부스터에서 던져진 그릇은 산산조각 나고 이유식은 양 사방에 흩어지니 정말로 화가 솟구쳤습니다. 유아용기가 플라스틱 소재인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현재 7세인 아들은 마음에 안 드는 음식이 나오면, “맛은 있는데, 이따가 먹을게”라고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힙니다.    


첫 돌이 가까워오면 고기를 먹기 시작합니다. 아래위로 앞니가 8개 정도 나기 때문에 고기를 씹을 수 있습니다. 대개 기름기가 덜한 소고기 안심을 많이들 이용합니다. 하지만 아들은 등심을 선호했습니다. 사실 안심은 먹지 않고 등심만 먹었습니다. 어금니가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름기가 거의 없는 살코기인 안심은, 특히 바싹 익혀진 안심은 삼키기 쉬울 정도로 분쇄가 잘 안 됐던 겁니다. 그에 반해 등심은 앞니만으로도 씹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타지 않게 바싹 익히려면 약간의 식용유도 필요했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던 때였습니다. 아들 또래의 손자를 키우는 할머님이 손자가 고기를 잘 먹지 않아 고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고기를 어떻게 주느냐고 여쭸더니 안심을 바싹 익혀 주신다고 했습니다. 기름기도 유아식에서는 설탕, 소금에 버금가는 주적 중 하나이기 마련입니다. 그 아이는 안심뿐만 아니라 음식 자체에 까다롭고, 잠도 별로 없으며 많이 움직인다고 하셨는데, 저희 아들과 비슷한 예민한 기질의 아이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제 아들은 등심을 기름을 둘러 촉촉하게 바싹 익혀주면 잘 먹는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등심과 기름기의 지방 더블 콤보에서 많이 놀라신 눈치셨습니다.    


후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미각도 예민합니다. 맛뿐만 아니라 식감에도 까다로워 단계별 이유식 적응이 생각보다 난항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꿀꺽꿀꺽 삼키기만 하면 되던 모유에서, 음식을 숟가락으로 받아 입에 넣어 삼키는 일을 낯설어 할 수도 있고,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먹는다 해도 너무 조금 먹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한 가지 음식만 고집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식이나 유아식이 식습관의 첫 단추인 것 같아서 최대한 시중에 나와 있는 권고사항을 따라야만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채소를 편식하지 않도록 이유식부터 신경 쓰고, 비만이 되지 않게 음식의 종류와 양도 조절해 주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과 위기감에 짓눌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고 교과서를 따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민감한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고집합니다.    


교과서는 확실히 평균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혹은 개개인의 개인차가 일일이 고려되지는 않습니다. 저염식・무염식・무지방이 건강에 좋을 것 같지만, 저염식이나 무염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며 소금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르게 섭취하자는 도서도 있습니다. 아기 누워서 재우기를 포기했듯이 저는 이유식도 무염식은 포기하고 나름의 방식을 취했습니다. 현재 아들은 저체중이지만 근육은 많고, 갖은 채소도 골고루 먹는 편입니다. 교과서대로 하지 않아도 현재까지는 잘 못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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