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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Sep 10. 2019

'100일의 기적' 안 올 수도 있다

예민한 아이 난제, 수면(1)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기들은 갓 태어나서 밤낮 구분 없이 들쭉날쭉 1시간~2시간 정도 자다 깨는데, 100일 정도가 되면 수면시간이 밤낮 구분이 되면서 밤에도 5시간 정도는 통잠을 자게 되기 때문에 붙여진 말입니다. 고문 중에서 잠 안 재우기 고문이 있는 이유를 잠을 제대로 못 자보면 충분히 알게 됩니다. 밤새도록 1~2시간 간격으로 깨어나 수유를 하기란 무척이나 고된 일입니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는 걸로 보아, 예민하게 태어나지 않은 아기도 태어나서 처음 100일간은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신생아들의 수면 패턴이 가벼운 수면(램 REM, 수면 단계 중 안구와 뇌 활동이 활발한 단계로 꿈을 꾸는 때)과 깊은 수면(nonREM) 단계를 번갈아서 오가기 때문이다. 가벼운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넘어가는 때에 불편한 자극이 있다면 아기들은 깨게 됩니다. 하지만 생후 4개월 정도면 깊은 수면 단계가 길어지기 때문에 바로 이 때가 ‘100일의 기적’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100일이면 보통의 아이들은 밤낮을 구분하고, 외부 자극에도 적응을 하며, 수유 양도 늘어나니 밤 시간에 5~6시간 정도를 잘 수 있는 신체 상태가 됩니다. 통상 100일이면 아기들은 태어났을 때의 2배 정도로 성장해 있습니다. 

  


그런데 ‘100일의 기적’도 평균 혹은 일부의 아기들의 일로, 민감하게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기도 합니다. 저와 제 주변에 민감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100일의 기적을 맛보지 못했으며, 밤잠이 별로 많지 않다 혹은 밤에 오래 잠들도록 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공통적인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먼저 제 아들은 100일이 되기 전까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잠이 든 상태든 안 든 상태든 바닥에 내려놓으면 울었거니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채로 바닥에 두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자지러지게 울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출산 때 골반을 다쳐 6개월을 친정에서 누워 지내느라 수유 정도만 했습니다. 수유를 하면 잠이 드는 아들을 거의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밤 동안 잦은 수유를 하다 보니 새벽 4시면 너무 피곤해 그 시끄러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분유를 타 먹이고 재우셨습니다. 그렇게 100일 정도를 보낸 어느 날, 어머니께서 어머니의 친정에 김장을 하러 가셨습니다. 제 몸이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아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오랜만의 친정 나들이이기도 했기 때문에 넉넉하게 일주일 정도 쉬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출발하신 그 날 새벽.

저, 남편, 친정아버지 이 세 사람 모두 밤중에 아들 재우기에 실패했고, 밤새 울던 아들은 새벽 4시 30분경 그나마 육아 경험이 있었던 친정아버지 품에서 지쳐서 잠이 들었습니다. 밤 9시까지는 거의 평소와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1시간 30분 간격으로 수유를 하긴 했지만 오랜 시간을 울어야 할 만한 특별히 불편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1시부터는 30분 간격으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젖을 물려 재워보려 했지만 모유도 곧 동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1시 30분에 곯아떨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할 수 없이 남편이 나서 보았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바꿔 안고, 분유를 타 주어 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당시 남편은 서울에서, 저는 친정인 부산에서 지냈기에 남편은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내려온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아들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급기야 안방에서 주무시던 아버지께서 나와 아들 재우기에 도전하셨습니다. 3시 30분부터 아버지는 아들을 요리조리 바꿔 안아 보셨습니다. 그러고는 아들이 울음을 그친 그 자세 그대로 고정. 그렇게 한 시간을 가만히 계셨습니다. 4시 30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제가 나가 아들을 받아 안고 앉아서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아들도 밤새도록 울고 보채다 지쳐서인지 해가 뜰 때까지 잤습니다.    


어머니의 외출은 그렇게 단 하루로 끝이 나고 곧 귀가하셨고, 그날 밤부터는 밤새도록 아들이 울 일은 없었습니다. 아들은 밤마다 자신을 재워준 할머니가 없다는 것을 알고서 그랬던 걸까요? 어머니에게는 수유가 아니고도 아들을 재우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계셨는데, 바로 누운 채로 아기를 보듬고 주무시는 것이었습니다.    


유아 돌연사 중에서 어른의 신체 일부에 아기가 깔려서 질식사를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초보 부모나 둔감한 어른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울던 아기였는데, 어머니는 속싸개에 쌓인 그 작은 아기를 팔베개를 해주시고는 다른 쪽 팔로 감싸 안아 주무셨습니다. 아기의 숨통을 죄는 일없이 부드럽게 말아 안고 함께 자면,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깨지 않았습니다. 가끔 어머니도 너무 피곤하셨는지 아치를 만들고 있던 팔이 아이 목에 툭 떨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러면 그 작은 아들이 불편한 듯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가 어머니의 팔을 옮기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도 이 방법을 권하셨는데, 그것은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거니와 당신께서도 경험으로 익히 활용하신 방법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시골 출신에, 6남매의 장녀라 아래로 줄줄이 동생들 육아를 많이 하셨나 봅니다. 그 동생들을 재울 때 이 방법을 쓰라고 어머니께 배웠고, 또 예민한 저를 낳고 이 방법을 쓰셨다고 합니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 윌리엄 시어스와 간호사 마사 시어스의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민감한 아이를 재우는 방법으로 보듬어 안아 재우기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첫돌이 지나고서야 같이 누워 아들을 끌어안고 재울 수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일어서서 안은 채로 재워 눕혔고, 눕히고는 배와 가슴 사이에 손을 올려 두었습니다. 잠시라도 엄마 몸이 자신에게 닿아있지 않으면 아들은 잠에서 깼습니다.     


100일의 기적의 핵심은 ‘밤중에 깨지 않고 긴 시간을 잔다’에 있습니다. 아들은 5시간까지는 아니었지만 2시간, 3시간씩 차츰 잠자는 시간 간격이 커지기는 했습니다. 첫째는 수유 양이 늘어서 더 오랜 시간 잘 수 있는 신체가 되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사람 품에서 자니 안심이 되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평소 재워주던 사람이 아닐 때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미 아이 아빠였던 제 동생도 제 아들을 재우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계신다면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번갈아가며 수면을 시키는 편이 좋겠습니다.     


우리의 예민한 아이들의 감각은 정말로 얼마나 예민한 건지 알수록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100일의 기적이 오지 않은 것은 예민한 아이들의 수면 난제 중 그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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