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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Nov 17. 2019

낯가림, 까꿍,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 애착(1)


"애가 엄마한테서 떨어지면 왜 이렇게 울어요? 엄마가 애를 잘 못 키웠나 봐... “

아들이 7개월 무렵, 친인척 한 분이 제 아들을 안아보고 싶은데 안자마자 시끄럽게 울어대니 저에게 건네주며 하신 말씀입니다. 과연 이 말씀이 옳을까요?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아기들은 대략 6개월이 되면 낯가림을 시작합니다. 애착 대상인 엄마를 구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애착이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어린 생명체가 보호자에게 느끼는 강한 유대감입니다. 이 유대감 덕분에 어린 생명체는 보호자의 특별한 돌봄을 받으며 생존하고 성장함으로써 마침내는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한 학자는 아기가 태어나서 3개월까지를 자폐 단계로 봅니다. 외부 자극을 처리할 인지력이나 신경계가 발달하지 않아서 나와 외부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6개월이 되면 시력이 생기면서 내가 아닌 사물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인지도 조금씩 발달해서 내가 보는 사물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엄마라는 특정한 애착 대상을 구별합니다. 바로 우리가 아는 ‘낯가림’의 메커니즘입니다. 낯가림은 아기의 정상적인 발달의 한 단계입니다. 즉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기를 안았을 때 우는 것은, 아기가 엄마에게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건강한 신호입니다. 그렇다고 아기가 다른 이에게 안겼을 때 안 우는 게 비정상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순한 기질을 타고나서 자극에 무딘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쯤 아기들은 눈앞에 보이는 대상이 보여야만 있다고 인지합니다. 이것을 이용한 놀이가 바로 ‘까꿍’ 놀이입니다.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떼면서 ‘까꿍’하면 아기가 웃는 것은, 그 행위가 우스워서가 아니라 엄마 혹은 사람이 없어졌다 생겼다 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안 보이면 심각해졌다가 다시 엄마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여기서 아기가 더 자라면 눈에 안 보여도 그 대상은 그 자리에 있음을 인지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이것을 ‘대상 영속성’이라고 하는데, 대략 4~8개월부터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기가 손을 뻗어서 물건을 잡기 시작한다는 것은 시력이 생기고 있음과 대상 영속성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10~12개월이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대상은 그 자리에 있음을 인지합니다. 예를 들자면, 공을 보여주고 그 위에 보자기를 씌우면 공을 찾기 위해 보자기를 들출 수 있습니다. 또한 아기는 자신이 엄마를 포함한 대상들과는 개별적인 존재임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자아가 생겨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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