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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Apr 01. 2020

004. 학자들이 밝힌 예민한 사람과 아이들 연혁

타고난 예민한 사람과 아이들에 대한 도서 소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영적인 성경구절을 하찮은 제가 여기에 갖다 붙여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민한 아이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처음으로 연구하고 세상에 알린 학자가 일레인 N. 아론이었습니다. 1997년에 미국에서 출간을 했으니, 예민한 사람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20여 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민한 사람은 이해받지 못하는 소수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 오해의 소지가 많은 예민한 아이를 연구한 책들이, 예민해서 감당이 안 되는 내 아이와 나 사이를 자유롭게 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출처: 일레인 N. 아론 <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 안진희 옮김. 이마고 EDU, 2011

일레인 N. 아론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the Highly Sensitive Person 이하 HSP>은 1997년에 미국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저자 자신이 HSP에 대해서 연구한 성과를 정리한 책이었습니다.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HSP는 처음으로 알려진 개념이었죠.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자의 20%는 극도로 민감했으며 이 수치는 비단 사람에게서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곤충에서 확인된 바와 같았습니다. 생물 중 다수의 종에서 비슷한 수치로 극도로 민감한 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 20%가 현생 하는 개체 전체의 생존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도태되었을 테니까요.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뜨거운 호응을 받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극도로 민감한 ‘비슷하게 괴로운’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저자가 HSP를 연구하게 된 계기도, 저자 자신이 어려서부터 내성적이고 민감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이혼을 하고 박사과정을 포기하는 일련의 라이프 사이클을 지속하면서 민감함이라는 특성이 결정적인 축이라는 발견을 하게 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HSP라는 개념이 소개되기 이전에는 민감함이란 오로지 결함으로 취급되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를 사는 현대인들은 대개의 문화권에서 더 많은 금전적 성취를 이루는데 적합한 성향으로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줍고 조심스러운 민감한 사람들은 ‘하자 있는’ 사람이라는 유사한 곤경에 처해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11년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민감함은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민감함이 신체적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결정적인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로써 민감함은 부적응적인 결함이라는 오명을 벗을 근거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HSP는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신경계가 더 활성화돼 있어서 오감이 민감하고 인지적 변별력이 높으며 낯선 곳이나 사람들 앞에서 쉽게 긴장하게 되어 대인불안이 높기도 하고, 우뇌 활동이 활발하여 감정 반응이 격렬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고 영향을 많이 받으며,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편도체가 민감하여 깊고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또한 설문 대상자 중 다수가 민감함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부모나 가족, 주변인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받은 결과,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거나, 민감함을 억누르느라 자신감을 잃고 부정적인 자기상을 가지게 되는 등 공통적인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을 타고났기에 민감했던 것인데, 결함이라는 오명과 그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까지 겪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얼마나 위대한 발견이자 처음으로 받아보는 공감이었을까요!


출처: 일레인 N. 아론 <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 안진희 옮김. 이마고 EDU, 2011

저자는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으로 <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민감한 사람들의 유쾌한 생존법>,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 <사랑받을 권리> 등을 출간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은 HSP인 어른들이 민감함이라는 성향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습니다만, <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HSP인 유아로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를 총망라하여 월령 및 학령별 육아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크리스텔 프티콜랭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이세진 옮김, 부키, 2020

우리나라에서는 일레인 N. 아론 이후에 프랑스의 심리치료사이자 자기 계발 강사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이 2014년에 출간되었습니다. HSP의 특징 중 활발한 우뇌 활동에 중점을 두고 그로 인한 특징 및 약점 등을 집중 분석하며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정서를 관장하는 우뇌가 활발하여 타인에 대한 정서적 욕구도 강한 HSP들이 심리 조종자에게 쉽사리 현혹되는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 등 관련 도서를 다수 출간하였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유사 소재로 11종 정도의 도서가 출간되어 있고, HSP 자녀 양육에 대한 도서로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남다른 아이와 세심한 엄마를 위한 심리 처방>이 2020. 3. 31일에 갓 나왔다고 합니다.


롤프 젤린, <예민한아이의 특별한 잠재력>, 이지혜 옮김. 길벗, 2016

롤프 젤린의 경우 독일의 관계 심리 전문가로, 일레인 N. 아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예민함에서 찾고 연구에 임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4종의 도서가 출간되어 있고, 그중 예민한 아이 육아 관련 도서로는 <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예민한 아이의 특징 및 예민한 아이와 엄마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심리적인 조언을 합니다.


윌리엄 시어스, 마사 시어스,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 강도은 옮김, 푸른육아 2009

HSP와는 조금 다르지만 ‘까다로운’ 아이를 기르는 법에 대한 도서도 있습니다. 윌리엄 시어스, 마사 시어스의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입니다. 저자들은 각각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로 부부입니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이 키우기 힘들기 때문에 생애 초기에 부모와 애착에 손상이 가기 쉬운 점에 포인트를 두고, 지치지 않고 키울 수 있는 요령을 문답 형식으로 작성하여 쉽게 읽힙니다.

나타샤 대니얼스, <예민한 아이 육아법은 따로 있다>, 양원정 옮김, 카시오페아, 2017

아동 상담 치료사인 나타샤 대니얼스의 <예민한 아이 육아법은 따로 있다>예민하게 구는 아이들의 원인을 ‘불안’에서 찾으며, 아이의 입장에서 어떻게 불안이 작동하는지 케이스 별로 에세이처럼 서술하여 아이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참 이상합니다. 아들은 현재 만 6 세하 고도 6개월을 지나고 있으며, 무 자르듯 뚝 끊어 예민하지 않게 살기 시작한 게 3개월 전입니다. 만 6년 하고도 3개월을 저 책들에 나오는 거의 모든 케이스로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편안하게 선택적으로 최소한만 예민합니다. 주양육자인 제가 아들의 타고난 예민함이라는 진리를 일찍이 알게 된 것이 정말로 아이를 자유롭게 한 걸까요? 자세한 인과나 상관관계는 모르겠지만, 밤 기저귀를 첫 돌에 떼고 이불에 실수한 게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철두철미한 아이가 똥만은 5살까지 기저귀에 보지를 않나, 5세부터 다녀 7세 반이나 된 때에도 유치원 현관에서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울지를 않나... 그렇게 유별나게 지나온 6년 3개월에 비하면 지금의 3개월은 얼른 눈뜨고 일어나서 맞이하고 싶은 하루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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