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순간들의 비용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은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까?
사회인이 된 이후를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은 대부분 아내와 함께한 순간들이었다. 고시원이나 좁은 원룸을 벗어나 결혼하며 마련했던 작지만 소중한 첫 집, 그곳에서의 기억들은 아기자기한 행복으로 가득했다.
함께 밥을 해 먹고, 동네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주말이면 결혼할 때 장만한 10년 된 중고차를 타고 서울 근교로 바람을 쐬러 다니던 시간들. 그런 소소한 일상이 참 좋았다.
물론 직장 생활 속에서 기다리던 휴가, 평소와 달리 조금 더 멀리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경험도 늘 설레고 행복했다. 우리 부부는 해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컸기에 매년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떠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여행들이 내 첫 번째 은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많은 나라의 다양한 삶을 보며 꼭 지금의 삶만이 정답일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행복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되돌아보면 내 행복은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물론 해외여행만은 예외였다. 직장인의 휴가는 가장 비싼 시기라 시간과 편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돈을 써야 했다.
하지만 행복이 꼭 고급 리조트나 유명 관광지에서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도시, 이름 없는 공원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다. 꼭 떠나지 않더라도 집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어렸을 때는 지금과 달리 ‘돈을 버는 행위’ 자체에서 행복을 찾곤 했다. 돈만 많이 벌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금융시장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원하는 증권사에 취업하여 원하던 높은 연봉을 받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돈을 버는 것과 나의 행복을 동일시했고, 충분히 많은 돈이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추구하면 할수록 내가 그리던 이상과의 간극을 크게 느꼈다. 그 괴리감이 오히려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돈 그 자체인지, 아니면 돈으로 누릴 수 있는 경험들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 것이다.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풍족하지 못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주로 학생회관 식당의 저렴한 식사로 끼니를 해결하던 학생이었다.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기에 돈에 대한 갈망은 늘 컸다. 그래서인지 내 행복은 곧 돈이라는 착각으로 변질되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진짜 원했던 건 거창한 부가 아니었다. 그저 고시원보다 조금 더 편안한 공간에서 살고 싶었고, 학생회관 식당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 내가 바라던 조금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멀리 여행을 떠날 여유도 생겼다. 그 순간마다 감사함을 느끼고, 그래서 행복하다.
행복에 비용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이 반드시 돈과 같을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