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로 살아가는 우리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유

by 해일

‘가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살아온 삶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특히 최근 사회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생각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경우는 어릴 때부터 아이가 삶에 필수적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건 결국 내가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가 아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가 주는 행복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나 역시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아이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과거에 이런 생각을 주변에 털어놓으면 꾸짖음이나 충고가 따라왔다. 생각을 고쳐주겠다며 긴 일장연설을 듣는 일도 흔했다. 결혼할 당시에는 “아이를 낳지 않을 거면 결혼은 왜 하냐”라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아내는 결혼할 당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행복하다는 것”이라며 내 뜻을 존중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의 유무를 우리 삶의 행복과 직접 연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딩크로 살아가게 되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우리 둘이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어떤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였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 정리해 보면 먼저, 우리의 행복에 집중하고 싶었다. 아이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며, 아이는 행복의 충분조건일 수는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혹시 아이가 찾아오더라도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다. 아이가 없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만큼 사회적 당연함으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낳으면 다 키워진다”라는 말이 나에겐 무책임하게 들렸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야말로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불행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삶에 딩크의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아이를 떠나 맞벌이를 통해 재정적인 안정을 빠르게 마련하고, 우리만의 삶을 즐기고 싶었다. 어쩌면 사회적으로는 다소 이기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출생률이 0.7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우리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딩크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먹이가 부족해지고 경쟁이 심해지면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동종포식까지 일어나는 큰입배스처럼, 우리 사회 역시 경쟁과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스스로 개체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여유 있는 삶을 택하고 싶었다.



물론 이런 선택이 항상 환영받는 건 아니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언제 아이 낳을 거야?”였다. 딩크에 대한 얘기를 하면 철없다거나 생각이 짧다는 반응도 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금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조차 우리의 삶을 궁금해할 뿐 조언이나 평가를 늘어놓지 않는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한 덕도 크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 대신 서로에게 더 집중하고, 각자의 삶을 풍성하게 채워가며, 함께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다. 주말엔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아침엔 함께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긴다. 때로는 즉흥적으로 짐을 싸 여행을 떠난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