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의 생활방식

여가시간의 생활(취미와 여행)

by 해일

“아이 없으면 둘이서 뭐 하고 살아?”


딩크로 살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호기심에서 묻는 사람도 있고, 걱정이나 비아냥이 섞인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아이를 안 낳을 거면 결혼은 왜 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평생의 반려자’와 ‘아이’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아이가 없어도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취미로 하루를 채우며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맞벌이 부부로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평일에는 각자 업무에 몰두하고, 퇴근 후에는 함께 저녁을 먹거나 여가를 즐긴다.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다만 아이가 없으니 스스로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고, 서로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생활은 운동과 독서, 그리고 여행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채워져 왔다.


우리 부부의 여가시간의 생활은 크게 운동과 독서 그리고 여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가지 큰 카테고리의 활동은 우리의 삶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채워주고 있다.



아내는 최근 헬스를 등록하고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은 줄고 체력은 떨어진다는 걸 몸으로 느낀 탓인지, 예전보다 훨씬 성실하게 운동에 매진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집 앞 공원에서 런닝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긴 거리를 뛰지는 못한다. 그래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수영에도 도전해 구민체육센터에 등록했지만, 자주 가지 않아 실력이 쉽게 늘지는 않는다. 휴양지에서 물놀이를 할 때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속상해하기도 하지만, 퇴사 후에는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군 복무 시절 허리를 다친 이후, 운동을 쉬면 곧바로 요통이 심해졌다. 스무 살 이전까지만 해도 운동이라고는 숨 쉬는 것밖에 몰랐던 내가, 허리 부상 덕분에 오히려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갖게 된 셈이다. 취미라기보다는 필요에 가까운 헬스를 오랜 시간 이어왔지만, 어디 가서 운동 좀 했다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래도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루틴이라 여기며 꾸준히 해오고 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끔 10km 마라톤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은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아내와 함께 가볍게 공원에서 뛰는 정도로 만족한다.

증권사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배운 골프는 의외로 재미가 붙어 지금은 친구들과 종종 함께 나가고 있다.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과한 요소만 덜어낸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었다. 다만 어떤 취미든 ‘적당함’이라는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듯, 골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나친 승부욕이나 허영심, 그리고 골프장의 무리한 상업적 운영은 여전히 불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내려놓고 나면, 골프는 가볍게 즐길 만한 훌륭한 취미가 되었다.



각자의 취향에 맞춰 운동을 하듯, 독서 또한 각자의 취향대로 읽는 편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한 권을 오래 붙잡고 곱씹으며 생각을 이어가는 정독을 즐긴다. 예전에는 주로 경제서적을 읽었으나, 요즘은 인문·사회 분야로 관심이 옮겨갔다. 퇴사가 가까워지면서는 니체나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의 책을 쉽게 풀어놓은 책들도 읽고 있다. 과학 분야에도 간간이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앤디 위어의 소설처럼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다.

아내는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에세이와 수필, 시를 좋아하고, 미술과 심리학 분야의 책 즐겨 읽는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서로 책을 추천하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아내는 숫자와 그래프가 등장하는 경제나 과학 서적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우리는 빠른 은퇴나 긴 쉼을 선택한 이들의 사례를 찾아 읽으며, 우리의 계획을 하나씩 다듬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퇴사와 쉼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경험이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행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회사 생활에 지칠 때마다, 다가올 휴가는 삶을 버티게 하는 에너지였다. 우리는 여행을 휴양과 휴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로 삼았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그들의 일상에 녹아드는 시간을 좋아했다.

1년에 한 번의 휴가만으로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주말이나 연휴에 국내로 로드트립을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 3일~5일정도 짧게 해외를 다녀오기도 한다. 친구들은 "와이프는 뭐하고 혼자 여행을가?", "친구들이랑 여행가는걸 허락해줘?" 라며 의아해했지만, 우리는 함께하는 여행만큼 각자의 취향에 따른 여행도 존중한다. 그리고 돌아와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 또한 좋아한다.


운동과 독서, 여행을 빼면 우리의 하루는 여느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물론, 아이를 키우며 모든 취미생활까지 다 하는 부부들도 있다.) 퇴근 후 함께 뉴스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고, 저녁식사를 한 뒤 집 앞 공원을 천천히 걸어 나선다.

누군가는 아이가 없는 삶을 ‘비어 있는 가족’이라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가족은 아이가 없을 뿐, 누구보다 끈끈하고 다채롭게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어쩌면 우린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첫번째 은퇴와 쉼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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