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by 해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부부는 마흔 즈음 첫 번째 은퇴를 결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기로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더라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 채 여전히 바쁘게 살아간다.


나 역시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꺼내면 지인들은 “지금 한창 돈도 잘 버는 때인데 왜 그만두냐”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오히려 “반대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할 이유는 뭔데?”라고 되물으며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그렇게 주고받은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했다.



첫 번째는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단순한 돈을 넘어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된다. 우리는 그 돈으로 집과 차의 대출을 갚고, 쇼핑과 취미생활을 즐기고, 매년 휴가철이면 비싼 비용을 감수하며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회사를 그만둔다면, 마치 영원히 들어올 것 같던 월급이 사라지고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모두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회사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익숙함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하며 회사로 향하는 일상은 지겹지만 동시에 가장 익숙하다. 경력이 쌓일수록 이 익숙함을 끊어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한 번 자리 잡은 관성은 쉽게 방향을 틀지 못하게 만들고, 해오던 일을 벗어나는 변화를 낯설어하며 보수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일해온 사람일수록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때로는 고집스럽게까지 보이곤 한다. 이렇게 익숙함과 관성은 회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큰 이유가 된다.


세 번째는 사회적 소속감이다. 사회에서 회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나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를 소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회사 명함이다. 하지만 회사는 어디까지나 회사일뿐, 곧 나 자신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무슨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 만약 이런 소속이 사라진다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망설인다.



첫 번째 은퇴를 준비하면서, 나는 이 세 가지 이유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먼저 월급의 안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퇴직 후 일정 기간을 쉬기로 계획하고 돈을 모았다. 운 좋게도 둘 다 금융권에서 일한 덕분에 일정 규모의 자산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 결과 3~4년 정도는 별다른 현금흐름이 없어도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게 되었다. 물론 그 안에 새로운 일을 찾아 두 번째 직업과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는 남아 있다.


익숙함과 관성은 오히려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다만 퇴사 후에도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유지하려 한다. 출퇴근을 위한 규칙이 아니라,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리듬으로서의 규칙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소속감은 당분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퇴사는 오히려 나만의 새로운 소속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동안은 “나는 어디에 속해 있다”는 명확한 답이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를 소개할 마땅한 말이 없다는 점이 조금은 고민이다. 그 부분은 앞으로 차근차근 찾아가야 할 나의 숙제일 것이다.



회사를 그만둘 이유도 많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정하는 일이다. 나와 아내는 남은 시간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보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의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 그 선택을 스스로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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