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끝내는 이유(2)

마지막 회사의 퇴사, 내 인생의 첫번째 은퇴

by 해일

회사생활을 끝내는 이유

네 번째 퇴사(예정)

지금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가장 좋은 조건과 연봉을 줌과 동시에 일에 대한 의욕을 잃게 만들어 줬다.



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사람과 협업할 일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혼자 일을 해왔다. 그래서 이전 회사들에서도 흔히 말하는 '정치'라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더불어 나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고,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했다.

나는 보통의 제조업보다 성과 위주의 증권사를 선택한 이유도 정치보다는 오직 ‘일’로 나를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사에게 듣기 좋은 말보다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다. 그 결과 언제나 호불호가 강한 사람으로 비쳤고, 나를 아껴주신 분들은 “일은 잘하니 사회생활만 조금 더 유하게 하면 좋겠다”라는 충고를 자주 해주셨다.


지금 회사로 이직하며, 충고대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에 대한 부분 이외에 모든 표현방식을 좀 더 유하게 바꾸려고 노력했다. 내 생각을 전달할 때는 윗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자중했고, 보기엔 별거 아닌 성과라도 포장을 이쁘게 잘하여 대외적으로 우수해 보이도록 신경 썼으며, 나의 개인적인 일보단 조직의 일을 우선했다.

지금 회사로 이직하면서 충고를 받아들여 마음가짐을 바꿨다. 일은 원래 하던 대로 하되, 그 외의 표현 방식은 좀 더 유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내 생각을 전할 때는 윗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자제했고, 겉보기에 사소한 성과라도 보기 좋게 포장해 대외적으로는 우수해 보이도록 신경 썼다. 또한 개인적인 일보다 조직의 일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점차 내가 좋아하던 일조차 흥미를 잃어갔다. 특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 하거나, 사소한 이슈에 과도하게 집중해 모두가 동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시간을 낭비할 때마다 회의감은 날로 커졌다.


그러던 중 금융시장의 큰 이슈였던 ‘레고랜드 사태’(정확히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채무불이행 선언)로 인해 위기가 닥쳤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이 사태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의 회사생활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건을 겪으며 나는 또다시 이전 회사에서처럼 불편한 직언을 서슴없이 했고, 그동안 회의감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는 다시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번 일을 겪으며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금융시장’이라는 분야이지, 증권사라는 조직 안에서의 회사생활은 아니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덕분에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생각으로 일했지만, (실제로 여전히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일은 즐겁다.) 증권사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실무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닮고 싶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는 더 이상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자는 줄고 관리자만 남았으며, 서로 책임회피와 정치질로 뒤섞인 그곳은 나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 회사를 마지막으로, 첫 번째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은퇴는 회사생활에 대한 것이며,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