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육지멀미는 처음이지?
타이베이에서 돌아와 다시 지룽항.
우리의 크루즈를 보니 처음의 설렘과 기대는 어디로 가고, 앞으로의 항해일정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우릴 감쌌다.
크루즈 안에서는 매일 선상 소식을 전달해 주는데 우리가 탄 선사인 MSC 어플 안에서도 확인가능하고, 방으로 배달되는 팸플릿으로도 확인가능하다.
대만 지룽에 도착한 날의 권장 저녁복장은 화이트였고, 우리도 하얀색을 갖춰 입은 뒤 정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배가 출발하기 전 잠잠할 때 정찬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코스요리를 먹으며 앞으로의 항해를 대비했다. 레스토랑에는 권장 복장을 대부분 지켰으며, 어떤 노신사분은 올백 정장에 하얀 구두까지 멋지게 차려입고 오시기도 했다. 멀미약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은 우리는 잠잠할 때 수면을 취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도 역시나 대단한 바람과 파도에 하루 종일 배가 크게 흔들렸다. 그래도 처음보다 적응이 된 건지 강력한 멀미약 덕분인지, 뷔페정도는 왔다 갔다 하며 끼니를 챙겨 먹었다. 멀미가 없는 사람들은 댄스수업이나 헬스, 수영장의 자쿠지를 이용하며 각자 크루즈를 알차게 즐기고 있었다. 우린 간신히 적응하는 정도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지나다니며 사람들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두 번째 밤을 보내고 셋째 날
눈에 띄게 배의 움직임이 감소했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잔잔해져 크루즈는 평화를 찾았다. 저 멀리 일본으로 보이는 육지도 보였다. 아직 하루의 항해가 더 남아있지만, 정말 크루즈는 움직이는 도시처럼 흔들림이 거의 없었으며, 그제야 우리는 크루즈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즐겼다.(그럼에도 멀미 후유증으로 운동이나 수영은 무리였다.) 뷔페에서도 양껏 음식을 먹고 크루즈 안을 산책하며 소화를 시키고, 경치 좋은 라운지에서 유료음료를 시켜 먹으며,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보았다.
이 날은 하선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하선하는 항구에 도착하기 전날 저녁에 미리 캐리어를 내놓고, 다음날 안내받은 하선 시간에 따라 내리면 된다. 짐은 크루즈 터미널에서 찾을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긴? 항해에 지친 우린 누구보다 먼저 내리기 위해 캐리어를 직접 옮기겠다고 체크를 했고, 직접 짐을 옮기는 승객은 하선시 가장 먼저 내릴 수 있다.
오랜만에 잠잠한 배안에서 숙면을 마친 우리는 새벽부터 그리운 육지를 향해 짐을 들고 내렸다.
드디어 도착한 도쿄 오다이바의 크루즈터미널. 어서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흔들리지 않는 육지 위에서 쉬고 싶었다.
그런데…
왜 아직 어지럽고 땅이 흔들리는지…
우린 피곤해서 그런 줄 알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으나, 이상했다. 아직도 배안에서 파도에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이거 혹시 꿈인가… 사실 아직 배 안이고 엄청난 파도에 흔들리는 상황에 자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땅은 흔들렸다. 혹시 도쿄에 지진은 없나 검색해 봤지만 그런 소식도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육지멀미‘
5박 6일인데 육지멀미라니…
오랜 기간 배를 타진 않았지만 강한 파도와 흔들림으로 인해 우린 육지멀미가 시작됐다.
그렇게 도쿄에서 멀미로 여행을 마무리하며, 엉망진창이었던 첫 번째 크루즈 여행을 끝마쳤다.
이번 여행으로 무턱대고 출발하지 않고, 크루즈 노선과 항해하는 바다의 컨디션도 꼭 미리 체크하고 가야겠다고 몇 번씩이나 다짐하게 되었다.
힘들고 지쳤지만 그래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역시 크루즈는 한 번도 못 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