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크루즈에서 멀미라니...

by 해일

크루즈 안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이시가키섬의 기항이 취소되어 바다 위에서 알찬 일정을 보내고자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워 잠에 들었다.


새벽 3시...


심하게 흔들리는 배로 인해 잠에서 깬 나와 아내는 "이게 맞아?" 하는 질문과 함께 잠을 설쳤다.

밤새 흔들리는 배로 인해 멀미증상이 시작되어 둘 다 멀미약을 챙겨 먹었지만 너무 늦었는지 어지럽고 속도 안 좋은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선내 방송에서는 대만으로 향하는 바다가 거칠어 배가 다소 흔들리니 이동에 주의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이내 선장의 안내방송도 나왔다.

"현재 기상상황이 나빠 배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현재 풍속은 25m/s이상이며, 파도는 5m~6m 수준으로 배가 흔들려 불안하실 수 있지만, 우리 배는 아주 튼튼하니 걱정 안 하고 크루즈를 즐기시면 된다...."


크루즈를 즐기라니...

그나마 멀미가 덜 한 내가 뷔페에서 음식을 받아오고, 멀미가 심해지지 않게 하루 종일 객실 안 침대에서 누워 보냈다.

파도.png 파도가 조금 진정됐을 때의 사진

오후에 어느 정도 파도가 진정됐지만, 그럼에도 3m~5m의 파도는 계속되었고, 배는 계속 흔들렸다.


멀미가 심한 아내는 이동조차 포기한 채 객실에 누워 있기로 했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나는 계획했던 운동이나 크루즈 프로그램들은 잠시 접어두고, 선내 곳곳을 구경하며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선내를 이동하는 승객들이 흔들리는 배의 리듬에 맞춰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걷는 모습은, 멀미로 힘든 와중에 재밌는 광경 중 하나였다. 뷔페에서도 평소보다 혼란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선체에 맞춰 중심을 잡고, 음식이 담긴 접시를 쏟지 않기 위해 진땀을 빼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수라장 같았지만, 다들 생각보다 즐거워 보이는 모습에, 멀미라고는 전혀 모르는 듯한 그들이 내심 부러웠다.

카지노에서 집중하면 멀미가 나아질까 싶어 몇 게임을 즐겨보기로 했다. 그중 룰렛은 유독 잘 안 풀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배의 흔들림이 게임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밤도 보내고 우린 첫 번째 기항지인 대만 지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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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기항지인 대만 지룽항

기항지의 하선과 재승선 과정은 상당히 간단하다.

탑승권과 여권 사본(승선할 때 여권은 제출하고, 여권 사본을 방으로 보내준다.)만 잘 챙겨서 나오면 된다.

멀미에 지친 우리는 육지를 어서 밟고 싶어 빠르게 나왔으나, 도착한 지룽은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지룽의 공원을 산책하고 항구 쪽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날씨를 탓하며 우린 빠르게 타이베이로 향했다.


타이베이는 이미 가 본 적이 있는 여행지인 데다, 오후 5시까지는 배에 다시 승선해야 했기에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망고빙수와 굴전, 족발덮밥, 펑리수 등으로 이어지는 ‘먹부림 코스’를 즐기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지룽항으로 가기 전까지 한적한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며, 다시 흔들리는 배를 타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시간이 되어 출발하기 전 약국에서 강한 멀미약도 구입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제 도쿄까지 3박의 항해를 즐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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